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1996. 5. 10. 선고 95구29897 판결【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판시사항】

진폐증과 폐암과의 인과관계

【판결요지】

망인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폐암이라고 하더라도 위 망인은 약 11년 동안 채탄부로 종사함으로 인하여 진폐증에 이환되고 이러한 이환이 폐암을 촉진, 악화시키거나 적어도 그에 대한 면역이나 저항을 무력화시킴으로서 결국 폐암과 폐렴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인정되고,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

【전 문】
【원고】 전국자(全菊子)
【피고】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1996. 3. 29.
【주 문】
1. 피고가 1995. 2. 2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갑제1, 2호증의 각 1, 2, 을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남편인 소외 망 장양순이 1957. 3. 28.부터 1968. 10. 31.까지 사이에 소외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에서 채탄부로 근무하였던 사실, 위 망인이 1994. 8. 경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심해져 동해병원, 원주기독병원 등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11. 14. 사망한 사실, 원고가 같은 해 12. 28. 위 망인의 사인은 진폐증으로서 이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태백 지방노동사무소장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위 지방노동사무소장이 1995. 2. 23.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으며, 위와 같은 지방노동사무소장의 처분은 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부칙 제7조에 의하여 1995. 5. 1.부터 피고가 행한 처분으로 보게 되었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그러므로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갑제4, 5호증, 을제2 내지 5호증, 을제6, 7호증의 각 1, 2, 을제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위 망인은 1932. 3. 9.생의 남자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1957.부터 1968.까지 약 11년 7개월간 채탄부로 근무하였는데, 1992. 4. 8. 진폐증에 관하여 초진을 받은 결과 정상으로 진단되었고, 1993. 7. 28. 재진을 받은 결과도 정상이었다. 그런데 1994. 8.경부터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심해져 동해병원에 입원하였고, 같은 해 9. 5. 위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진폐증에 관하여는 정상으로 진단되면서 폐렴으로 진단되었다.

(2) 그 후 위 망인은 같은 해 9. 27. 원주기독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위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폐암으로 확진되었고, 같은 해 10. 8. 다시 위 동해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11. 14. 사망하였다.

(3) 위 망인이 사망한 다음날 부검이 시행되었는데, 위 망인은 이 당시 신장이 약 168cm, 체중이 약 45kg으로서 영양상태가 극히 불량하였고, 우폐문 근처에 주먹만한 결절이 있고 그 부위의 기관지가 천공되어 우폐가 위축되어 있었으며, 기관 및 기관지 내에는 기포성 분비물이 차 있었다. 이 부검을 시행한 의사는 위 망인의 사인에 관하여 진폐증에 의한 기관천공으로 우폐가 위축되어 폐기능이 저하되고, 기관 및 기관지 폐쇄로 인하여 호흡곤란이 초래되어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선행사인을 진폐증과 폐암, 중간 선행사인을 기도 및 기관지 폐쇄, 직접사인을 심폐기능 정지로 판단하였다.

(4) 한편으로 위 망인이 입원하였던 동해병원에서는 위 망인의 진폐병형은 0/1(진폐의증)로서 그 정도가 경미하여 폐암과의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없고, 직접사인은 폐암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위 망인이 입원하였던 원주기독병원에서는 위 망인의 사망 당시 폐암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되었고 폐렴은 폐암의 합병증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5) 진폐증은 분진 작업장에 장기간 폭로되어 생기는 폐의 섬유화 증상인데, 진폐증으로 인하여 서서히 호흡곤란이 오면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진폐결절이 커지면서 폐활량이 줄어들며, 폐기종, 폐염증, 폐암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나.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규정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행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작업장에 발병원인 물질이 있었는지의 여부, 발병원인 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시간,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또는 그에 따른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누9408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위 망인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폐암이라고 하더라도 위 망인은 약 11년 동안 채탄부로 종사함으로 인하여 진폐증에 이환되고 이러한 이환이 폐암을 촉진, 악화시키거나 적어도 그에 대한 면역이나 저항을 무력화시킴으로서 결국 폐암과 폐렴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인정되고,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6. 5. 10.
재판장  판사 황상현 판사 고의영 판사 노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