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997. 9. 5. 선고 97다25767 판결 【보험금】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최현수
【피고, 상고인】 해동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영)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1997. 5. 20. 선고 96나311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자동차종합보험약관 제10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은 무면허운전의 주체가 누구이든 제한이 없는 것이나, 무면허운전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성이 없는 경우까지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으로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2항, 제7조 제2,3호의 각 규정에 비추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으나, 다만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유효하다고 할 것이며(당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묵시적 승인'은, 명시적 승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면책약관의 적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에 대한 승인의도가 명시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로 그 승인의도가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과연 어떠한 사정이 있어야 이러한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냐는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문제로 된 무면허운전의 목적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당원 1995. 7. 28.선고 94다4708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충북 보은읍 삼산리 원고의 주소지에서 중앙닭집이라는 상호로 도계 및 사료판매업을 하는 한편 보은군 외속리면 장재리에서 양돈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차량을 포함하여 5대의 화물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면허가 있는 3명의 운전사를 고용하고 있으면서 차량 열쇠를 위 중앙닭집 사무실 진열장 위의 우동그릇에 보관하여 평상시 닭과 사료등 영업목적으로 운행하는 위 운전사들이 수시로 열쇠를 가져가 화물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한 사실, 반면 소외 송광헌은 1992. 1. 5.부터 사고 당시까지 위 양돈농장의 잡부로서 돼지사육일을 하고 있었는데 농장일로는 차량을 운행할 필요가 많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원고는 평소 위 송광헌으로 하여금 차량 운행을 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였으나 (이는 위 농장에서 역시 잡부로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사고 당시에는 단순히 위 농장에 출입하면서 위 송광헌을 도와주고 있던 소외 한규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위 송광헌은 원고 몰래 개인적 용무를 보기 위하여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한 적이 있으며, 원고는 위 송광헌이 허락 없이 야간에 차량을 운행한 사실을 알고서 차량을 운행하지 말도록 주의를 주기도 한 사실, 위 송광헌은 사고전날인 1992. 2. 5. 16:30경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고 위 양돈농장에 가서 자고 사고 당일인 같은 달 6. 10:00경 충북 보은군 탄부면 하장리에 있는 위 한규현의 집으로 가서 한규현을 데리고 같은 날 12:00경 위 중앙닭집으로 돌아왔다가 보은읍 종곡리에 자신의 농기계대금을 지불하러 가던 중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사실, 원고는 사고 당일 위 송광헌이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여 간 것을 몰랐을 뿐 아니라 그에게 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차량의 열쇠를 위 송광헌이 소지할 수 있도록 한 관리소홀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원고가 위 송광헌을 운전사가 아닌 농장의 잡부로 고용하였고 영업목적으로 운행하기 위하여 따로 운전사를 둔 데다가 위 송광헌이 차량을 무단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방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 송광헌이 사고 당일 개인용무로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원고가 위 송광헌의 운전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더욱이 위 송광헌의 무면허운전을 하는 것을 승인하였다고는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기록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는 증거취사, 사실오인,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가사 원고에게 이 사건 차량의 열쇠를 위 송광헌이 소지할 수 있도록 한 관리소홀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채무의 내용에 따른 본래의 급부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지급할 보험금의 액수를 경감할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