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997.11.11. 선고 95다21860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대성상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외 4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쌍용(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성환외 7인)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95. 4. 27. 선고 94나25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와 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1) 목재수입 및 도매업을 주된 업무로 하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교득은 1993. 4. 3. 말레이시아국 골든스프링팀버(GOLDEN SPRING TIMBER) 상사로부터 말레이시아산 나왕 제재목 1,710CBM(1,115,410 ㎥)를 대금 합계 439,200 달러에 매입하되 대금은 일람 후 60일 이내를 지급일로 하는 취소불능양도가능신용장으로 결제하며 선적기한은 1993. 5. 30.로 하는 4건의 물품매도확약서(OFFER SHEET)를 받고, 같은 달 13.경 수입대행업체인 피고 회사의 대구지점에 그 수입을 대행하여 줄 것을 위탁한 사실, (2) 원고 회사를 대표하는 위 이교득과 피고 회사 대구지점 관련업무담당자로서 피고 회사를 대리한 소외 최화식은 1993. 4. 13. 수입대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이자율은 17%로, 대행료율은 2.5%로 하고 피고가 수입한 목재를 원고가 인수하지 아니할 경우나 기타 원고의 의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가 입게 될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 김지갑 소유의 판시 부동산에 대하여 피고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기로 하여, 우선 구두로만 약정하고, 원고는 다음날 위 부동산에 대하여 피고 앞으로 판시와 같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 (3)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로부터 위 4건의 물품매도확약서를 받아 피고 명의로 수입허가승인을 받은 후 같은 달 17. 한국외환은행에 위 골든스프링팀버사를 수익자로 하는 4건의 취소불능화환신용장의 발행신청을 하였고, 그 후 위 골든스프링팀버사는 케사완(Kesawan) 선박사에 선적을 의뢰하여 같은 해 5. 4. 위 4건의 물품매도확약서 중 2건에 관한 목재 합계 1,130CBM 대금 320,000달러 상당을 선적하고 이를 증명하는 선하증권을 받아 위 한국외환은행을 통하여 수출상품대금을 수령한 사실, (4) 그런데 위와 같은 수입목재를 선적한 선박 엠브이하퍼스(M/V HARPERS)호는 같은 해 5. 7. 말레이시아국 산다칸 사바하(SANDAKAN SABAH)항을 출발하여 양륙항인 인천항을 향하여 항해 도중 같은 달 25. 11:03경 필리핀국 근해에서 선박의 기관고장으로 인하여 기관수리 후 재송신하겠다는 마지막 위급전문(S.O.S)을 송신한 후 연락이 끊어지고 현재까지 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는데, 보험사들의 조사의뢰를 받은 국제해사국(INTERNATIONAL MARITIME BUREAU)의 조사내용에 의하면 수입목재를 운송하던 위 선박회사는 본점 사무실이 불확실하고 수입목재를 해상운송 도중 고의로 타에 빼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되어, 보험부보조건의 보상의 대상이 되는 손해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보험으로 보상될 수 없는 것으로 처리된 사실, (5) 피고는 1993. 7. 6. 과 같은 달 14. 원고에게 위 수입신용장 결제대금과 손실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로부터 수입상품을 인도받은 후 지급하겠다고 답변하자 같은 해 9. 7.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대구지방법원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같은 달 28. 같은 법원 93타경23572호로 경매개시결정이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수입목재를 선적한 선박이 해상운송 도중 수입목재를 고의로 타에 빼 돌림으로써 피고의 위 수입상품인도의무는 당사자 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인정과 판단은 모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나아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1) 피고 회사의 위 최화식은 위 선적선박이 행방불명된 후 팩시밀리로 그 사실을 연락받고 같은 해 6. 10. 인천에 있는 원고 회사를 방문하여 원고 회사 대표이사인 위 이교득에게 전에 구두로 수입대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해상보험으로 처리하는데 필요하니 수입대행계약서를 당초의 구두계약시에 소급한 날짜로 작성해줄 것을 요구하여, 위 이교득은 당시 위 수입선박이 행방불명된 것만 밝혀지고 더 이상의 사고내용에 대하여는 조사가 되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단지 침몰된 것으로 짐작하고 당연히 보험으로 보상되리라고 믿은 나머지 위 최화식이 미리 작성하여 온 1993. 4. 15.자로 된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을 제1호증)의 내용을 검토하지도 아니한 채 서명날인하고 또 위 피고 회사와의 거래용인감신고서(을 제2호증의 1)에도 서명날인하여, 1993. 5. 17.자로 발급받아 둔 인감증명서(을 제2호증의 2)와 함께 위 최화식에게 교부한 사실, (2) 위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에는 (가) 피고는 수입상품이 도착한 때에 원고에게 도착되었음을 통지하고 수입상품의 통관 즉시 원고는 이를 인수하여야 하며 15일내에 인수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가 타에 판매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원고가 피고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나) 물품의 품질불량, 수량부족, 기타 해외물품공급업자의 계약위반 등으로 인한 문제 및 불가항력 기타 제사고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원고의 책임으로 하여 원고가 그 비용을 부담하며, 이로 인하여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원고는 이를 즉시 배상하여야 한다. (다) 원고의 본 계약의 위반 등으로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피고는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담보물에 대하여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에는 “불가항력 기타 제 사고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원고의 책임으로 하여 원고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는 단지 피고가 위 선박의 실종으로 인한 보험금청구에 소요되는 서류로서 필요하다는 위 최화식의 말을 믿고 위 선박의 실종 후 위 최화식이 작성하여 온 계약서에 서명날인하여 작성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부분 기재 내용이 들어 있는 것조차 모른 채 서명날인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기재 내용에 관하여는 원, 피고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와 그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되는 법률행위의 존재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4다56043 판결, 1990. 3. 23. 선고 89다카1650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처분문서인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을 제1호증)의 증명력을 배제한 위 사실인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선뜻 수긍할 수 없다. 

첫째, 제1심 증인 최화식의 증언(기록 118면)에 의하면 원고 대표이사 이교득은 1993. 6. 10. 피고 회사의 영업과장인 위 최화식에게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을 제1호증)에 서명날인하여 주면서 같은 자리에서 위 최화식에게 약속어음과 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위임장 및 같은 달 9.자로 발급된 이교득 개인의 어음공증용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여 주어, 위 최화식이 그것으로써 같은 달 17. 대구합동법률사무소에 가서 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을 제1호증을 해상보험금을 청구하는데 필요하다고 믿고 교부하였다면, 해상보험금의 청구와는 전혀 무관한 자신의 어음공증용 인감증명을 하루 전에 미리 발급받아 두었다가 이를 약속어음 및 어음공정증서 작성용 위임장과 함께 같은 자리에서 위 최화식에게 추가담보를 위하여 교부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둘째,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이교득이 위와 같이 위 최화식에게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을 제1호증)에 서명날인하여 주면서 같은 자리에서 1993. 5. 17.자 발행된 원고 회사의 인감증명(을 제2호증의 2)과 1993. 4. 15.자로 소급하여 작성된 피고 회사 앞으로 된 인감(서명감) 신고서(을 제2호증의 1)를 교부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위 문서들도 해상보험금의 청구와는 무관한 것들로서,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을 제1호증을 해상보험금을 청구하는데 필요하다고 믿고 교부하였다면, 같은 자리에서 을 제2호증의 1,2의 서류들을 위 최화식에게 교부한 이유도 쉽게 알 수 없다.

셋째,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1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이교득은 위와 같이 위 최화식에게 수입대행상품판매계약서(을 제1호증)에 서명날인하여 주면서 같은 자리에서 위 최화식에게 작성일자가 같은 해 4. 15.자로 소급하여 작성된 을 제3호증의 1(수입의뢰서)에 원고 회사의 명판과 인감을 날인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 서류는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에 이 사건 수입대행계약의 체결을 청약하는 의사표시를 담고 있는 문서로서 해상보험금의 청구와는 무관한 것인데,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을 제1호증을 해상보험금을 청구하는데 필요하다고 믿고 서명날인하였다면 같은 자리에서 피고 회사의 영업과장인 위 최화식에게 작성일자를 같은 해 4. 15.로 한 수입의뢰서(을 제3호증의 1)에 원고 회사의 명판과 인감을 날인하여 준 이유 역시 쉽게 알 수 없다.

오히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대표이사인 위 이교득은 1993. 4. 13. 피고 회사의 위 최화식과 사이에 당일에는 구두 계약만을 체결하고 말레이시아 현지에 다녀 온 후에 정식계약을 체결하자고 계약서 작성을 미루었고(원심증인 김낙일의 증언, 기록 196면), 해외 현지에 다녀 온 후(갑 제4호증의 3 출입국증명서에 의하면 원고 대표이사 이교득은 1996. 4. 16.부터 같은 달 27.까지 출국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 회사를 재방문하여 문서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법인인감으로 날인하고 추가담보로 공증어음까지 작성할 서류를 교부하기로 약속하였는데(원심증인 최화식의 증언, 기록 267쪽), 그 후 위 약속의 이행을 미루다가, 위 최화식으로부터 그 이행을 독촉을 받고 같은 해 5. 17. 회사의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두고 같은 해 6. 9. 자신의 어음공증용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두었다가, 같은 해 6. 10. 원고 회사를 방문한 위 최화식에게 계약일자를 같은 해 4. 15.자로 소급한 수입상품판매계약서(을 제1호증), 수입의뢰서(을 제3호증의 1)에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하여 주면서 아울러 계약서에 의한 계약체결의 구비서류로서 위 계약서, 수입의뢰서에 날인된 인감이 원고 회사의 인감임을 증명하는 을 제2호증의 1,2를 위 최화식에게 교부하고, 추가담보를 위하여 개인의 어음공증용 인감증명과 위임장 등을 교부한 것으로서,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해상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하여서라기 보다는 원·피고 사이의 이 사건 수입대행에 관한 계약서로서 수입대행상품매매계약서(을 제1호증)에 서명날인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수입상품판매계약서(을 제1호증)에 서명날인하여 주면서 같은 자리에서 을 제2호증의 1,2, 을 제3호증의 1, 어음공증용 개인인감증명서, 공정증서 작성용 위임장, 약속어음 등을 위 최화식에게 교부한 이유를 심리하여 본 후에 을 제1호증의 위험부담에 관한 기재의 증명력을 배제할 만한 분명하고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처분문서인 을 제1호증의 위험부담에 관한 부분의 증명력을 배척하여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아울러,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수입대행의뢰자로부터 미리 자금을 받아 수입을 대행하는 경우에는 을 제7호증과 같은 계약서 양식을 사용하고, 피고 회사가 자금을 부담하여 수입을 대행하는 경우에는 을 제7호증과 다른 양식의 계약서를 사용하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원심증인 최화식의 증언, 기록 273쪽), 원심은 을 제1호증의 위험부분에 관한 위 기재 부분의 증명력을 판단하기에 앞서 피고 회사가 자금을 부담하여 수입을 대행하는 경우에 사용한다는 다른 계약서 양식에 위험부담에 관한 조항이 있는지, 그러한 조항이 있다면 을 제1호증의 위험부담에 관한 위 조항과 같은 내용인지 또는 다른 내용인지의 여부도 심리하여 보는 것이 바람직함을 지적하여 둔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판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