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상대방이 신호를 어겨 사고가 났더라도 자신이 과속했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1부(부장판사 김대휘)는 오토바이를 타고 쌍방 직진신호에서 좌회전을 하다 직진중인 승용차에 치여 사망한 박모씨 유가족이 상대 운전자 노모씨(22)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고는 원고 손해의 10%인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차로 신호준수라는 ‘신뢰의 원칙’을 어기고 좌회전한 박씨에게 1차적 책임은 있지만,당시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렸던 노씨가 제한속도를 지켰다면 치명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교차로 신호위반 차량과 과속차량 충돌시 신호위반 차량에게 100% 책임을 물렸던 대법원 판례와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과속은 금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그동안 스스로 교통규칙을 지키는 운전자는 교통규칙 위반이나 비이성적인 상대방의 행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신뢰의 원칙을 판결에 적용해왔다.

국민일보 200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