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대인배상책임보험(自動車對人賠償責任保險)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410-432쪽. -

1. 총설(總說) 

자동차대인배상책임보험은 보험기간 중에 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가 입은 인적 손해에 대하여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책임을 보험자가 보상하는 책임보험을 말한다. 이러한 자동차대인배상책임보험은 보험의 가입이 법률상 강제되는지 여부에 따라 자동차강제책임보험(강제책임보험)과 자동차임의책임보험(임의책임보험)으로 구분된다. 즉 자동차대인배상책임보험은 자배법에 의하여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하는 강제책임보험과 그 초과부분을 자동차보유자의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임의책임보험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자동차보험약관에서는 전자를 대인배상Ⅰ, 후자를 대인배상Ⅱ라고 부른다.

2. 자동차강제책임보험(自動車强制責任保險)

가. 강제책임보험의 의의

강제책임보험이란 자동차대인배상책임보험 중에 자배법에 의하여 그 가입이 강제되는 책임보험을 말한다. 강제책임보험은 보험자가 보험료를 받고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생긴 피해자의 인적 손해에 대하여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을 일정한 보험금액을 한도로 보상하는 대인유한배상책임보험에 해당하며, 보험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보험인수를 거절하지 못한다(자배법 제20조).

이처럼 보험가입을 강제한 것은 자동차사고의 경우에 민법의 일반원칙인 과실책임주의에 따라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하도록 한다면 급증하는 자동차사고의 피해자를 보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강제책임보험은 자동차의 운행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하여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회보장적인 성격이 농후한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자배법의 우선적용(優先適用)

자배법 제3조는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규정(법 제750조, 제756조) 및 국가배상법(법 제2조)의 특별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가 자배법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민법이나 국가배상법에 우선하여 자배법을 적용하여야 한다.¹⁾ 

다. 배상책임의 요건(要件)

(1) 배상책임의 주체(主體)

자배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전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배상책임의 주체인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즉 ‘운행자’란 사회통념상 자동차에 관한 운행을 지배하여(운행지배) 그 이익을 향수하는(운행이익)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한다. 운행자의 개념은 대부분의 경우 동법 제2조 제3항의 보유자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보유자와 같은 정당한 권리를 갖지 않는 무단운전자나 절취운전자 등도 포함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운행지배는 현실적인 지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간접지배 내지는 지배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

판례는 자동차 보유자는 제3자가 무단히 그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즉 무단운전의 경우, 그 운행에 있어 ① 평소 차량과 열쇠의 보관 및 관리상태, ② 보유자와 운전자와의 인적 관계, ③ 보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운행이 가능하게 된 경위, ④ 무단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의 유무, ⑤ 무단운전 후 보유자의 사후승낙 가능성, ⑥ 무단운전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유무(특히 동승자의 경우) 등의 제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그 사고에 대하여 운행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²⁾

이와 달리 절취운전³⁾의 경우에는 보유자는 원칙적으로 자배법상의 운행자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다.⁴⁾ 다만 자배법상의 운행자책임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자동차 및 열쇠의 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⁵⁾

(2) 자동차의 운행(運行)

(가) 운행의 의미

자배법 제2조 제2호는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에는 운행의 의미를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었을 뿐 그 의미에 대하여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하여 「당해 장치」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두고 원동기설(原動機說), 주행장치설(走行裝置說), 고유장치설(固有裝置說), 차고출입설(車庫出入說) 등의 많은 학설의 대립이 있었다. 판례는 고유장치설의 입장에서 「당해 장치」라 함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로서 자동차의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자동차의 고유의 장치를 뜻하는 것이고,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한다는 것은 위와 같은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주행의 전후단계로서 주․정차상태에서 문을 열고 닫는 등 각종 부수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하는 것으로 판시해왔다.⁶⁾

개정 후의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승용차를 운행하기 위하여 시동과 히터를 켜 놓고 대기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잠을 자기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다만 방한 목적으로 시동과 히터를 켜 놓은 상태에서 잠을 자다 질식사한 경우, 이 사고는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는 전혀 무관하게 수면공간으로 사용된 것이므로 자동차 운행 중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⁷⁾ 여전히 고유장치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인과관계(운행으로 인하여)

자동차의 운행 중에 일어난 사고라고 하여, 모든 사고에 대하여 자배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운행으로 인하여」 생긴 사고에 대하여만 운행자가 책임을 진다. 즉 타인의 사망 또는 부상이 자동차의 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만 운행자책임이 인정된다.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예로는, 승용차가 앞서 가던 화물차를 추월하기 위하여 급차선 변경하여 진행하는 사이에 앞에서 날아온 철판을 미처 피하지 못하여 동승자가 사망한 경우,⁸⁾ 화물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전조등을 켜서 그 불빛을 이용하여 작업을 계속하던 중 화물자동차가 경사지에서 굴러 내려와 충격하는 바람에 운전자가 사망한 경우,⁹⁾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한 구음장애, 기억 및 계산능력장애, 부적절한 정서반응, 충돌조절장애, 기태적 행동 등의 정신질환을 얻은 피해자가 1년여동안 입원 및 자가요양을 하였으나 위와 같은 증상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던 중 농약을 먹고 자살한 경우¹⁰⁾ 등이 있다.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예로는, 인부가 통나무를 화물차량에 내려놓는 충격으로 지면과 적재함 후미 사이에 걸쳐 설치된 발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판을 딛고 적재함에 올라가던 다른 인부가 땅에 떨어져 부상을 입은 경우,¹¹⁾ 버스승객이 버스가 정차한 상태에서 열린 출입문을 통하여 하차하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은 경우¹²⁾ 등이 있다.

(3) 피해자의 타인성(他人性)

(가) 타인의 의의

강제책임보험에서 보험대상자인 다른 사람(타인)이라 함은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을 입은 자, 또는 그의 상속인으로서 피보험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자배법상으로는 「자동차의 운행자 및 운전자, 운전보조자를 제외한 그 이외의 자」가 타인에 해당된다. 다만 운전자나 운전보조자라고 언제나 타인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도 사고자동차의 운전자나 운전보조자라도 사고 당시에 현실적으로 자동차의 운전에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면 타인으로서 보호된다고 판시하고 있다.¹³⁾

(나) 타인성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문제된다.

① 친족(親族)

자동차 보유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근친자도 원칙적으로 자배법상 타인이다. 즉 보유자의 근친자인 피해자가 그 운행의 공동운행자(예컨대 부부공동으로 동업하는 경우 또는 차량을 공동임차사용하는 경우 등)가 되어 타인성이 부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는 운행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보험자는 보상책임을 진다. 다만 피해자(친족)에 대한 손해보상을 함에 있어서는 사고 당시의 운행경위, 운행목적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 보험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자동차보험약관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의 부모, 배우자 및 자녀가 다친 경우에는 대인배상Ⅱ에서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논의는 별로 실익이 없다고 본다.

② 공동운행자(共同運行者)

자배법상의 보호대상자인 타인에는 운행자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공동운행자 중 1인이 사고에 의하여 피해를 입게 된 경우 피해를 입은 그 공동운행자는 자배법상의 타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공동운행자 간의 상호관계, 운행지배의 정도, 태양 등에 따라서는 피해를 입은 그 공동운행자에 대하여 자배법 제3조에 의한 구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공동운행자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타인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판례도 복수의 운행자들 사이에 사고 당시 구체적 운행지배의 정도, 태양에 있어 차이가 존재하는 점에 유의하여 공동운행자 사이에서 피해자가 운행자라 하여 곧바로 타인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운행에 대한 지배의 정도, 태양 등을 비교하여 피해자인 공동운행자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에 비하여 상대방 공동운행자의 그것이 보다 주도적이거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어 상대방 공동운행자가 용이하게 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자신이 타인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구체적 운행에 대한 지배의 정도, 태양 등을 비교, 교량하여 타인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¹⁴⁾

피해자인 공동운행자의 타인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상대방 공동운행자에게 모든 손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근본취지에 반한다 할 것이므로, 실제에 있어서는 그 운행지배의 정도, 태양 등에 따라 상대방 공동운행자의 책임을 양적으로 제한하여 배상액을 감액하여야 할 경우가 많다.

③ 공동운전자(共同運轉者)

자배법 제2조 제4호 소정의 「운전자」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동차의 운전이나 운전의 보조에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위하여 운전하는 자는 자배법상 자동차의 보유자이지 운전자가 아니다. 보유자와 운전자의 관계는 반드시 고용관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위임 기타 계약관계도 가능하다.

사고 당시 실제로 자동차 운전에 관여하였던 운전자는 그 스스로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자이므로 자배법상의 보호대상자인 타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¹⁵⁾ 사고 당시에 현실적으로 운전을 담당하지 않은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자배법상의 운전자가 아니므로 타인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¹⁶⁾

한편, 「운전의 보조에 종사하는 자」란 업무로서 운전자의 운전행위에 참여하여 그 지배 하에서 운전행위를 도와주는 자로서 통상 조수가 이에 해당된다. 운전보조자의 경우에도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거나 현실적으로 운전이나 운전보조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경우에는 타인에 해당하지 않지만,¹⁷⁾ 사고 당시에 현실적으로 운전이나 운전보조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았다면 타인에 해당한다.¹⁸⁾

④ 무상(호의)동승자

무상동승이라 함은 대가의 지불 없이 타인의 자동차에 동승하는 것을 말하고, 그 중 호의에 의하여 무상으로 동승하는 것을 「호의동승」이라 한다.

학설은 호의동승자는 타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에 거의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판례도 과실상계를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곧바로 피해자가 자배법상의 타인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무상(호의)동승자의 타인성을 인정하고 있다.¹⁹⁾

그러나 무상(호의)동승자에게 타인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운행자에게만 전부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매우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판례도 무상동승 중 일정한 경우에는 운행자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즉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이를 배상액의 감경사유로 삼을 수는 없으나,²⁰⁾ 차량의 운행자로서 아무 대가 없이 오직 동승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동승을 허락하고 동승자도 그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그 제공을 받은 경우 그 운행의 목적, 동승자와 운행자의 인적 관계, 그가 차에 동승한 경위, 특히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²¹⁾ 과실상계의 방법뿐만 아니라 무상동승 자체만으로도 간명하게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라. 보험금지급(保險金支給)과 그 한도(限度)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보험사고 발생 후 일정한 요건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하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확인한 후에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피해자가 자배법 제12조의 규정에 따라 동법시행령 제6조 소정의 청구서를 제출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계약자의 의견을 들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또 보험계약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동법시행령 제7조, 제8조). 그리고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상을 입은 피해자는 그 손해배상금이 확정되지 아니한 때에도 보험자에 대하여 가불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 가불금 청구가 있으면 보험자는 지체 없이 그 청구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10조, 동법시행령 제9조).

강제책임보험은 유한배상책임보험으로서 보험자가 지급할 보험금은 동법시행령 제3조에 규정되어 있다. 즉 피해자 1인당 사망 및 후유장해에 따라 보험자가 지급할 보험금의 한도액을 정하고 있는데, 그 한도에서 실손해액을 보상한다. 이 때 강제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2대 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하나의 사고에 관여하였다면, 각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은 피해자의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각자의 책임보험금의 한도액 전액이다.²²⁾

마. 소멸시효(消滅時效)

강제책임보험의 경우에도 자배법 제9조에 의하여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이 인정되는데, 이것은 동법 제33조에 의하여 시효가 2년이 된다.²³⁾ 

바. 면책사유(免責事由)

자배법 제3조는 단서에서 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승객인 경우와 승객이 아닌 경우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면책요건을 실제로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무과실책임에 가깝다.

(1) 피해자가 승객이 아닌 경우

승객이 아닌 자가 사상한 경우에는 ① 자기 및 운전자가 운행에 관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② 피해자 또는 자기 및 운전자 이외의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③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 또는 기능에 장해가 없었다는 것 등 3가지 요건 모두를 증명하여야 면책된다.

(2) 피해자가 승객인 경우

승객이 사상한 경우에는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일 때를 증명하여야 면책된다.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는 승객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기하여 의식적으로 행한 행위에 한정된다. 판례도 승객인 피해자가 운전자의 강제추행이나 감금 등을 피하기 위하여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에는 고의 또는 자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²⁴⁾

사.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自動車損害賠償保障事業)

(1) 의의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망 또는 부상을 입은 피해자는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 등에 의하여 보험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자동차사고의 피해자가 전혀 보험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즉 피해자가 보험자에게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자배법시행령 제6조에 따라 청구자의 주소, 성명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주소, 성명 및 사고자동차의 종류와 등록번호 등을 청구서에 기재하여야 하므로, 이른바 「뺑소니사고」와 같이 가해자나 가해자동차를 알 수 없는 경우이거나 가해자를 안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강제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무보험상태이고 배상능력도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는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강제책임보험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없는 경우에 특별히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는데, 이처럼 보험보호를 받을 수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²⁵⁾가 관장하는 사업이 바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이다.

(2) 보장사업의 대상(對象)

정부는 ①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또는 ② 보험가입자등이 아닌 자가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에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의 보험금의 한도 안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한다(동법 제26조). 정부가 피해자에게 보상한 경우에는 그 보상금액의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代位行使)할 수 있다(동법 제31조).

(3) 보험금 등의 청구·지급

피해자는 건설교통부장관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 또는 가불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동법 제27조 제1항, 제9조, 제10조). 건설교통부장관은 피해자의 보상청구서를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심사한 후 책임보험의 보험금의 한도 안에서 보상금을 결정하고, 결정한 날부터 10일이내에 이를 지급하여야 한다(동법 제26조 제1항, 동법시행령 제16조 제5항).

(4) 다른 법률에 의한 배상 등과의 조정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은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인적 손해(사망 또는 부상)를 입은 피해자가 아무런 구제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책임보험금의 한도에서 특별히 보상해주는 것이므로, 정부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자로부터 그 손해의 배상을 받거나 국가배상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의하여 손해보상을 받은 경우에는 그가 배상 또는 보상받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보상책임을 면한다(동법 제28조 제1항).

(5) 보장사업(保障事業)의 재원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은 그 보장기금으로 영위되는데, 강제책임보험 등에 가입하여야 하는 자와 일정한 자동차의 보유자는 이 보장사업을 위한 분담금을 정부에 납부하여야 한다(동법 제29조 제1항). 이 분담금은 정부의 세입세출예산 외로 운용되며 그 금액과 납부방법,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정하고 있다.

3. 자동차임의책임보험(自動車任意責任保險)

가. 임의책임보험의 의의

임의책임보험이란 강제책임보험과는 달리 피보험자가 자동차의 사고로 타인을 사망 또는 부상하게 하여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경우에 그 손해의 보상을 위해 임의로 가입하는 대인배상책임보험을 말한다. 이것은 강제책임보험만으로는 대인사고로 인한 전손해(全損害)를 담보할 수 없는 경우, 즉 타인의 인적 손해가 강제책임보험의 한도를 넘는 경우에 대비하여 인정된 임의책임보험이다.

상법 제726조의2에서 「자동차보험계약의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소유·사용 또는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강제책임보험과는 달리 임의책임보험에서는 자동차사고로 인한 인적 손해의 원인이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그 소유·사용·관리 등의 사고를 널리 포함한다.

나. 피보험자의 범위

피보험자의 범위는 자동차보험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르다. 강제책임보험(대인배상Ⅰ),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 대물배상책임보험과 같은 손해보험에서의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상 피보험이익의 주체로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에 보험금을 지급받을 자를 말하며 보험자의 배상범위와 관련하여 자주 문제된다.

(1) 기명피보험자(記名被保險者)

기명피보험자란 보험증권에 피보험자로 기재된 자를 말한다(자동차보험약관 제10조 제2항). 기명피보험자가 누구인지는 보험계약상 중요한 요소이다. 판례는, 지입차량에 관하여 실제 차주가 보험회사와 사이에 지입한 회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지입한 회사가 기명피보험자가 되고 실제 차주는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고,²⁶⁾ 경찰서 소속의 관용차량에 관하여 경찰서장을 기명피보험자로 표시하여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 기명피보험자는 국가이고 위 차량을 사용하는 경찰서 직원은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²⁷⁾

기명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 체결당시 생존해 있어야만 보험계약이 유효하다고 본다.²⁸⁾ 따라서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모두가 제3자의 사망 사실을 모른 채 사망자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것이라면 그 자동차보험계약은 효력이 없다.

(2) 기명피보험자의 동거친족(同居親族)

기명피보험자와 같이 살거나 살림을 같이하는 친족으로서 피보험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 중인 자를 말한다(자동차보험약관 제10조 제2항 제2호).

(3) 승낙피보험자(허락피보험자)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 중인 자를 말한다. 다만 자동차정비업, 주차장업, 급유업, 세차업, 자동차판매업, 자동차탁송업, 대리운전업 등 자동차를 취급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이들의 피용자 및 이들이 법인인 경우에는 그 이사와 감사를 포함한다)가 업무로서 위탁받은 피보험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로 보지 않는다(자동차보험약관 제10조 제2항 제3호).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거나 개별적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묵시적이거나 포괄적 승낙이어도 무방하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임을 요하고, 승낙받은 자로부터 다시 승낙받는 자는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²⁹⁾

기명피보험자인 매도인이 피보험자동차를 매수인에게 매도하였으나 그 소유 명의는 매수인 앞으로 변경하지 않은 채 매수인이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 그 매수인이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판례는 이를 긍정하는 경우³⁰⁾와 부정하는 경우³¹⁾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체로 매매대금 완제 및 이전등록서류의 교부 여부를 매도인의 운행자성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보아 위 두 가지 요소가 구비된 경우 매도인이 운행자성을 상실하므로 매수인은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위 두 가지 요소만으로 매수인이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위 두 가지 요소뿐 아니라 그 밖의 차량매매에 따른 제반 사정까지도 모두 참작하여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4)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使用者)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 대물배상책임보험의 피보험자에는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도급계약, 위임계약 또는 이들과 유사한 계약에 기하여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도 해당된다. 다만, 기명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사용자의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때에 한한다(자동차보험약관 제10조 제2항 제4호).

(5) 운전피보험자(運轉被保險者)

자동차보험약관 소정의 각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 중인 자(운전보조자 포함)를 말한다(자동차보험약관 제10조 제2항 제5호). 대개는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되어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를 의미한다.

자동차보험약관에서 위와 같이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까지 피보험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취지와 위와 같은 운전자와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 중인 자」를 별도의 항목에서 피보험자로 보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본다면, 위와 같은 운전자의 경우에는 그 운행에 있어서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승낙의 유무에 관계없이 약관상의 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³²⁾

다. 피해자(被害者)의 범위

보통 피해자라 함은 자동차에 의한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자 또는 그의 상속인으로서 피보험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임의책임보험의 경우도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는 피보험자의 책임있는 사고로 생긴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직접청구권이 있다.

그런데, 임의책임보험에서는 ① 기명피보험자 또는 그 부모․배우자 및 자녀, ② 피보험자동차를 운전 중인 자 또는 그 부모․배우자 및 자녀, ③ 기명피보험자로부터 허락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또는 그 부모․배우자 및 자녀, ④ 배상책임의무가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 ⑤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사용자의 업무에 사용하는 경우 그 사용자의 업무에 종사중인 다른 피용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은 수 있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손해를 입은 때 등은 피해자로서의 타인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범위에서 제외한다(자동차보험약관 제14조 제1항).

라. 면책사유(免責事由)

(1) 자동차보험약관(自動車保險約款)상의 면책사유

자동차보험약관은 임의책임보험의 경우 면책사유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
(나) 전쟁,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및 이와 유사한 사태에 기인한 손해
(다) 지진, 분화, 태풍, 홍수, 해일 등의 천재지변에 의한 손해
(라) 핵연료물질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에 기인한 손해
(마) 요금이나 대가를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대여한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
(바)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에 관하여 제3자와의 사이에 다른 계약을 맺고 있을 때에 그 계약으로 말미암아 늘어난 손해
(사) 피보험자 본인이 무면허운전을 하였거나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 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

(2) 면책약관의 개별 적용(個別 適用)

자동차보험에 있어 동일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 피보험자가 복수로 존재하는 경우에 그 피보험이익도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으로 독립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피보험자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이나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가려서 보상책임의 유무를 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에 있어서 약관에 피보험자 개별적용조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각 피보험자별로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를 가려 면책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복수의 피보험자 중 어느 한 피보험자가 면책조항에 해당한다고 하여 보험자가 모든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상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³³⁾

(3) 업무상 재해 면책약관(業務上 災害 免責約款)

자동차보험 중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보험)은 피보험자가 자동차사고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하는 대인사고로 인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 중 강제책임보험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보험약관 제14조 제1항 (2)호는 「대인배상의 경우 다음에 해당하는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아니한다」라고 하면서 그 제5호에서 「배상책임의무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적시함으로써 이러한 경우를 보험회사의 면책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위 면책조항을 규정한 취지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의 각종 보상책임을 규정하는 한편 이러한 보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궁극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전보받도록 하고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전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범위에서는 이를 제외하려는 데 있다.

피해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보상받는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임의책임보험은 책임액의 제한이 없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급여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자동차보험약관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범위를 넘어서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상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 대하여 대법원판례는 업무상 재해에 의한 피해 근로자의 손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면책조항에 의하여 보험자가 면책된다고 한다면 자동차보험의 피보험자인 사업주의 피해 근로자에 대한 자배법 또는 민법 등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여 피보험자에게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되는바, 이는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자동차보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및 제7조 제2호 소정의, 고객인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인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범위를 넘어서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면책조항의 '괄호 안 기재 부분'은 위 같은 법률의 각 조항에 의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³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에 의하면, 동법은 사업의 위험률, 규모 및 사업장소 등을 참작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적용제외사업)을 제외하고는(제5조 단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을 그 적용범위로 하고, 적용제외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의 사업주는 당연히 보험가입자가 되도록 하며, 적용제외사업에 해당하여 당연가입 대상자가 아닌 사업주의 경우에도 일정한 절차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얻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 면책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업장이 적용제외사업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해당하더라도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얻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고 있어야 한다.

마. 무면허·음주운전 면책

(1) 무면허운전면책(無免許運轉免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보험자 본인이 무면허운전을 하였거나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험자는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기서 무면허운전이라 함은 도로교통법 또는 건설기계관리법의 운전(조종)면허에 관한 규정에 위반하는 무면허 또는 무자격운전을 말한다(자동차보험약관 제16조 ⑪).

운전면허의 효력이 취소․정지 중에 있거나 운전의 금지중에 있을 때에도 무면허운전에 포함되지만, 적법한 통지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된 경우에 한한다. 판례도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이후 적법한 통지 또는 공고가 없는 동안의 자동차운전이나 운전면허증을 회수당하여 소지하지 아니하는 동안의 운전은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³⁵⁾ 운전면허취소통지에 갈음한 적법한 공고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공고만으로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2종보통운전면허로 1종차량을 운전하는 것과 같이 운전면허의 종별을 위반하여 운전한 것도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³⁶⁾ 그러나 운전면허의 종별이 다른 면허이더라도, 보험자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면책을 주장하지 못한다. 판례도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와 사이에 1종 특수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하여 1종 대형면허 소지자를 주운전자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보험회사는 주운전자가 소지한 1종 대형면허로 위 차량을 운전하더라도 그 운전이 운전면허가 취소, 정지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한 그 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여 주기로 하는 약정을 한 것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무면허운전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³⁷⁾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 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의미한다. 대법원판례도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이 경우에 있어서 묵시적 승인은 명시적 승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면책약관이 적용되므로 무면허운전에 대한 승인 의도가 명시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정도로 그 승인 의도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여러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하며,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과실로 운전자가 무면허임을 알지 못하였다거나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데에 과실이 있었다거나 하는 점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적용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고 판시하고 있다.³⁸⁾

여기에서 승낙피보험자는 승인의 주체가 아니므로,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³⁹⁾ 또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은 운전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면허자(無免許者)가 하는 운전에 대한 것임을 요한다. 따라서 무면허운전자의 구체적인 운전행위 그 자체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승인 내지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까지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⁴⁰⁾

무면허운전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그 법규위반상황을 고려한 것이므로, 반드시 보험사고와 무면허운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만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판례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운전자의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경우에도 위 면책규정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 면책조항이 무면허운전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⁴¹⁾

한편, 대법원은 자동차책임보험의 경우와는 달리 상해보험(인보험)의 경우에는 무면허운전 면책약관과 관련하여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무면허운전 부분에 대하여는 면책약관이 무효라고 보고 있다. 즉 「무면허운전이 형사처벌까지 받는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긴 하나 무면허운전의 경우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면허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자살이나 고의적인 자상행위 또는 보험수익자에 의한 피보험자 살인이나 상해행위의 비윤리성과는 달라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선의성․윤리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법 제732조의2와 제663조의 규정에 비추어 무면허운전 사고면책에 관한 상해보험약관의 규정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고, 이는 그 보험약관이 재정경제부장관의 인가를 받았다 하여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⁴²⁾

(2) 음주운전면책(飮酒運轉免責)

음주운전이란 도로교통법에서 정하고 있는 한계치 이상의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음주운전면책에 관한 법리도 무면허운전면책에 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약관에서 피보험자 본인이 음주운전을 하였거나,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피보험자 본인이 대인배상의 경우는 200만원, 대물배상의 경우는 50만원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보험자는 그 범위 내에서 면책되는 것으로 하였다(자동차보험약관 제14조 제2항).⁴³⁾

음주운전면책은 피보험자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여 스스로 사고를 야기하여 상해를 입은 경우에 대하여는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이러한 위험은 도덕적 위험을 방지하거나 피보험자를 제재하는 측면에서도 면책으로 함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혈중알콜농도 0.13%의 주취상태에서 타인의 차량을 훔친 후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같이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이 경합하는 경우에도 보험자의 면책을 부인하고 있다. 즉 「사고가 비록 피보험자가 타인의 차량을 절취하여 무면허,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의 절취와 무면허, 음주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며, 피보험자가 무면허라고 하여도 그가 차량을 절취한 장소로부터 사고지점까지 약 10km를 운전한 점에 비추어 운전기능이 없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술김에 열쇠가 꽂혀 있는 차량을 절취하여 운행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고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감행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라기보다 피보험자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⁴⁴⁾

바. 유상운송 면책(有償運送 免責)

유상운송 중의 사고를 보험자의 면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비사업용 자동차를 유상운송에 제공하는 행위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로서 이를 억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용자동차와 비사업용자동차는 보험사고의 위험률에 큰 차이가 있어 사업용자동차의 경우에는 보험사고의 위험이 훨씬 큰 만큼 별도의 위험담보특약에 의하여 추가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한 그로 인한 위험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데 그 주된 취지가 있다.⁴⁵⁾

이 면책사유와 관련하여서는, 보험가입시 회사동료나 직원의 출․퇴근용, 학생의 통학용 등으로 공동사용하려는 목적을 밝히고 공동사용 특별요율에 의한 할증보험료를 납입한 후 피보험자동차를 이용하는 동료나 학생들로부터 일정한 금원을 받아온 경우에 이러한 행위가 유상운송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이 경우 피보험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반복적으로 금원을 수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상운송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서는 안 되고, 운행의 목적과 빈도, 운행경로나 이용승객수, 운행형태의 변경으로 인한 위험의 증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상운송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판례는 피보험자가 특정된 구성원만을 위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여 공동사용 특별요율에 의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그 운행과 관련하여 그 구성원으로부터 반복적으로 금원을 수수하였으나 그 사고 발생의 위험률이 유상운송의 경우에 비하여 낮고, 운행경비(실비)의 분담 차원에서 행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유상운송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⁴⁶⁾

1)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5다29390 판결; 2001. 6. 29. 선고 2001다23201, 23218 판결.

2) 대법원 1995. 2. 24. 선고 94다41232 판결; 1997. 11. 14. 선고 95다37391 판결; 1998. 7. 10. 선고 98다1072 판결; 1999. 4. 23. 선고 98다61395 판결 등.

3) 절취운전이란 자동차 보유자와 아무런 인적 관계가 없는 자가 자동차를 보유자에게 반환할 의사 없이 보유자의 승낙을 얻지 아니한 채 자동차를 절취하여 운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4) 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다10380 판결; 2001. 2. 23. 선고 99다66953 판결; 2001. 4. 24. 선고 2001다3788 판결 등.

5) 대법원 1988. 3. 22. 선고 86다카2747 판결; 2001. 6. 29. 선고 2001다23201, 23218 판결 등.

6)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8다30834 판결; 2000. 9. 8. 선고 2000다89 판결 등.

7)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다41824 판결.

8) 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다39837 판결.

9)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다71232 판결.

10) 서울고등법원 1988. 9. 8. 선고 88나6148 판결.

11) 대법원 1993. 4. 27. 92다8101 판결.

12) 대법원 1994. 8. 23. 선고 93다59545 판결.

13) 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22328 판결.

14)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2884 판결;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32840 판결 등.

15) 대법원 1987. 10. 28. 선고 87다카1388 판결.

16) 대법원 1989. 4. 24. 선고 89다카2070 판결; 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다15946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971 판결.

17) 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1536 판결.

18) 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22328 판결.

19) 대법원 1987. 9. 22. 선고 86다카2580 판결;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6다카2994 판결; 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다13710 판결;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53141 판결 등.

20) 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24302 판결.

21)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53141 판결.

22) 대법원 2002. 4. 18. 선고 99다38132 전원합의체판결.

23) 즉,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이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의 성질이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점에 근거하여 그 소멸시효가 3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으나, 자배법 제33조 및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24) 대법원 1991. 3. 8. 선고 90다16771 판결;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5다22115 판결.

25)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은 건설교통부장관이 관장한다(동법 26조 제5항).

26)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32840 판결.

27)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12356 판결.

28) 다만 계약당시 기명피보험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라 하여도 편의상 사망자를 기명피보험자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기명피보험자에 관하여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쌍방의 의사가 합치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보험계약은 유효하다고 본다.

29) 대법원 1995. 4. 28. 선고 94다43870 판결; 대법원 1997. 3. 14. 선고 95다48728 판결.

30)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24127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4다15264 판결; 대법원 1997. 3. 14. 선고 95다48728 판결.

31)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30221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다6110 판결.

32) 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3331 판결.

33) 대법원 1998. 4. 23. 선고 97다19403 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2189 판결 등.

34) 대법원 2005. 3. 17. 선고 2003다2802 전원합의체판결. 

35) 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2530 판결.

36)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19079 판결.

37)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19079 판결;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7다3163 판결.

38) 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다2542 판결.

39)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36420 판결; 대법원 1994. 5. 24. 서고 93다41211 판결;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17888 판결 등.

40)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41549 판결.

41)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다19298 판결.

42)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17951 판결.

43) 참고로 자기차량손해보험의 경우에는 음주운전을 전부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약관 제14조 제1항 제6호 (16).

44)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8다34997 판결.

45)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36642 판결;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54726 판결;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349 판결.

46)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54726 판결;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34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