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위한 생명보험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498-502쪽. -

1. 총설

가. 의의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라 함은 보험계약자가 타인을 보험수익자로 한 생명보험을 말한다. 이것은 보험계약자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자기를 위한 생명보험과 구별된다.

보험계약자가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여야 한다.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았거나 그 뜻이 분명하지 않은 때에는 보험계약자가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통설).

그러나 약관은 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생존보험과 만기보험의 경우는 계약자를, 장해보험과 질병보험의 경우는 피보험자를, 사망보험의 경우는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각각 보험수익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¹⁾ 실제로는 약관규정에 따라 보험수익자가 정해진다.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 이외의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는 경우에는 그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4조 제2항).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보험계약자를 위한 보험으로 볼 수는 없고, 피보험자를 위한 보험으로서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에는 그 피보험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서의 지위를 상속한다고 해석된다.²⁾

나. 보험수익자의 권리·의무

(1) 보험수익자의 권리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권리는 보험계약자에게 있는데(상법 제733조 제1항),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을 행사하면 보험수익자는 보험계약에 의하여 수익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당연히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한다(상법 제639조 제2항). 그러나 보험수익자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보험금청구권 이외의 보험계약상의 다른 권리인 보험증권교부청구권, 계약해지권, 보험료감액 또는 반환청구권, 해약환급금청구권, 적립금반환청구권 등의 권리는 갖지 않는다.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은 확정된 경우에는 양도할 수 있으나, 확정되기 전에는 양도할 수 없다. 이 때 보험수익자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면 보험계약자 자신을 위한 생명보험계약이 되므로, 보험금청구권은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간다.

(2) 보험수익자의 의무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상법 제657조 제1항). 이 통지의무는 보험금청구권의 발생요건은 아니므로 보험수익자가 이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에도 보험수익자의 권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보험자는 통지가 있을 때까지는 이행지체가 되지 않고 통지의무의 해태로 인하여 증가된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또한 보험수익자는 계약당사자가 아니므로 보험료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험료지급의무자인 보험계약자가 파산선고를 받거나 보험료의 지급을 지체한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보험수익자는 그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보험료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상법 제639조 제3항).

2. 보험계약자의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

가. 의의

생명보험계약은 그 성질상 타인을 위한 계약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그 존속기간이 장기인 것이 보통이므로, 보험계약자는 계약 당시의 사정이 나중에 변경되면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보험계약자는 자기를 보험수익자로 한 경우에도 후에 다시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고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상법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을 인정하고 있다(상법 제733조 제1항). 이 때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단순히 상속인이라고 추상적으로 지정·변경하는 경우도 있으나 구체적으로 특정인을 보험수익자로 지정·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포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은 보험사고발생 시까지 보험계약자에게 유보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법적 성질(法的 性質)

보험계약자는 보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보험수익자를 지정·변경할 수 있으므로 그 지정·변경권은 일종의 형성권(形成權)이고 상대방의 수령을 요하지 않는 단독행위(單獨行爲)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그 효력이 생긴다.

다.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

(1)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유보한 경우

(가) 보험계약자가 사망한 경우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지정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사망한 때에는 피보험자가 보험수익자로 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한 후 그 변경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사망한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권리가 확정된다. 그러나 보험계약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승계인이 지정·변경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약정이 있는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지위는 그 승계인의 지정·변경에 따른다(상법 제733조 제2항).

(나) 지정권 행사 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생긴 경우(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① 보험수익자가 지정되기 전이면 아직 보험수익자가 없는 상태이므로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고, ②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의 사망 후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사망한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새로운 보험수익자로 한다(상법 제733조 제4항).

(2)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유보하지 아니한 경우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을 유보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보험수익자의 지위는 확정되므로, 보험계약자는 지정·변경권을 임의로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 이외의 제3자로서 보험존속 중에 사망한 때에는 보험계약자는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다(상법 제733조 제3항 전단). (ⅰ) 이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못하고 사망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한다(상법 제733조 제3항). (ⅱ)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한다(상법 제733조 제4항). 

(3)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의 대항요건(對抗要件)

보험계약자가 계약체결 후에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때에는 보험자에 대하여 그 통지를 하여야 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로써 보험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734조 제1항). 이것은 보험자의 보험금 이중지급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³⁾

지정·변경의 통지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나, 피보험자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험계약자만이 통지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그 타인을 보험수익자로 하지 않는 때에는 그 타인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4조 제2항).

1) 생명보험표준약관 제25조 참조.

2) 양승규, 457면; 정찬형, 734면.

3) 양승규, 459면; 최기원, 622면; 정찬형, 7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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