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의 직접청구권(直接請求權)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388-394쪽. -

1. 의의

제3자의 직접청구권이란 보험사고의 피해자인 제3자가 피보험자의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에게 직접 손해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상법 제724조 제2항).

제3자의 직접청구권은 모든 책임보험계약에서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나, 그 밖에도 이를 특별히 인정하고 있는 주의적 규정들이 있다. 즉 보관자의 책임보험에 있어서 물건의 소유자는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손해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상법 제725조),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에 있어서 의료기관은 보험사업자 등에게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자배법 제11조), 신체손해배상특약부화재보험에 있어서 피해자는 손해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화재로인한재해보상과보험가입에관한법률 제9조), 원자력손해배상책임보험에 있어서 피해자는 보험금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원자력손해배상법 제8조)는 규정들이 그것이다.

2. 인정취지(認定趣旨)

책임보험은 피보험자를 위한 보험이므로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에는 보험계약관계에 따른 법률문제가 있고, 피보험자와 피해자인 제3자 사이에도 배상책임관계에 따른 법률문제가 있으나, 보험자와 피해자인 제3자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문제가 없다. 즉 책임보험은 피보험자를 위한 계약이므로, 이러한 책임보험에서 피해자인 제3자는 보험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리의무도 갖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어 1993. 1. 1.부터 시행된 개정상법에서는 피해자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험자에 대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을 특별히 규정하여(상법 제724조 제2항), 경제적으로는 책임보험금을 피해자인 제3자에게 우선적으로 귀속시키고 있으므로, 이러한 한도 내에서 보험자와 제3자는 법률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는 피해자(被害者)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법의 배려이다.

3. 법적 성질(法的 性質)

가. 학설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학설은, ① 보험금청구권이 아니라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이라는 손해배상청구권설(損害賠償請求權說)¹⁾, ②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에 바탕을 두고 그와 내용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보험금청구권설(保險金請求權說)²⁾이 있다.

생각건대 피해자(제3자)와 보험자 사이에는 아무런 보험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3자의 직접청구권을 보험금청구권이라고 볼 수는 없고, 보험자가 가해자인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를 중첩적 또는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손해배상청구권설)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 결과 보험자와 피보험자는 부진정연대채무관계(不眞正連帶債務關係)에 있게 된다.

나. 현재의 대법원 판례의 입장

대법원은 개정된 현행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³⁾ 

다. 상법규정의 적용범위

개정 상법 부칙 제2조 제1항은 이 법 제4편의 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성립한 보험계약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단서에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개정 상법규정의 시적 적용범위가 문제된다.

판례는 보험계약이 개정 상법 시행 전에 체결되고 보험사고가 개정 상법 시행 전에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개정 상법 부칙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개정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⁴⁾

4. 직접청구권과 소멸시효(消滅時效)

가.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인 제3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설을 취하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그 시효는 민법 제766조에 의하여 제3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된다.⁵⁾

이에 대하여 보험금청구권설에 따르면, 제3자의 직접청구권은 상법 제662조에 따라 2년의 시효가 적용된다. 학설 중에는 보험자의 채무는 보험계약에 의하여 발생된 것인데 보험계약에서 원래 정한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의 시효가 2년임에 반하여 위 상법규정으로 인하여 특별히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시효가 그보다 장기가 되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2년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손해배상청구권이라 할 것이므로, 3년의 시효가 적용된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나. 상법 제724조 제2항 소정의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자배법 제9조에 의한 직접청구권과는 구별하여야 한다. 자배법에 의한 책임보험의 경우에도 동법 제9조에 의하여 직접청구권이 인정되는데, 이 직접청구권은 동법 제33조에 의하여 2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⁶⁾

5. 손해배상청구권, 보험금청구권과의 관계

가. 제3자(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의 관계

책임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해자)가 제3자(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고가 생긴 경우, 피보험자는 제3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후 그 지급금액의 범위 내에서 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제3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상법 제724조에 의하여 발생하고 피해자인 제3자의 가해자인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50조, 제756조, 자배법 등에 의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각각 발생의 법적 근거가 다르다. 따라서 양 청구권은 별개 독립한 것으로서 병존하며, 제3자는 그 중 하나의 청구권을 임의로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자가 이중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그 중 하나의 청구권을 행사하여 이행이 된 때에는 그 범위 안에서 양 청구권은 동시에 소멸한다. 일종의 부진정연대채무 또는 청구권경합의 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나. 피보험자(가해자)의 보험금청구권과의 관계

① 제3자(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과 피보험자(가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은 택일적인 것이 아니고 병존하는데, 양 청구권이 경합하는 경우에 어느 청구권이 우선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책임보험계약에서 보험금액 한도액이 없는 경우에는 제3자의 직접청구권과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 것인지가 문제가 되지 아니하나, 책임보험계약에서 보험금액 한도액을 정하는 경우에는 배상액의 일부에 관하여 이행한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과 배상을 받지 아니한 잔액에 관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과의 합계액이 보험한도액을 초과한 때에는 그 초과부분에 대하여 양 청구권의 경합이 생긴다{예: 피해자의 손해액 9,000만원, 책임보험한도액 6,000만원,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지급액 2,000만원의 경우를 생각할 때 피보험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2,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직접청구권(6,000만원 한도)과의 경합문제가 생길 것이다}.

② 학설로는, 일반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제3자(피해자)에 대한 지급에 의하여 감소한 피보험자의 책임재산이 복구되어야 할 것이므로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이 우선한다는 견해(보험금청구권우선설)와 피보험자는 책임보험에 의한 담보 없이 언제나 다액의 채무를 새로 부담하게 될지 모르므로 피보험자의 일반채권자는 피보험자의 책임재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각오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을 우선시켜야 한다는 견해(직접청구권우선설)가 있다. 제3자의 직접청구권이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에 우선한다고 보는 직접청구권우선설이 통설이고 타당하다고 본다.

판례도, 피보험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보험금청구권과 제3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갖는 직접청구권의 관계에 관하여, 상법 제724조 제1항은 제3자의 직접청구권이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에 우선한다는 것을 선언하는 규정이라고 보고 있다.⁷⁾ 그러므로 보험자로서는 제3자가 피보험자로부터 배상을 받기 전에는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으로 직접청구권을 갖는 피해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보험자는 제3자가 피보험자로부터 배상을 받기 전에는 상법 제724조 제1항의 규정을 들어 피보험자의 보험금지급 청구를 거절할 권리를 갖게 된다.

③ 한편,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에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이 부존재한다는 판결이 선고․확정된 경우 그 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피해자가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지가 문제된다. 이 경우 피해자인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성질을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보는 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과 피보험자의 권리는 그 성질이 달라 위 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3자는 직접청구권으로 소구할 수 있다고 본다. 판례도 「직접청구권은 독립된 권리로서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또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라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 행사 이전에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이 부존재한다는 판결이 선고․확정되어도 그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에게 미치지 않으며 그 사유만으로 피해자가 당연히 보험자를 상대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⁸⁾

1) 구상법 시절의 판결(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2530 판결); 정찬형, 670면; 김성태, 623면.

2) 구상법 시절의 판결(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4424 판결); 양승규, 376-377면. 같은 면에서 「책임보험계약에서 피해자는 법의 규정에 따라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의 보상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보험자에 대한 피해자의 보험금청구권은 손해보상청구권이지 손해배상청구권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면서 보험금청구권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대법원 1998. 7. 10. 선고 97다17544 판결;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4397 판결;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7856 판결 등.

4)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3143 판결.

5)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47235 판결;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3다6774 판결.

6) 대법원 2001. 10. 31. 선고 2001다58368 판결(심리불속행기각);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1다61753 판결;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3다6774 판결.

7) 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다28093 판결.

8)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4424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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