▣ 서울행정법원 2009. 7. 9. 선고 2008구합34610 판결【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판시사항】

[1]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에 있어서 공무수행과의 상당인과관계 유무 판단 기준

[2] 망인이 공무로 인한 종전 상병의 재발에 대한 극심한 고통과 절망상태에서 우울증이 발병하였다거나, 그 우울증으로 인하여 초래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2조는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제1호), 공무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제2호), 공무원의 사적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제3호)' 등을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에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과는 별도의 '자살의 결의 및 실행'이라고 하는 개인적 결단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공무수행 혹은 공무상 질병이 자살의 직접적 동기나 원인이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공무수행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고의 또는 사적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공무수행과정에서의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 등 질병을 초래하고, 이로 인하여 초래된 정신병적 이상상태 또는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만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신병적 증상의 발현으로서 공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것이다.

[2] 망인은 종전 상병의 재발로 인하여 고통을 호소하였고, 사망 무렵에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우울 증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의학적 소견상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중증 우울증으로 진단되지는 않았고, 이와 같은 우울 증세가 당시 망인의 신체적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으며, 달리 자살을 예상할 만한 자살 사고 등의 언급이 있었다거나, 자살 기도, 자살 계획 등의 소견은 없었다. 따라서 망인이 공무로 인한 종전 상병의 재발에 대한 극심한 고통과 절망상태에서 우울증이 발병하였다거나, 그 우울증으로 인하여 초래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공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전 문】
【원 고】 ○○○
【피 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변론종결】 2009. 5. 26.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8. 6. 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경찰청 ○○과 ○○팀장으로 근무하였는데, 200○. ○. ○. 07:50경 출근하여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마치고 19:20경 귀가하였다가, 22:30경 집을 나간 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망인은 200○. ○. ○. 10:40경 ○○시 ○○동에 있는 ○○○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8. 6. 2. 원고에게, 망인은 스스로 목을 매 심폐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운동권 학생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과 우울증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고의에 의한 의사 내지는 공무와 무관한 사적인 행위의 결과로 발생되었을 뿐,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의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공무상 재해로 인한 목 디스크 증상이 재발하여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중 재발 부위가 수술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고, 증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괴로워하였고, 그로 인한 정서장애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자살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보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⑴ 망인은 199○. ○. ○. 23:00경 ○○대학교 주변에서 수배자 검거 활동을 하던 중 ○○대생 약 10여 명으로부터 각목 등으로 머리, 목, 가슴 등을 구타당하였고, 이로 인하여 199○. ○. ○. ○○병원에서 제6-7경추간 추간판 탈출증(이하 '종전 상병'이라 한다)에 대하여 제6-7경추간판 제거 및 융합수술을 받았다.

⑵ 망인은 199○. ○. ○.경 피고에게 종전 상병에 대하여 공무상 요양승인을 신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종전 상병에 대한 공무상 요양승인을 하였다.

⑶ 망인은 200○. ○. ○. ○○병원에 불면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는데, 망인은 담당의사에게 "최근 3년 전부터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잘 오지 않고, 3년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부터 불면증이 좀 더 심해진 것 같다", "아버지도 30년 정도 불면증으로 고생하셨고, 1년 정도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하였다. 그 후 망인은 200○. ○. ○., ○. ○., ○. ○., ○. ○., ○. ○. 및 ○. ○.에 ○○병원에서 불면증에 대하여 외래로 통원하면서 약물치료를 받았다.

⑷ 망인은 200○. ○.경 종전 상병의 수술 전 증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계속하여 교정치료, 물리치료 등을 받았으며, 200○. ○.경 ○○병원에서 종전 상병이 재발하였다는 진단을 받았다.

⑸ 망인은 척추디스크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병원'에서도 수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아 괴로워하였고, 200○. ○. ○.부터 200○. ○. ○.까지 ○○병원에 내원하여 봉침, 물리치료, 약물치료 및 교정치료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망인은 ○○의원,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다.

⑹ 망인은 200○. ○. ○. ○○병원에 다시 불면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는데, 그 당시 1주 전부터 23시경에 잠이 든 후 1～2차례 깨고, 다음날 새벽 3～4시경에 잠이 깨며, 허리 디스크와 갑상선 질환의 진단을 받아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담당의사는 위와 같은 신체질환으로 인해 우울한 기분상태가 유발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망인에 대해 불안 고민성 우울증 진단을 하였으며, 일반적인 항우울제 처방을 하였다. 당시 망인의 우울 증상은 중증의 주요우울증으로 볼 수는 없었고, 망인에게서 자살을 예상할 만한 자살 사고 등의 언급이 있었다거나, 자살 기도, 자살 계획 등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⑺ 망인은 200○. ○. ○. ○○병원 의사에게 허리통증 및 불면증상을 호소하면서, "목 수술을 한 부위가 재발되어 신경이 많이 쓰인다. 아픈 것 때문에 진급도 포기했는데 요즘 같으면 죽고 싶다", "목 디스크 수술 후 좀 낫나 싶었는데 또 허리 디스크가 왔고 다시 목 디스크도 재발해서 힘들다"는 말을 하였다. 망인은 고통으로 인하여 직장으로 복귀하여서도 직장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스트레스도 심한 상태였지만, 우울증이나 자살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⑻ 망인은 사망 일주일 전부터 원고에게 "이렇게 고통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서 통증을 못 느낀다면 그것이 더 편할 것 같다", "아무 고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편히 죽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⑼ 만성적인 신체적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이로 인한 걱정으로 불안, 우울한 기분상태가 동반되는 경우는 흔히 관찰되지만, 망인의 경우도 위와 같은 신체적 질환으로 우울증이 발생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⑽ 우울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 자살의 위험성이 얼마나 더 높아지는지에 대한 확정적인 연구 결과는 확인할 수 없다. 우울장애 중 상대적으로 우울 증상이 심한 주요 우울증의 약 10~15%에서 자살을 시도한다고 알려져 있고, 급성 우울증을 포함하여 정신과 질병이 있는 정신과환자들의 자살위험률은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3~12배가 높으며, 그 정도는 연령, 성별, 진단별, 입원환자 혹은 외래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5호증의 1 내지 12, 갑 6호증, 갑 7호증의 1 내지 3, 갑 8, 10, 11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병원장, ○○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2조는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제1호), 공무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제2호), 공무원의 사적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제3호)' 등을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에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과는 별도의 '자살의 결의 및 실행'이라고 하는 개인적 결단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공무수행 혹은 공무상 질병이 자살의 직접적 동기나 원인이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공무수행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고의 또는 사적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공무수행과정에서의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 등 질병을 초래하고, 이로 인하여 초래된 정신병적 이상상태 또는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만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신병적 증상의 발현으로서 공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것이다.

⑵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종전 상병의 재발로 인하여 고통을 호소하였고, 사망 무렵에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우울증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의학적 소견상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중증 우울증으로 진단되지는 않았고, 이와 같은 우울 증세가 당시 망인의 신체적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으며, 달리 자살을 예상할 만한 자살 사고 등의 언급이 있었다거나, 자살기도, 자살 계획 등의 소견은 없었다. 따라서 망인이 공무로 인한 종전 상병의 재발에 대한 극심한 고통과 절망상태에서 우울증이 발병하였다거나, 그 우울증으로 인하여 초래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공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관계법령
■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정의)
①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유족"이라 함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배우자(재직 당시에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 한하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
제61조 (유족보상금)
①공무원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재직 중에 사망하거나, 퇴직 후 3년 이내에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사망한 때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한다.
②제1항의 유족보상금의 금액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보수월액의 36배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2조 (공무수행 중의 사고로 인한 부상 또는 사망)
공무원이 공무수행 중에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고로 인하여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에는 이를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보지 아니한다.
1.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
2. 공무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
3. 공무원의 사적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