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보험(運送保險)의 의의와 종류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339-344쪽. -

1. 해상보험계약의 의의

가. 해상보험계약의 의미

해상보험계약은 해상사업에 관한 사고로 인하여 생길 손해를 보상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손해보험을 말한다(상법 제693조).

해상보험은 해상사업과 관련된 사고로 인한 선박이나 적하, 운임에 생긴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많이 이용되고 있다. 상법은 해상보험계약에 대하여 다른 보험에 비해 비교적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당사자 사이의 지위를 규율하기에는 상법의 규정이 미흡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상보험계약의 내용은 약관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다.

실무상 약관에는 「이 보험계약에서 생기는 책임문제는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는 준거법조항을 두고 있는데,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다」고 판시하여 이 준거법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¹⁾

나. 해상보험계약의 특성

(1) 기업보험으로서의 성질

해상보험의 경우 해운업이나 무역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 보험자와 서로 대등한 경제적 지위에서 계약조건을 정하는 보험이므로 기업보험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해상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는 보험계약자의 이익보호를 위한 법의 후견적 배려는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어느 정도 당사자 사이의 사적 자치에 맡겨 특약에 의하여 개별적인 이익조정을 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보험의 성격상 국제적인 유대가 강하고 보험실무상으로도 영국법 준거조항을 둔 영문 보험약관이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상법 제663조 소정의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의 적용이 배제된다.²⁾

(2) 국제적 성질

해상보험은 국제무역거래에서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관계로 국제적 성질을 가진다. 현재 국내보험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영국의 협회보험약관은 해상보험에서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실무상 해상보험은 거의 대부분이 기평가보험으로 체결된다.

2. 해상보험의 종류

가. 피보험이익(被保險利益)에 의한 분류

(1) 선박보험(船舶保險)

선박보험이란 보험의 목적인 선박의 소유자로서의 피보험이익에 관한 보험을 말한다. 선박보험에서는 선박 자체 이외에, 선박의 속구․연료․양식 기타 항해에 필요한 모든 물건은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한다(상법 제696조 제2항). 다만 당사자간의 약정에 의하여 물건의 일부를 보험의 목적에서 제외할 수 있다.³⁾

선박보험에 있어 피보험이익은 선박소유자의 이익 외에 담보권자의 이익, 선박임차인의 사용이익도 포함된다. 따라서 선박임차인도 추가보험의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⁴⁾

(2) 적하보험(積荷保險)

적하보험이란 보험의 목적인 적하(운송물)의 소유자로서의 피보험이익에 관한 보험을 말한다. 적하(積荷)는 해상운송의 객체가 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으로서 살아있는 동물도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연료, 안전항해를 위한 모래, 식료품, 낚시도구나 선원 및 여객의 수하물 및 휴대품 등과 같이 운송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물건은 적하에서 제외된다.⁵⁾

(3) 운임보험(運賃保險)

운송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해상위험으로 멸실한 경우에는 운송인은 그 운임을 청구할 수 없다(상법 제812조, 제134조 제1항). 여기서 운송인이 해상위험으로 인하여 받을 수 없는 운임을 피보험이익으로 한 보험이 운임보험이다.

운임보험에 있어 운임은 순운임(純運賃)이 아니라 비용을 포함한 총운임(總運賃)을 말한다. 이는 순운임 산출에 관한 분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나, 당사자간의 약정으로 순운임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운임을 부보한 것인지 또는 순운임을 부보한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때에는 총운임을 부보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⁶⁾

(4) 희망이익보험(希望利益保險)

희망이익보험이란 보험의 목적인 적하의 도착으로 인하여 얻을 희망이익을 피보험이익으로 한 보험을 말한다.⁷⁾ 그러나 희망이익만을 보험에 붙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이 보험은 보험가액을 정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선적지의 적하의 가액에 일정한 비율(예컨대 10%)의 가액을 더하여 적하보험과 함께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⁸⁾ 이 보험에서 보험가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보험금액을 보험가액으로 추정한다(상법 제698조).

(5) 선비보험(船費保險)

선비보험이란 선박의 의장(艤裝) 기타 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하여 가지는 피보험이익에 관한 보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선비는 총운임에 포함되어 운임의 취득에 의하여 회수되는 것이므로 선비에 대한 피보험이익은 운임보험에 포함될 수도 있으나, 선비만을 따로 분리하여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선비보험이 된다.

나. 보험기간(保險期間)에 의한 분류

(1) 항해보험(航海保險)

항해보험이란 특정한 항해를 표준으로 하여 보험기간을 정하는 보험을 말하며,⁹⁾ 선박보험보다는 적하보험에서 주로 많이 이용된다.

(2) 기간보험(정시보험)

기간보험이란 일정한 기간을 보험기간으로 한 보험을 말한다. 주로 선박보험에서 많이 이용되고, 그 기간은 1년 또는 6개월로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¹⁰⁾

(3) 혼합보험(混合保險)

혼합보험이란 항해기간과 일정한 기간의 양자를 표준으로 하여 보험기간을 정하는 보험을 말하며, 선박보험에서 많이 이용된다.

다. 확정보험(確定保險)과 예정보험(豫定保險)

(1) 확정보험

확정보험이란 보험계약의 내용의 전부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확정되어 있는 보험을 말한다.

(2) 예정보험

가) 의의와 효용
예정보험이란 보험계약의 내용(선박․적하의 종류, 보험금액 등) 중 일부 또는 전부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확정되어 있지 않은 보험계약을 말한다. 우리 상법은 예정보험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예정보험은 보험계약의 예약과는 다르며, 이미 성립된 독립적인 보험계약이다. 예정보험은 신속하고도 간편한 보험계약체결로 보험계약자에게 무보험상태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수수료와 비용 등을 절약하게 해준다.

나) 선박미확정의 적하예정보험
상법은 예정보험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선박미확정의 적하예정보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보험계약의 체결당시에 하물을 적재할 선박을 지정하지 아니한 경우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그 하물이 선적되었음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 대하여 그 선박의 명칭, 국적과 하물의 종류, 수량과 가액의 통지를 발송하여야 하고(상법 제704조 제1항), 이 통지를 해태하면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월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동조 제2항).¹¹⁾

1) 대법원 1971. 1. 11. 선고 71다2116 판결; 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

2)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23818 판결.

3) 대법원 1978. 12. 26. 선고 78다2028 판결은 「의장품이 선체의 종물이라 할지라도 특히 당사자가 공제계약의 목적물로 삼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면 그 법적 운명에 있어서 반드시 선체와 함께 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4) 대법원 1988. 2. 9. 선고 86다카2933,2934,2935 판결.

5) 최기원, 387면.

6) 同旨: 최기원, 391면.

7) 희망이익이란 적하의 매도인이 적하의 도착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 또는 운송주선인․중개인․위탁매매인 등이 적하의 도착으로 인하여 받을 수수료 등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희망이익은 적하보험에 포함될 수도 있으나, 이를 분리하여 보험에 가입한 경우에 희망이익보험이 된다고 한다[정찬형, 645면].

8) 양승규, 293면.

9) 가령 보험기간을 甲항으로부터 乙항까지로 정한 것이다.

10) 정찬형, 646면.

11) 대법원 1966. 1. 25. 선고 64다53 판결은, 「선박미확정의 적하해상보험계약에 있어서 하물을 철선에 실을 것을 전제로 하여 이를 기준으로 한 보험료율에 의하여 보험료를 지급한 경우에 그 화물을 목선에 적재할 때에는 선적 전에 보험자에게 통고하고, 목선에 해당되는 추가보험료를 지급하여야만 그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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