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실 교통사고 발생시 가해자(피보험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못해 법원에 내는 공탁금에 대해선 보험사가 이를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환급이 안된 돈이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최근 한 보험사는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피보험자에게 공탁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탁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보험자들과 보험사 사이에 공탁금 환급 논란이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소비자연맹(자보연)은 16일 피보험자가 부담한 공탁금과 관련,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에서 공탁금을 공제한 경우 보험회사는 이를 피보험자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지급하지 않은 규모가 최근 2년 사이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탁금 환급을 청구할 경우 대부분 돌려주고 있다고 밝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교통사고 공탁금 못 돌려주나, 안 돌려주나

강신욱 자보연 사무총장은 "최근 잇단 대법원 판결에 따라 피보험자가 부담한 공탁금은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인정 돼 보험사에서 손해배상시 공탁금 만큼을 공제해 왔다"며 "이에 따라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지급한 공탁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일단 이에 대해선 손해보험업계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상준 손해보험협회 보장사업팀장은 "보험사가 손해배상금에서 공탁금을 공제했을 경우 이를 피보험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피보험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탁금 환급을 청구할 경우 반드시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피보험자가 보험사에 공탁금 환급 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데 있다.

실제 강원도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4월 교통사고 발생 후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안 돼 같은 해 5월 8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그러나 김씨는 얼마 전까지 보험사로부터 공탁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공탁금을 공제하고 손해배상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해당 보험사에 수차례 환급 요청을 하고나서야 공탁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김씨가 보험사측에 환급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공탁금이 고스란히 보험사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피보험자가 청구 안하면 안 돌려준다?

자보연은 "보험사가 손해배상금에서 공탁금을 공제한 사실을 확인했다면 피보험자의 환급 요청 이전에 먼저 돌려줘야 옳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손보업계와 입장이 엇갈린다. 신상준 손보협회 팀장은 "사고 가해자나 피해자가 공탁 사실을 보험사에 미리 알리지 않을 경우 공탁 사실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환급을 못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험사가 공탁 사실을 전해 듣지 못해 공탁금을 공제하지 않고 손해배상금을 지불했는데도 뒤늦게 피보험자가 환급을 요구할 경우에는 돌려 줄 수 없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입장이다.

위 사례처럼 보험사가 뒤늦게 공탁금을 지불한 경우에 대해서는 "해당 보험사 직원의 업무 착오로 공탁금 지급이 미뤄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해사례 수십 건... 집단소송 준비"

하지만 자보연은 "위 외에 공탁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민원을 제기한 사례가 수십 건에 달한다"며 "이 같은 사례를 모아 보험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보연은 현재 홈페이지(www.ngo21.org)를 통해 추가 사례를 모으고 있다.

자보연은 최근 2년 사이 공탁 건수가 10만건을 넘어 이 기간동안 피보험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수백억 원이 보험회사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보험 전문가들은 우선 손해배상금에서 공탁금을 공제할 경우에는 보험사 스스로 이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해야 옳다고 지적한다.

김정동(보험학) 연세대학교 교수는 "손실보전의 의무를 지닌 보험회사가 피보험자 대신 손해배상을 처리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한 공탁금을 가해자가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중과실 교통사고의 경우 법적으로 가해자는 손해배상 이외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면서 "가해자인 피보험자가 관대한 처벌을 받기 위해 법원에 내는 공탁금까지 보험사가 지급하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공탁금도 마땅히 보험사에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을 내린 만큼 보험사에서 공탁금을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200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