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 의무 위반과 인과 관계 없는 암환자 보험사에서 사망 보험금 지급 거부

□ 사건개요

청구인 아버지 유모 씨(사망)는 97년 5월 24일 생명보험사의 ‘직장인플러스보장보험’에 가입해 유지하던 중 98년 12월 원주기독병원에 입원했다. 식도정맥이 파열돼 정맥을 묶는 치료 과정에서 식도에 종양이 발견됐다. 서울의 병원으로 전원해 정밀 검사 결과 식도암으로 밝혀져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 회사는 과거 간경화로 치료 받은 사실이 있었는데도 보험을 청약할 때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사망보험금을 제외한 암진단 급여금(1천만원)과 이미 납입한 보험료만 환급해 주었다. 그 후 유씨는 치료를 받다가 99년 8월 16일 사망했고, 청구인이 사망 보험금(3천만원)을 신청했으나 보험회사는 거부했다.

□ 당사자 주장

청구인은 고지의무 위반 사유인 간경화와 인과 관계가 없는 식도암 진단을 받고 사망했으므로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회사에서는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전에 간경화 등으로 진단을 받고 6일간 입원 치료한 사실이 있는데도 청약서에 이를 알리지 않았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나, 위반 사유가 보험사고인 식도암과 무관하므로 약관에 따라 진단 급여금만 지급해 보험 계약을 해지했고, 사망보험금은 진단 후 1백80일 이내 사망하지 않았으므로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쟁점 사항

직장인플러스보장보험 약관상 고지의무 위반 사유와 인과관계가 없이 발생한 암의 피보험자가 발병일로부터 1백80일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 한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토록 하는 조항이 상법 제655조(계약 해지와 보험금 청구권) 단서와 제663조(계약자 등의 불이익 변경 금지) 및 약관규제법에 반하는지 여부.

□ 분쟁 내용 검토

상법 제655조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등이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액의 반환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법 동조의 단서에 의하면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 증명된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규정함으로써,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당해 보험금은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663조는 ‘이 편의 규정은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 ‘직장인플러스보장보험’ 암보장 특약(개인형) 약관 제7조는 ‘피보험자의 암진단 확정 후 암진단 확정과 인과관계가 없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는 암진단 확정일로부터 1백80일 이내에 피보험자가 그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제1급의 장해 상태가 되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때까지 발생한 암으로 인한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여 드리며, 이 경우 계약 해지시 이미 지급한 금액은 공제합니다’라고 규정해 보험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없는 고지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부분인 사망까지 무제한적으로 해지의 효력을 미치도록 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자 등의 본질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상법 제655조 및 동법 제663조에 반해 무효라고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했다.

□ 처리 결과

보험회사는 보험의 암보장 특약 약관 제7조의 규정을 들어 유씨가 식도암으로 사망한 보험사고에 대한 암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위 약관 조항을 무효로 보아 피보험자 유씨의 식도암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암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보험사는 이를 수용하고 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 문제점 및 개선 방향

이 사례와 관련된 보험약관에 의하면 고지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없는 암보험 가입자가 암 발병 후 1백80일 이내에 사망할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1백80일 이상 생존하다가 사망할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1백80일 이상 생존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시 말하면 암보험 가입자가 1백80일 이내에 사망해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의 정서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이러한 약관 조항을 정하게 된 배경이 의심스럽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러한 조정 결정을 내린 후 유사 사건이 법원에서도 이 사례의 조정 결정과 동일하게 판결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년 4월 1일 개정, 시행한 보험상품관리규정에 보험 상품의 변경 명령을 내리면서 동 약관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어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