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법원 2008.  10.  7. 선고 2007가단146966 판결【보험금등】: 원고일부승[확정]

【판시사항】

본인을 가장하여 보험대출을 받은 사안에서 보험계약자 본인의 해약환급금 청구에 대한 보험회사 측의 주장(표현대리 및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등)을 배척한 사례

【판결요지】

예금통장 등 채권증서 및 비밀번호를 교부하고, 통장에 인감을 날인하여 대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본인 여부의 확인을 위한 특별한 수단을 마련한 은행거래와는 달리, 단지 보험증권만 교부하고 별 다른 본인 확인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단지 본인의 신분증과 본인 명의의 계좌(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 자동이체계좌와도 다르다)만을 소지한 B를 채권의 준점유자로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보험회사인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본인 확인을 위하여 보험증권의 소지여부를 확인하거나 적어도 이 사건과 같이 자동이체계좌와 다른 계좌로 대출금의 지급을 요구할 경우에는 보관하고 있는 본인의 서명 등과 대출신청서의 서명 등을 대조하는 등 추가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취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증권의 소지여부 또는 서명대조절차{보험계약청약서와 약관대출신청서에 기재된 원고 명의의 각 서명은 눈으로만 보아도 그 자체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등의 추가적인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B에게 대출금을 지급한 피고에게 과실이 없다고 인정할 수 없다.

【전 문】
【원 고】 P (58년생, 여)
【피 고】 D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연택)
【변론종결】 2008. 9. 9.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4,480,485원과 이에 대한 2007. 10. 18.부터 2008. 10. 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가, 9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528,17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2003. 5. 6. 피고의 보험 상품 중 "무배당 스페셜 보장보험 2종"의 가입계약(다음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매월 20일 원고 명의의 기업은행계좌를 통하여 자동이체의 방식으로 2007. 2. 20.까지 46회에 걸쳐 매월 116,895원의 합계 5,377,170원을 납입한 사실, 원고가 2007. 4. 9. 피고에게 위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그 당시 위 보험계약에 따른 해약환급금은 적어도 4,366,245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므로, 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해약환급금 및 이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일 다음날인 2007. 4. 10.부터 소장 송달일인 2007. 10. 17.까지 191일 동안 민법에 따른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114,240원(= 4,366,245원 × 5% × 191일/365일, 원 미만은 버림)의 합계 4,480,485원(= 4,366,245원 + 114,240원) 및 이에 대한 소장 송달 다음날인 2007. 10. 18.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08. 10. 7.까지는 민법에 따른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위 해약환급금을 초과하여 납입보험료 전액의 반환과 그에 대한 205일 동안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을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경우에는 납입보험료 전액을 반환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 해약환급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약관 제6조, 제20조)이 인정되고 원고가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해지의 의사표시일 다음날인 2007. 4. 10.부터 소장 송달일인 2007. 10. 17.까지는 191일인 사실은 명백하므로, 위 인정범위를 초과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 내용

피고의 주장을 갑 제5호증의 1 내지 3(피고가 작성한 보험관련 전산 내역), 갑 제9호증의 1, 2(법원의 판결)의 각 기재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에 비추어 정리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1) B가 2006. 8. 21. 피고의 영업점을 찾아와 원고의 주민등록증과 원고 명의의 외환은행계좌(위 보험료 자동이체계좌와 다르게 2006. 3. 23. 개설, 계좌번호 xxx-xxxxxx-xxx)를 제시하며 마치 자신이 원고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 따른 대출을 신청하였고, 위 신청에 따라 피고는 피고의 처리규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의하여 대출금 3,390,000원을 위 외환은행계좌로 지급하였다.

(2) B는 위 약관대출 당시 위 외환은행계좌를 약관대출금의 이자납입계좌로 등록한 뒤 위 계좌를 통하여 2006. 9. 15.부터 2007. 1. 20.까지 5회에 걸쳐 이자를 납입하면서, 자동응답시스템(ARS, 콜센터)을 이용한 전화통화로 2007. 1. 12. 54만 원, 같은해 2. 23. 217,000원의 합계 757,000원(= 54만 원 + 217,000원)의 각 대출을 신청하였고, 위 신청에 따라 피고는 피고의 처리규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의하여 위 대출금을 위 외환은행계좌로 입금하였다.

(3) B는 2007. 3. 16. 전화통화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위 의사표시에 따라 , 피고는 그 당시 해약환급금 4,366,245원에서 위 대출원리금 4,174,438원을 공제한 나머지 191,807원을 위 외환은행계좌로 입금하였다.

(4) 따라서, 피고는 B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믿은 데 어떤 잘못이 있다 할 수 없다.

(5) 이 사건 약관대출금 및 해약금환급금의 지급은 민법 제470조에 의하여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

나. 판단

약관에 따른 대출계약이 보험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 아니라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이고, 보험약관대출금의 경제적 실질은 보험회사가 장차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과 같은 성격(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다155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이라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하여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여야 하고 해약환급금을 지급할 때에는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험회사에게 대출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기 위하여서는 적어도 대출계약을 위한 보험계약자의 청약의 의사표시는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의 대출금 및 해약환급금의 지급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피고의 대출금 및 해약환급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기 위하여 우선 원고와 피고 사이에 대출계약 및 보험계약 해지가 성립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살피건대, 피고의 위 주장 중 '피고는 B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믿은 데 어떤 잘못이 있다 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민법이 규정한 각 표현대리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보건대,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적어도 기본적 대리권은 존재하여야 함에도 원고를 대리할 기본적 대리권이 B에게 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및 입증이 없다.

그리고 만일, 약관에 따른 대출계약이 보험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 아니라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이므로 대출금의 지급청구가 단순한 의사의 통지에 불과하여 위와 같은 의사의 통지만으로도 피고의 대출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고, 또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은행거래의 경우 통장과 예금지급청구서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고, 이미 신고된 진정한 인감이 사용되었으며,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비밀번호까지 일치한 경우, 예금거래 기본약관의 내용과 그에 따른 금융거래의 관행에 비추어 절취한 예금통장에 의한 예금인출에 따른 예금의 지급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44791 판결 참조)고 하더라도, 예금통장 등 채권증서 및 비밀번호를 교부하고, 통장에 인감을 날인하여 대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본인 여부의 확인을 위한 특별한 수단을 마련한 은행거래와는 달리, 단지 보험증권만 교부하고 별 다른 본인 확인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단지 본인의 신분증과 본인 명의의 계좌(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 자동이체계좌와도 다르다)만을 소지한 B를 채권의 준점유자로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보험회사인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본인 확인을 위하여 보험증권의 소지여부를 확인하거나 적어도 이 사건과 같이 자동이체계좌와 다른 계좌로 대출금의 지급을 요구할 경우에는 보관하고 있는 본인의 서명 등과 대출신청서의 서명 등을 대조하는 등 추가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취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증권의 소지여부 또는 서명대조절차{보험계약청약서(갑 제4호증)와 약관대출신청서(을가 제3호증의 1)에 기재된 원고 명의의 각 서명은 눈으로만 보아도 그 자체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등의 추가적인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B에게 대출금을 지급한 피고에게 과실이 없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어느 면으로 보나 이유 없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