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제97조의 부활

-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229-232쪽. -

1. 서설(序說)

근래 시중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하여 기존보험계약의 예정이율이 시중금리를 웃도는 상태(이차역마진)¹⁾가 되자 보험회사들이 그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당하게 계약을 전환시킴으로써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크게 부각된 바 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여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기존의 상법 및 약관상의 부활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부활제도인 보험업법상의 부활이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5호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에 대하여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로 하여금 기존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킴으로써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함으로써 기존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거나 그 밖에 부당하게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이러한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동조 제3항은 「기존보험계약이 소멸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기존보험계약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와 「당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기존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및 예정이자율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비교하여 알리지 아니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기존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거나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의제하고 있다. 나아가 동조 제4항에서는「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가 제1항 제5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기존보험계약을 소멸시키거나 소멸하게 한 때에는 당해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가 속하거나 모집을 위탁한 보험회사에 대하여 당해 보험계약이 소멸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멸된 보험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보험업법 제97조가 규정하고 있는 부당하게 소멸된 보험계약의 부활의 요건, 절차 및 효과 등에 대하여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2. 요건(要件)

가. 기존보험계약(旣存保險契約)의 유효한 성립

소멸하기 전의 기존보험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되어 존속하였던 것이어야 한다. 기존보험계약이 성립과정에서의 무효․취소 또는 해지사유로 인하여 무효․취소 또는 해지된 때에는 보험업법 제97조의 부활은 인정되지 않는다.

나. 기존보험계약의 부당한 소멸

기존보험계약이 부당하게 소멸되었어야 한다. 보험계약이 부당하게 소멸되었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이 소멸하게 된 경위, 보험설계사 등의 권유정도,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 설명(기존보험계약의 해지에 따른 불이익 및 새로운 보험가입의 장단점 등)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 계약소멸 전후의 모든 상황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보험업법 제97조 제3항은 기존보험계약이 소멸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기존보험계약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거나, 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기존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및 예정이자율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한 사항²⁾에 대하여 비교하여 알리지 아니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기존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거나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 부활청구기간(復活請求期間) 내의 청구일 것

부활청구기간(기존보험계약이 소멸한 날로부터 6월) 내에 청구가 있어야 한다. 다만 부활청구기간 중에 보험기간이 종료하면 부활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본다.

라. 해약환급금(解約還給金) 등의 반환

보험계약자가 기존보험계약의 소멸로 인하여 수령한 해약환급금 및 새로운 보험계약으로부터 수령한 제급부금을 반환하여야 한다(보험업법시행령 제45조 제5항). 계속보험료 미지급으로 해지된 계약의 부활과는 달리 보험업법 제97조의 부활은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 등의 계약체결 또는 모집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해약환급금 등에 대한 이자는 가산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 보험자가 동일할 것

기존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보험자가 동일하여야 한다. 즉 보험업법 제97조의 부활은 기존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이 동일한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한 계약에 한하여 적용된다(보험업법시행령 제45조 제5항).

바. 보험자의 승낙(承諾)

보험업법 제97조의 부활도 여전히 보험자의 승낙이 있어야만 부활계약이 성립한다. 다만 부활의 청구를 받은 보험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부활을 승낙하여야 한다는 것(보험업법 제97조 제5항)이 기존의 상법 및 약관상의 부활과는 다른 점이다.

3. 절차(節次)

가. 부활청구서(復活請求書)의 제출

보험계약자가 부당하게 소멸된 보험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취소하고자 할 때에는 보험계약 부활청구서에 기존보험계약의 소멸을 입증하는 서류 및 새로운 보험계약의 보험증권을 첨부하여 보험회사에 제출하여야 한다(보험업법시행령 제45조 제1항). 다만 부활청구는 기존보험계약이 소멸한 날로부터 6월 이내에만 할 수 있다(보험업법 제97조 제4항).

나. 접수증(接受證) 교부

보험회사는 부활청구서 등을 접수한 때에는 접수증을 교부하고 부활사유 및 제출된 서류의 기재사항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보험업법시행령 제45조 제2항).

다. 낙부통지(諾否通知) 및 승낙의제(承諾擬制)

보험업법 제97조의 부활도 기존의 상법 및 약관상의 부활과 마찬가지로 낙부통지의무와 승낙의제에 관한 조항이 적용된다. 즉 보험회사는 부활청구를 받은 날 또는 건강진단을 받는 계약의 경우에는 진단일부터 30일 이내에 승낙 또는 거절의 통지를 하여야 한다. 통지기간 안에 통지가 없는 때에는 승낙한 것으로 본다(보험업법시행령 제45조 제3항).

4. 효과(效果)

보험업법 제97조의 부활이 성립한 경우 기존의 상법 및 약관상의 부활계약과 동일한 효과가 생긴다.

1) 이차역마진이란 보험료에 적용하는 확정금리보다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2) 보험기간, 예정이자율 이외에 보험료․보험기간․보험료 납입주기 및 납입기간, 보험가입금액 및 주요보장내용, 보험금액 및 환급금액, 예정이자율, 보험목적, 보험회사의 면책사유 및 면책사항 등이 보험업법 제97조 제3항 제2호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한 사항’에 포함된다(보험업법시행령 제4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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