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보험(團體保險)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492-498쪽. -

1. 단체보험(團體保險)의 의의

단체보험이란 넓은 의미로는 여러 사람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그 다수구성원들을 피보험자로 하되, 원칙적으로 개개인에 대한 진료를 함이 없이 일괄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증권도 1매만 발행하는 보험을 말한다. 단체보험은 단생보험(單生保險)·연생보험(連生保險)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동질적인 피보험자가 여러 명인 경우를 의미한다. 단체보험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보험의에 의한 피보험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인 진단을 생략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넓은 의미의 단체보험 중에서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생명보험계약」만이 상법상의 단체보험에 해당한다(상법 제735조의3 제1항). 

2. 단체보험의 기능(機能)

단체보험은 일반적으로 단체구성원들의 복리후생(福利厚生)을 위하여 가입되는 것으로, 단체를 선택의 단위로 하기 때문에 보험회사로서는 선택 또는 보험료 수급의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영업비용이 절감된다. 따라서 그 효과가 보험료에 반영되어 보험료가 개별보험보다 저렴하며, 기업체에서 단체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그 보험료는 세법상 손비처리가 가능하므로 세제상의 혜택도 받는 장점을 가진다.

3. 단체보험의 특성(特性)

가. 타인의 생명보험

단체보험은 단체(또는 회사) 또는 그 대표자가 보험계약자로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를 단체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므로, 「타인의 생명보험」의 성질을 가진다. 

나. 자기를 위한 단체보험도 성립가능

단체보험의 경우 보통 단체의 구성원이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이고 단체의 대표자가 구성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보험료를 부담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므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체보험이라고 하여 당연히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보험계약자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여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도 체결할 수 있다. 즉 보험수익자를 보험계약자 자신으로 지정하는 것은 단체보험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¹⁾

다. 피보험자의 교체와 보험계약의 동일성 유지

인보험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보험료를 지급받고 피보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하여 불확실한 사고가 생길 경우에 약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험금 등을 지급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이다. 인보험에 있어서는 피보험자가 보험료 책정의 기준이고 피보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위험측정이 달라지므로, 보험사고의 발생대상인 피보험자²⁾의 변경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³⁾ 다만 생명보험 중 연생보험(부부형, 가족형 등)의 경우에는 종피보험자⁴⁾의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체보험에서는 피보험자로 되는 단체구성원의 변경이 예정된 보험이므로, 그 구성원이 단체에 가입․탈퇴함으로 인하여 당연히 피보험자의 지위를 취득·상실하며, 개개의 피보험자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은 동일성을 갖는다는 점에 그 특성이 있다.

라. 단체보험의 특칙

(1) 피보험자의 개별동의를 단체규약(團體規約)에 의한 집단적 동의로의 대체

타인의 사망보험에서는 타인의 서면동의가 보험계약의 유효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법은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개별적인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상법 제735조의3 제1항), 상법 제731조의 피보험자의 개별적 동의를 단체규약에 의한 집단적 동의로 대체하고 있다. 이 특칙조항은 생명보험에 관한 것이지만, 상법 제739조에 의하여 상해보험에 관하여도 준용된다.

이 특칙조항은 피보험자의 개별적 동의는 요구하지 않으나 동의요건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보험에서의 도덕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피보험자의 동의를 단체규약에 의한 집단적 동의로 대체한 것으로 단체규약의 성립에 단체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⁵⁾

(2) 특약조항의 입법취지(立法趣旨)

이 특칙조항의 입법취지는, 타인의 생명보험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체결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얻도록 하는 개별보험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나 단체규약으로서 동의에 갈음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단체보험의 특성에 따른 운용상의 편의를 부여해 주어 단체보험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다.⁶⁾ 또한 단체보험의 경우에는 개인보험(단생보험)에서와 같이 보험이 도박화되거나 피보험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3) 특약조항의 위헌성(違憲性) 여부

이 특칙조항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에 위배되고 헌법 제10조에 위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이에 관하여 이 특칙조항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개인의 의사와 결정권을 무시하고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내재하는 살해 등 가해의 현실적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현상을 용인하고 생명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헌법 제10조에 위반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다수의견으로 이 특칙조항은 「동의요건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보험의 특성에 따라 집단적 동의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 방법은 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거나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에 위배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그 합헌성을 인정하고 있다.⁷⁾ 

마. 단체보험의 내용(內容)

(1) 단체

상법에는 단체의 의미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단체보험의 특칙이 적용되는 단체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보험감독법규상으로는 동일한 단체에 소속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 5인 이상이 보험료의 납입주기 및 납입일을 단일로 하는 경우 또는 동일한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이들을 단체로 취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⁸⁾

(2) 단체규약

단체보험에 있어서 단체규약이란 단체협약, 취업규칙, 회칙, 정관 등 그 형식을 막론하고 단체보험의 가입에 관한 단체내부의 협정으로서, 피보험자로 되는 단체구성원들의 실질적 이해와 의사가 반영된 것을 말한다. 단체규약에는 반드시 보험가입과 관련한 상세한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을 필요는 없고 그러한 종류의 보험가입에 관하여 대표자가 구성원을 위하여 일괄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다만 단체규약이 강행법규인 상법 제731조 소정의 피보험자의 서면동의에 갈음하는 것인 이상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근로자의 채용 및 해고, 재해부조 등에 관한 일반적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⁹⁾

(3) 단체규약의 부존재시 무효처리(無效處理)

상법상의 단체보험에 해당하려면 단체규약에 따라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이어야 하므로, 단체규약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체보험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강행법규인 상법 제731조의 규정에 따라 피보험자인 구성원들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갖추어야만 보험계약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4) 사망보험금의 수령자(受領者)

단체보험은 단체(또는 회사) 또는 그 대표자가 보험계약자로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를 단체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되, 보험계약자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하여는 피보험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단체의 대표자가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그 보험금을 그 대표자가 차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된다. 나아가 피보험자 측에서 그 보험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여 피보험자 측과 보험수익자인 단체의 대표자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단체보험계약이 적법하고 유효한 이상,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은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보험계약자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주류적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¹⁰⁾

다만 피보험자 측과 보험계약자 사이에서는,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사정을 이용하여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경우에는 보험금 수령에 제약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¹¹⁾ 

바. 보험증권(保險證券)의 교부

단체의 구성원들은 그들의 교체․변동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단체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인 단체(또는 단체의 대표자)에게만 보험증권(단일보험가입증서)을 교부하면 된다(상법 제734의3 제1항, 제2항).

그러나 피보험자 별로 보험증권이 따로 발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개인보험의 집합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¹²⁾ 따라서 단체보험에서도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으로 보험증권을 발급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