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189-196쪽. -
1. 의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에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때로부터 1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2조 제1항). 이 때 위험이라 함은 보험사고발생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2)
이 통지의무 규정의 취지는 보험자로서는 보험계약 체결당시에 측정된 위험을 기준으로 보험료 및 보험금액을 산정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므로 계약체결 후의 위험이 변경․증가된 경우에는 보험료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사정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영역 내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비추어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되거나 증가된 것에 대한 통지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이를 통지받은 보험자로 하여금 보험료를 다시 조정하는 등 적절한 대응방법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
2. 법적 성질(法的 性質)
이 의무의 법적 성질이 보험계약의 성질에서 나온 진정한 의무라는 견해3)도 있으나, 고지의무와 마찬가지로 간접의무(間接義務)라고 본다(다수설).4) 따라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이 통지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 보험자의 계약해지에 의하여 보험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3. 통지의무자(通知義務者)와 통지수령자(通知受領者)
통지의무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이다. 인보험(人保險)의 보험수익자는 통지의무자가 아니다.
통지수령권자는 보험자와 보험자를 위하여 통지수령권(通知受領權)을 가지고 있는 대리인이다.
4. 통지의무의 발생요건(發生要件)
가. 보험기간 중의 변경·증가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가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은 보험계약이 성립될 때까지의 위험 중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인 반면, 위험이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은 보험계약이 성립된 때로부터 종료할 때까지 사이에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보험계약자가 형편이 좋지 않은 위험상태가 계약성립(契約成立) 전에 이미 존재하였음을 계약성립 후에 비로소 알게 된 경우 그것은 위험의 증가는 아니나, 이 경우에도 통지의무자는 보험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견해5)가 있는데, 타당한 견해라고 본다. 왜냐하면 위험의 변경․증가가 보험계약이 성립된 때로부터 종료할 때까지에 생긴 경우를 예정하여 상법 제652조가 규정된 것이기는 하나, 이 경우도 보험자로부터 승인을 받거나 보험료를 다시 조정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이 계약성립 전에 존재하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때에도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는 현저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란 그 정도의 위험이 계약체결 당시에 존재하였다고 하면 보험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되는 정도의 위험의 변경․증가를 말한다(다수설·판례).6) 이에 대하여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사실을 이처럼 확대해석하여서는 곤란하므로 이보다 범위를 좁게 잡아 「일반적으로 보험자가 예상할 수 없는 돌발적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 한한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7)가 있다.
일시적으로 위험이 변경․증가되는 경우는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다.8)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가 있었는지 여부는 보험목적물의 사용․수익방법의 변경, 보험료율의 주요 결정요소의 변경 등 구체적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9)
판례는, 화재보험에 있어서는 피보험 건물의 구조와 용도뿐만 아니라 그 변경을 가져오는 증․개축에 따라 보험의 인수 여부와 보험료율이 달리 정하여지는 것이므로 화재보험계약의 체결 후 피보험 건물의 구조와 용도에 상당한 변경을 가져오는 증․개축공사를 시행한 경우,10) 보험계약 체결 후에 피보험자동차의 구조가 현저히 변경된 경우11) 등을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가 있는 경우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화재보험의 목적물이 양도되었으나 그 소유자만 변경되었을 뿐 보험료율의 결정요소인 영위직종과 영위작업, 건물구조 및 작업공정이 양도 전후에 동일한 경우12)나 손해보험에서 보험목적의 가격상승에 따른 보험가액의 증가가 있는 경우, 생명보험에서 계약체결 후 다른 생명보험에 다수 가입한 경우13), 렌터카를 지입 형태로 운행하는 사실(렌터카의 운행 형태가 달라진 경우임)14) 등에는 위험의 현저한 증가 또는 변경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 객관적 위험(客觀的 危險)의 변경·증가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이는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의 원인이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외부의 객관적 사정에 기인한 것임을 의미한다(객관적 위험의 변경·증가).15) 여기서 객관적 위험의 증가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임의로 일으킨 것이거나 허락한 것이 아닌 것으로서 그것이 자연적인 사건으로 생긴 것이거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개입할 수 없는 제3자의 행위나 외부적 사정으로 인한 것을 말한다.16)
이와 달리 상법 제653조에서 정한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행위로 말미암은 것을 뜻하는 이른바 주관적 위험(主觀的 危險)의 변경·증가이다.
라. 변경·증가의 인식(認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를 알았어야 한다. 공지(公知)의 사실이라고 하여도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위험이 변경․증가된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 통지의무를 지지 않는다.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위험의 변경·증가 사실을 적극적으로 탐지(探知)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17)
보험자가 위험의 변경․증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그것을 통지할 의무가 없다(통설).
5. 입증책임(立證責任)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그것을 근거로 보험계약의 해지를 주장하는 보험자에게 있다.18) 그 입증책임을 보험계약자에게 부담시키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은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의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본다.
6. 통지의 시기(時期)와 방법(方法)
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위험이 변경․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를 하여야 한다. 여기서 ‘지체 없이’란 「귀책사유 있는 지연 없이」 통지하여야 한다는 뜻이다.19)
나. 통지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구두 또는 서면으로 할 수 있으나, 약관에서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례는 기업보험(企業保險)과 관련된 사안에서 약관에 의하여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 약관상의 모든 통지에 관하여 서면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구두의 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20)
그러나 상법 제663조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 가계보험 등의 경우에도 서면 통지를 하도록 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법 제663조 본문)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다.
7. 통지의무해태(通知義務懈怠)의 효과
가. 보험자의 계약해지권(契約解止權) 등의 발생
이 통지의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2조 제1항).
여기서 1월의 기간은 제척기간이다. 보험자는 재판상이든 재판외이든 또 보험사고발생 전후를 묻지 않고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지의 의사는 1월의 제척기간 안에 보험계약자에게 도달하여야 한다(민법 제111조 제1조). 따라서 해지권을 재판상 행사하는 경우에는 해지의 의사표시를 담은 소장부본(訴狀副本)이 제척기간 안에 보험계약자에게 송달되어야만 비로소 해지권행사의 효력이 발생한다.21) 그러나 1월의 제척기간 안에 해지의 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도달하지 않은 때에는 해지권은 소멸하게 되므로 그 때 이후에는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나. 계약해지의 효과(效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소급효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법 제655조 본문에 의하여 보험금의 청구에 관한 한 소급효가 있어서 해지 이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보험금을 지급하였다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위험변경․증가의 사실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때에는, 보험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상법 제655조 단서).
8. 통지의무의 이행과 보험자의 권리
보험자가 위험변경․증가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1월 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2조 제1항). 즉 보험자는 보험료의 증액청구나 계약해지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1월의 제척기간 중에 보험료의 증액청구나 계약해지를 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제척기간 내에는 보험자는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1월의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보험료의 증액청구와 계약해지를 포기한 것이 된다.
보험설계사가 통지의무의 대상인 「보험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보험자가 보험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알았다거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 통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22) 따라서 가령 화재보험의 목적인 건물에서 영위하고 있는 업종이 변경된 사실을 보험설계사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자가 업종변경사실을 알았다거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 업종변경사실의 통지의무의 이행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1) 보험약관에서는 '계약 후 알릴 의무'라고 표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