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이익(被保險利益)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246-251쪽. -

1. 피보험이익의 의의

가. 피보험이익(insurable interest, Versicherungsinteresse)이라 함은 피보험자가 재산상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가지는 경제상의 이익(이익설)¹⁾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가지는 적법한 경제적 이해관계(관계설)²⁾를 말한다.³⁾ 피보험이익이 없는 손해보험계약은 무효이다. 이러한 피보험이익의 개념은 사행계약으로서의 손해보험계약을 도박과 구별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피보험이익은 손해보험계약에만 존재하는 보험계약의 특유한 요소로서 인보험(人保險)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다.⁴⁾ 또한 피보험이익의 관념은 손해보험에서도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는 이익을 가지고 있는 물건보험에서만 인정되고 책임보험과 같은 재산보험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⁵⁾

다. 상법은 피보험이익을 「보험계약의 목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상법 제668조). 이는 보험사고 발생의 대상을 의미하는 「보험의 목적」과는 구별되는 개념임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동일한 화물에 대하여 송하인과 운송인이 각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서는 보험의 목적은 동일하나, 보험계약의 목적은 송하인에게는 소유권자로서의 이익이고 운송인에게는 배상책임(賠償責任)의 불발생이라는 소극적 이익이므로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 피보험이익의 요건(要件)

가. 적법(適法)한 이익

피보험이익은 적법한 이익이어야 한다. 따라서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이라든가,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 금제품․금수품에 대한 이익, 도박․탈세․절도 등에 의하여 얻은 재화에 의한 이익은 피보험이익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이익을 피보험이익으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때에는 당사자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고 당연히 보험계약은 무효이고, 보험료도 청구할 수 없다. 또한 이미 수령한 보험료는 반대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민법 제746조에 의하여 보험자는 이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 피보험이익의 적법성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나. 금전(金錢)으로 산정 가능한 이익

피보험이익은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어야 한다(상법 제668조). 이는 경제적 이익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덕적․종교적 가치, 개인적인 특수이익, 감정적․정신적인 이익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이익은 피보험이익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익의 부보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보험제도가 도박의 목적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의 목적인 물건에 대한 소유권․물권․채권 등과 같은 법률상의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화재로 인하여 영업불능(營業不能)으로 된 기간 동안에 얻을 수 있었던 희망이익과 같은 사실상의 이해관계도 피보험이익이 될 수 있다.⁶⁾

경제성을 가지는 이익이라면 그 이익이 건물의 소유자가 그 건물에 가지는 이해관계 등과 같이 적극적 이익이든, 타인의 물건을 보관하는 자가 그 물건이 훼손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갖는 이해관계 등과 같은 소극적 이익이든 모두 피보험이익이 될 수 있다.⁷⁾
다. 확정(確定) 가능한 이익

피보험이익은 보험계약체결 당시에 이미 확정된 것이거나, 늦어도 보험사고의 발생 시까지는 확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험사고발생 시까지 피보험이익이 확정되지 않으면 손해가 확정되지 않고 그 결과 손해의 보상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피보험이익에 관한 모든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확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계약체결 당시에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보험이익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요소가 정하여져 있으면」 충분하다.⁸⁾ 예컨대 피보험이익의 귀속주체가 불확정한 경우나 선택적 관계에 있는 수 개의 피보험이익에 대하여 그 주체가 미확정인 경우에도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늦어도 보험사고 발생 시까지는 피보험이익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익은 확정될 수만 있다면 현재의 이익뿐만 아니라 장래의 이익․조건부이익 등을 보험계약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 그 예로는 포괄보험(상법 제687조), 희망이익보험(상법 제689조 제2항, 제698조) 등을 들 수 있다.

3. 피보험이익의 기능(機能)

가. 보험계약의 효력판정 기준(效力判定 基準)

절도․도박 등에 의하여 얻을 이익이나 형벌(刑罰)이나 행정벌(行政罰) 등에 의하여 상실된 이익 등과 같이 피보험이익이 흠결된 손해보험계약은 당사자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당연히 무효가 된다. 따라서 피보험이익은 보험계약의 효력판정 기준이 된다.

나. 보험자의 책임범위 기준(責任範圍 基準)

손해보험은 피보험이익에 관하여 생긴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므로(상법 제665조), 보험자의 책임은 현존하는 피보험이익의 가액의 범위 안에서 피보험자에게 생긴 손실을 한도로 하는 것이다. 즉 손해보험자의 보상책임은 실손해액(實損害額)을 초과할 수 없고, 또 피보험이익의 가액을 최고한도로 한다. 그러므로 「이익이 없으면 보험도 없다」라는 명제가 성립되고, 피보험이익은 보험자의 보상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다. 초과보험·중복보험(超過保險·重複保險) 등의 방지

보험은 피보험이익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일 뿐 이득을 주려는 제도는 아니다. 피보험이익은 보상의 기준이 되어 이득금지의 원칙을 관철시키고, 일부․초과보험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피보험자는 보험자로부터 보험사고로 입은 손해액 이상으로는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고의적인 보험사고의 유발이 억제되어 도덕적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라. 보험계약의 동일성을 구별하는 기준(보험계약의 개별화)

보험계약의 동일성을 구별하는 기준은 보험의 목적(재화)이 아니라 피보험이익이다. 즉 피보험이익은 손해보험계약을 개별화시키는 표준이 된다. 따라서 피보험이익이 다른 경우에는 동일한 보험의 목적에 관하여 여러 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예컨대 동일한 보험의 목적(특정한 선박)에 대하여 선박보험에 가입할 경우 선박소유자와 담보권자, 선박임차인은 각각 다른 피보험이익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자 별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4. 피보험이익 흠결의 효과(效果)

가. 당연무효(當然無效)

피보험이익이 흠결된 보험계약은 당연무효가 된다. 이 경우 보험료는 불법원인급여이므로(민법 제746조) 보험자는 반대의 특약이 있는 경우라도 보험료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⁹⁾ 다만,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선의이거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나. 피보험이익흠결(被保險利益欠缺) 주장의 신의칙위반(信義則違反) 여부

보험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피보험이익의 존부에 관하여 다투지 아니하다가, 보험사고를 이유로 보험금청구를 당하게 되자 그 때서야 비로소 피보험이익의 흠결을 주장하며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피보험이익이 흠결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할 것이고, 보험자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도덕적 위험 및 도박보험을 방지하고 이득금지의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한 피보험이익의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를 신의칙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5. 입증책임(立證責任)

피보험이익의 흠결에 관한 입증책임은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보험자에게 있다.¹⁰⁾

1) 최기원, 281면; 손주찬 565면.

2) 양승규, 195면.

3) 피보험이익의 의미에 관한 이익설과 관계설은 표현상의 차이일 뿐이므로 어떠한 견해를 택하든 그 결과와 실익에서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4) 그러나 「피보험이익은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자가 담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하여 보험사고가 생길 때에 피보험자에게 보험보호를 하여야 할 경제적인 이익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와 연관시켜 보는 것이 오늘의 보험거래의 실정에 맞다」는 입장에서 「피보험이익의 관념은 손해보험뿐 아니라 생명보험과 같은 인보험에 있어서도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도 있다(양승규, 193-194면).

5) 同旨: 양승규, 193면.

6) 同旨: 정희철, 412면; 양승규, 198면; 정찬형, 595면.

7) 同旨: 정희철, 412면; 양승규, 198면; 정찬형, 595면.

8) 同旨: 최기원, 284면; 채이식, 528면.

9) 대법원 1964. 7. 12. 선고 64다389 판결; 대법원 1964. 10. 27. 선고 64다798, 799 판결; 대법원 1966. 12. 27. 선고 66다2145 판결.

10) 대법원 1988. 2. 9. 선고 86다카2933,2934,293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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