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많은 보험 가입시켜 놓고
서류는 청약철회 기간 이후에 …

인천에 사는 박씨는 최근 K생명 보험설계사를 통해 5년형 적금보험에 가입하기로 하고 월 1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설계사는 당시 다 알아서 최종 계약서를 작성해 보내줄 테니 일단 서명부터 하라며 빈 양식을 내줬고 별다른 의심 없이 서류 몇 장에 서명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계약서가 좀 늦게 도착했구나 싶었는데, 내용이 기가 찼다.

설계사는 적금보험 대신에 수당이 많이 나오는 보장성 보험인 FA(패밀리 어커운트보험, 보험기간 70세까지)보험에 가입시켜 놨으며, 그것도 설계사의 실적을 고려해 7월에 80만원, 8월에 50만원씩 따로 나뉘어 계약돼 있었다. 설계사 마음대로 보험종류, 보험료, 계약시기를 정해 계약을 성립시켜 놓고, 청약서부본, 영수증, 증권 어느 것 하나 전달해 주지 않고 있다가 청약철회 기간인 15일 이후 전달해 주어 해지권 행사도 못하게 한 것이다.

보험소비자연맹(회장 유비룡)이 최근 발표한 대표적인 보험 피해 사례다. 연맹에 따르면 박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를 상대로 한 민원은 2000년 3684건에서, 2001년 4173건, 2002년 4360건, 2003년 5959건으로 늘었다. 2004년엔 상반기에만 3631건으로 급증했다. 2000년에 비해 거의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는 대부분 설계사들이 계약 서류를 전달하지 않거나, 약관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변액유니버설 보험에 관한 사례가 특히 눈길을 끈다. 변액보험의 경우 최근 생보사에서 신 계약의 50% 이상을 달성할 만큼 인기가 좋지만 과당 영업으로 무리를 빚고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른 수익분을 계약자에게 나눠주는 실적배당형 상품. 문제는 고객들이 변액보험에 가입할 때 설계자의 말만 믿고 내용을 잘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기존의 종신보험을 변액보험으로 ‘갈아타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데 원금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보험설계사들은 변액보험 수익률을 0%, 100%, 200% 등이라면서 현재 이자율로 환산하면 연간 0%, 4.75%, 9.5% 정도에 해당, 연간 9.5%짜리 정기예금과 수익률이 같다고 설명하지만, 실적 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치명적 질병(CI)보험의 경우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발생한 민원 사례가 소개됐다. 연맹에 따르면 최근 D사의 CI보험에 가입한 최모 씨는 ‘뇌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후 보험금 2400만원을 청구했다가 지급을 거절당했다. 최씨는 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로부터 뇌출혈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는다고 들었지만 보험사는 이 상품의 약관에 뇌출혈 후 언어장애 등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나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보험 설계사가 세부적인 약관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피해를 본 사례다.

연맹은 이런 피해 사례들은 대부분 친인척 등 연고판매에 의존한 설계사의 잘못된 영업 행태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평소 친분을 이용해 설계사 자신의 업적이나 수당에 유리하게 보험을 가입시키는 것은 물론 계약서류를 전달하지 않고,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며, 고지의무를 방해하고, 고 수당 계약을 권유하는 것. 특히 최근엔 보험료 횡령, 불법 약관대출, 보험료 카드깡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연맹 측은 밝혔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보험 설계사의 교육내용이나 수준은 별로 개선되지 못해 그만큼 피해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 권익을 찾으려는 의식도 확산되고 있어 민원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맹에 따르면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와는 다르게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은 여전히 설계사들에게 1∼2개월 정도만 약식으로 교육시키고 바로 영업현장에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로 가정주부 등 여성 설계사들이 많아 책임감도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전담 설계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보험 가입자는 업무착오 등으로 고객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고아 계약자’가 돼 뜻하지 않게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조연행 국장은 “국내 생보사는 아직까지도 친인척 등 연고판매에 의존하는 등 구태의연한 ‘보험 아줌마’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는 아무리 친한 설계사라도 계약자로서 챙겨야 할 것은 반드시 챙겨야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요주의! 보험설계사 5대 유형 빈 청약서에 자필서명 ‘금물’ 1. 서명만 해라, 내가 다 알아서 해 준다 요즘 보험 계약에서는 자필서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설계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빈 양식의 청약서를 들고 와 서명을 먼저 하고 계약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필 서명이 됐을 경우 보험 계약 내용이 설명된 부분과 아무리 다른 내용으로 체결됐어도 보험사에서는 이의제기를 받지 않는다. 이럴 경우 보험설계사만 믿었던 계약자는 어이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 때문에 빈 청약서에 자필서명만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2. 고지하지 마라, 2년만 지나면 다 괜찮다 보험은 계약할 때, 청약서에 피보험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보험회사에 제대로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사항이 있다.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보험설계사에게 이야기하고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느냐 물으면 지금은 이상 없고 별거 아니니까 고지하지 않아도 되고 또 2년만 지나면 아무 문제없이 보장이 되니까 걱정 말라고 대답하는 보험설계사가 가끔 있다. 하지만 실제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지급심사는 보험설계사가 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보험설계사에게 구두 고지한 것은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미한 것이라도 마음에 걸린다면 고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해약하고 더 좋은 신상품 나왔으니 다시 가입해라 ‘보험을 갈아타라(승환계약)’고 권할 땐 물론 상품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회사나 보험설계사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승환계약을 한다고 보험을 중단하면 암 보장의 경우 계약 후 90일이 지나야 보장이 가능하므로 공백이 있을 때 사고가 발생하면 보장을 받을 수 없다. 또 새로 보험을 가입하려면 역시 고지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그 동안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면 가입이 거절되거나 제한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기존 보험 해약 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4. 적금보험, 펀드상품이다 보험에서 완전한 저축상품은 없다. 적금식도 보험이므로 보험료 안에는 사업비나 보장보험료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공제한 나머지 보험료에 대해서 이자부리가 되기 때문에 금리변동이 적용되는 상품이라면 실제 예상했던 금액을 수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요즘 많이 판매되고 있는 변액보험의 경우 마치 고수익을 올리는 순수한 펀드상품인 것처럼 설명되어 판매되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간 불입해도 중도해약 시 투자수익률에 따라 원금의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 보험료를 나한테 보내라 사정상 제때에 보험료 납입을 못할 경우 간혹 보험설계사는 “내 통장으로 입금시켜라” 라고 한다. 하지만 혹시 입금이 안 되면 효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자신은 입금했는데 보험설계사가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효력을 상실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 계약자는 어디 하소연할 방법이 없다.

이코노믹리뷰 200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