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피보험자(보험대상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민사2단독 김규태 판사는 H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인 황모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H보험사 측이 유족들에게 보험금 8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김 판사는 "황씨가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암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됐으므로 황씨의 질병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이어 "자살의 경우 보험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보험약관은 자기가 발생시킨 손해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나 보험금 취득을 노린 인위적 보험사고 방지 등을 위한 것이므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 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소송 전문변호사인 임용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자살 면책에 관한 약관조항의 적용을 배제한 예외적인 판결이므로 판결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며, 자칫 자살 증가로 이어지거나 도덕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었던 황씨는 지난 1998년 담낭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2006년 증세가 악화돼 투병생활을 해 오다 육체적인 고통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3월 경남 양산의 어머니 집에서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보험소송닷컴(www.bohumsosong.com) 뉴스 20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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