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집단소송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백수(白壽)보험’을 둘러싼 공동소송에서 처음으로 가입자 승소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판결이 백수보험에 대한 공동소송 중 가입자가 이긴 첫번째 소송이라는 점에서 공동소송을 낸 다른 건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백수보험 소송인이 모두 승리할 경우 보험업계가 부담할 보험금이 수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백수보험, 첫 가입자 승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31부(이홍철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삼성생명을 상대로 92명의 백수보험 가입자들이 제기한 확정배당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89명의 가입자가 제기한 백수보험 확정배당금 청구건에 대해 확정배당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3명의 가입자가 제기한 종신연금보험의 확정배당금 청구는 기각했다. 종신연금보험의 경우 상품안내장 등에 예정이율이 12%라는 점이 명시돼 있고 백수보험 상품안내장에는 예정이율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백수보험의 경우 예정이율이 몇%인지가 명시돼 있지 않아 고객이 확정배당금을 못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면서 “금리 변동에 따라 가입자들에게 단순히 배당금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이해됐을 뿐 배당금이 아예 없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주계약 1000만원짜리 계약의 경우 주계약금액의 10%인 연간 100만원의 생활자금을 지급하게 돼 있는데 이 금액만큼의 확정배당금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확정배당금을 받게 되는 시기는 소송을 제기한 시점부터 2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개별 가입자별로 계산된다.
■집단소송 영향 어떻게 될까
백수보험 소송에서 계약자가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지난해 4월 백수보험 가입자 303명은 모두 44억원의 확정배당금 지급을 요구하며 각기 가입 보험사를 상대로 동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회사별 소송인원은
금호생명 15명,
흥국생명 10명, 삼성생명 92명,
알리안츠생명 41명,
교보생명 145명 등이었다.
그뒤 올 1월 가입자 360명이 추가로 6개 생명보험회사를 상대로 58억원의 확정배당금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에 따라 백수보험 소송의 원고는 663명, 소송 금액은 102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백수보험 1차 집단소송’을 낸 인원 303명과 관련된 재판에서 백수보험 계약자들의 패소가 이어졌다.
지난 6월24일 흥국생명, 7월21일 금호생명, 7월22일
대한생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각각 계약자들이 모두 패소했다. 교보생명 및 알리안츠생명은 재판이 진행중이다. 패소한 계약자들은 모두 항고를 진행중이거나 항고할 예정이다. 한편 보험가입자 360명의 ‘2차 집단소송’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공동소송을 지원한 보험소비자연맹은 “백수보험 전체 소송건 12건 중 현재 승소 1건, 패소 4건,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예정된 건이 7건”이라면서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소송비용의 85%를 피고가, 나머지 15%를 원고가 부담하라고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가입자가 완전 승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가입자 1백만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판매기록과 함께 대규모 집단소송 기록을 남기게 된 ‘백수보험’ 문제는 우선 보험부터 팔고 보자는 그릇된 보험사의 관행에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보업계, 파장 예의주시
보험업계는 이번 판결이 계약자들의 ‘부분 승소’로 집단소송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이 계약자들의 최종 승리로 돌아갈 경우 수백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삼성생명은 이번 판결에 따라 개별 가입자에게 주계약의 2배에 달하는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번 판결에서도 최소한의 확정배당금만 지급하도록 돼 보험금 추가지급액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 논리에 맞지 않게 확정배당금을 추가로 지급할 경우 다른 계약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즉시 항소할 것임을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이번 판결은 부분 승소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소송건의 대부분이 계약자들에게 생활자금만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보험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9월 9일 (금) 18:36
파이낸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