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保險事故)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520-527쪽. -

1. 상해(傷害)의 의미

상해보험의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신체의 상해(傷害)이고, 상해를 원인으로 하는 사망도 이에 포함된다. 여기서 「신체」의 개념에 인공심장·관절·힘줄, 의안, 의수·의족, 의치·치아보철 등이 포함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들 인공적인 부착물이 신체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신체의 일부분을 이루어 그 기능을 수행하고 신체로부터 쉽게 분리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체의 일부로 보아 그것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손상된 경우 신체의 상해로 보아야 할 것이다.¹⁾

다만 통상 쉽게 분리할 수 없는 인공적인 부착물이라도 인체로부터 분리되어 있던 상태에서 손상된 경우는 신체의 상해라고 할 수 없다.

이때의 상해보험에서 담보하는 위험으로서 상해란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을 말한다. 이는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하고 신체의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이나 그 밖의 원인에 기한 것은 제외된다. 상해보험의 보험사고에 대하여 상법은 「피보험자의 신체의 상해」라고만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상법 제737조), 상해보험약관은 더 구체적으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신체에 입은 상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상해보험약관은 상해의 요건으로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 등을 구비하여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나누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보험사고(상해)의 요건

가. 급격성(急激性, plözlich, vilent)

급격성이란 반드시 사고가 시간적으로 갑작스럽게 또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아니하였거나 예견할 수 없었던 순간에 사고가 생긴 것을 말한다.²⁾ 예컨대, 약물복용의 부작용으로 인한 상해는 약물복용의 효과가 계속 누적됨으로써 어느 시점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부작용을 예상할 수 없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급격하게 상해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가 의사로부터 설명을 듣는 등의 경로를 통해 이러한 약물 부작용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사고의 급격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³⁾

급격성은 상해개념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우연성과 외래성을 보완하여, 순수한 자연적 원인, 예를 들면 질병(疾病) 또는 전신쇄약(全身衰弱) 등의 원인을 상해에서 제외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무거운 물건을 급히 들어 올리려다가 허리를 다쳐 장애가 생긴 경우라면 이것은 외래성과 급격성이 충족되므로 상해로 인정됨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와 달리 외부의 자극이 계속적 반복적으로 신체에 작용하여 생긴 결과, 예를 들어 테니스·야구·골프 등과 같이 어깨를 반복 사용해서 생긴 관절의 통증으로 인한 기능장애, 계속적 반복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 허리에 부담을 주는 작업환경 하에서 생긴 요추부의 통증으로 인한 기능장애 또는 직업병 등은 급격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상해보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⁴⁾

나. 우연성(偶然性, ,unfreiwillig, accidental)

우연성이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우연한 것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미리 예견할 수 없고, 미리 알 수 없으며, 이상한 이례적인 것」이 존재하였다면 우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⁵⁾ 그러므로 건물의 붕괴로 입은 상해는 이에 해당하나, 고의로 손가락을 자르는 자해행위나 외과적 수술 도중에 생긴 상해·사망, 암에 대한 방사선치료로 인한 후유증,⁶⁾ 그리고 심장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한 질병이 있는 자의 과격한 운동 중에 생긴 사망은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례는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급격한 외부적인 우연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것이므로, 피보험자가 겨드랑이 밑의 악취제거를 위한 수술 중에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상해보험사고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⁷⁾ 다만 가해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나 위험회피행위,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을 구조하는 인명구조행위 등으로 인하여 생긴 상해의 경우에는 우연한 사고로 본다.

상해보험약관에서는 유독가스 또는 유독물질을 우연하게도 일시에 흡입·흡수 또는 섭취한 결과로 생긴 중독증상은 보험사고에 포함되나, 세균성 음식물중독과 상습적으로 흡입·흡수 또는 섭취한 결과로 생긴 중독증상은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상해보험약관 제3조 제2항). 따라서 가령 피보험자의 사망원인이 사고 이전의 수은과 납으로 제조한 알약의 복용으로 인한 상습성 수은중독이라기보다는 사고 당일의 수은증기 흡입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⁸⁾

다. 외래성(外來性, vonßau en, external)

외래성이란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말한다. 상해가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과는 달리 명백히 볼 수 있는 외부적인 사고에 기인한 것이어야 함을 뚜렷이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외래성은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개념이다. 따라서 가령 질병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던 피보험자에게 주어진 외부적 조건이 그 질병의 발현 또는 악화에 있어 전형적인 발생원인(發生原因)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원인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로 인한 사고에 외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외래성은 상해의 원인 또는 매개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 상해의 원인이 외래적인 것이라면 상해 자체가 신체의 내부 또는 외부 어디에 발생하든 상관이 없다. 판례도 피보험자가 술에 만취된 상태에서 잠을 자던 중 구토물이 기도를 막아 기도폐쇄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증으로 사망한 경우에 사고의 외래성을 인정하였다.⁹⁾

그러나 피보험자가 무너진 돌담을 보수하기 위하여 돌을 운반하던 중 쓰러져 사인불명으로 돌연사한 경우¹⁰⁾이거나 피보험자가 고혈압으로 갑자기 넘어져 지상에 있는 물건에 부딪쳐 상처를 입은 경우,¹¹⁾ 회전놀이시설에 탑승한 피보험자가 놀이시설의 회전이 멈춘 후 곧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본래부터 기관지천식이 있어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¹²⁾에는 피보험자의 체질적 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보험약관상의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외래성이라도 세균의 침입으로 인한 질병에 의한 사망의 경우는 그것이 비록 외부에서 침입한 것이라 할지라도 가시성(可視性, visible)이 없기 때문에 상해보험의 담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¹³⁾도 있으나, 피보험자의 전신쇠약 또는 면역력 저하 등과 같은 개별의 사정이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가령 피보험자가 과수원에서 작업 중 못에 손바닥이 찔려 발생한 파상풍으로 사망한 사고와 같이 질병이 우연한 사고에 의한 자연적인 결과인 경우에 그 질병에 의한 사망은 우연한 사고에 의해 야기된 자연적 결과이고 직접적으로는 질병에 의한 사망이지만 우연한 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것이므로 상해보험이 담보하는 위험에 포함된다고 본다.¹⁴⁾ 

라. 신체의 손상(損傷)

상해보험의 보험사고인 상해가 되려면 신체에 입은 손상이 있어야 한다. 신체의 손상은 상해가 질병 등의 신체적인 결함, 자연발생적인 것 및 정신적 충동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¹⁵⁾ 예컨대, 어떤 형태의 사고 없이 쇼크(Shock)가 유발되어 피보험자에게 정신적 손상을 준 경우라든가,¹⁶⁾ 피보험자가 일사병으로 사망한 경우, 심장 관상동맥의 심한 죽상동맥경화 상태에서 배변 중 발살바 효과로 인하여 갑자기 사망한 경우는 상해나 상해사망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외부적인 물리력에 의한 신체의 손상이 있어야만 상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질식·자연의 힘에 노출·유독가스의 중독 등에 의한 상해나 사망과 같이 신체에 외상이 없는 경우도 포함된다.

3. 인과관계(因果關係)

상해보험에 있어서는 사고의 원인과 상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인정되어야만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이 인정된다.¹⁷⁾

여기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란 상해사건의 사고원인이 상해의 결과에 대하여 주요원인인 경우이거나 또는 병존하는 다른 원인이 공동으로 작용한 때에는 그 사고원인이 병존하는 다른 원인과 대체로 보아 같은 정도로 상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가령 간질환 또는 악성종양을 앓던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고 외과적 치료를 받던 중에 간암으로 사망한 경우는, 교통사고가 간암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통사고와 피보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판례도 「‘상해를 원인으로 하는 사망’이란 상해가 사망의 주요원인인 경우 또는 병존하는 다른 사망원인이 있는 때에는 상해가 적어도 병존하는 다른 사망원인과 대체로 같은 정도로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¹⁸⁾

4. 입증책임(立證責任)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성·우연성·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란 결과와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청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본다.¹⁹⁾ 이에 대하여 상해의 원인에 대한 외래성과 급격성에 대하여는 보험금청구자 등이 입증하여야 할 것이지만, 원인이 보험금청구자 등의 자유의사와 관계없이 발생하였다는 우연성에 대하여는 피보험자 등의 보호를 위하여 보험자에 의한 반증이 없는 한 보험금청구자 등이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그 우연성이 추정되어야 한다는 견해²⁰⁾도 있다.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상해보험은 그 입증책임에 있어서 생명보험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사망 자체가 보험사고이기 때문에 사망한 사실만 입증하면 되고 그 사망의 원인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재해특약이 있는 재해추가보험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사망이 재해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여야만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이와 달리 상해보험에 있어서는 상해의 결과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망의 사실뿐만 아니라 상해의 결과로 사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²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