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도965 판결【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판시사항】

우중 야간이라도 화물차량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나 안전운전의무가 감경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사고 당시 야간에 비까지 내리고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운전자의 가시거리가 제한되는 반면 차량의 제동거리는 늘어나게 되고 진행방향 전방에 사고가 발생하여 차로에 장애물이 있을 가능성도 훨씬 커지게 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화물차량 운전업무 종사자로서는 평소보다 전방을 더욱 면밀히 주시하면서 시계가 불량한 경우 제한최고시속보다 더욱 감속하여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지, 그로 인하여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나 안전운전의무가 감경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전 문】
【피고인】A, 운전기사
【상고인】검사
【원 심 판 결】 청주지방법원 2003. 1. 22. 선고 2000노95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해자 B에 관한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해자 B 관련 부분에 대한 상고

가. 원심은 그 설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사고 당시는 05:20경의 새벽으로 어두웠고, 비까지 오고 있어, 이러한 상태에서 전조등을 켜고 주행할 경우 가시거리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고, 피해자 C의 승용차와 같이 어두운 계통의 색조를 띤 물체는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가, 위 승용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선행사고로 피고인의 진행차로인 고속도로 2차로에 전조등과 미등, 차폭등이 꺼진 상태로 후행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정차하고 있었으므로, 위 충돌 사고는 위 승용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고속도로 상에 정차한 것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것이고, 비록 피고인이 사고 지점의 제한시속 72㎞를 약 10㎞ 초과하여 시속 약 80~85㎞로 피고인의 18 t 트럭을 운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 B 운전의 3.5 t 트럭도 제한시속을 초과한 시속 약 75~80㎞로 진행하여 왔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진행차로 전방에서 위 승용차를 발견한 거리, 피고인이 운전하던 18 t 트럭의 제동거리, 피해자 B가 운전하던 3.5t 트럭의 진행 속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제한시속을 준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에 의심이 가므로,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하지 않은 잘못과 피해자 B의 사망이라는 결과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⑴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시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은 비단 제한시속을 초과하여 운행하였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진로 전방을 주시하여 안전운행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는바, 원심은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 및 안전운전의무를 다하였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⑵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면서,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위 승용차의 교통법규 위반에 있고, 피고인이 제한시속을 준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에 의심이 간다고 설시한 것은 결국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 등을 포함하여 화물차량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도 이해할 여지가 있으나, 야간에 비까지 내리고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운전자의 가시거리가 제한되는 반면 차량의 제동거리는 늘어나게 되고(특히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량은 5~6t 의 화물을 적재한 대형 18t 화물차였으므로, 보통 차량에 비하여 제동거리가 길 수밖에 없다) 진행 방향 전방에 사고가 발생하여 차로에 장애물이 있을 가능성도 훨씬 커지게 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화물차량 운전업무에 종사자로서는 평소보다 전방을 더욱 면밀히 주시하면서 시계가 불량한 경우 제한최고시속보다 더욱 감속하여(적절한 운행 속도는 운행 당시의 시각이나 일기, 운행지점의 도로상황, 차량의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제한최고시속을 지킨 것만으로 당연히 운전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지, 그로 인하여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나 안전운전의무가 감경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⑶ 원심은 C의 승용차가 원인 미상의 선행사고로 인하여 전조등과 미등, 차폭등이 모두 꺼진 상태로 아무런 충돌방지조치 없이 정차가 금지된 고속도로 2차로상에 정차하고 있었다거나, 피해자 운전의 3.5t 트럭도 제한시속을 초과한 시속 약 75~80㎞로 진행하여 왔다는 점을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을 부정하는 근거로 들고 있으나, C나 피해자에게 각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있고, 그 또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중요한 원인들이라고 하여도, 전방주시의무와 감속·안전운전의무를 게을리 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 그러한 사정들만으로 당연히 전적으로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의 조치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운전자의 업무상 주의의무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이 점을 지적하여 상고이유로 내세운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해자 C 관련 부분에 대한 상고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C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상고이유로 주장한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해자 B 관련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그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의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그 나머지 즉 피해자 C 관련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변 재 승
대법관 강 신 욱
주 심 대법관 박 재 윤
대법관 고 현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