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질병이 없는 사람이 술에 만취한 상태로 불가마에서 잠을 자다가 돌연사한 것은 재해에 해당하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만취상태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된 유족들이 "재해사망보험금을 달라"며 K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최씨는 2004년 5월6일 오전 7시30분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고양시의 한 사우나 불가마실(실내온도 약 74℃)에 들어갔다가 3시간 뒤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평소 음주 후 사우나에서 잠을 자는 일이 잦았던 최씨는 사고 당시에도 밤새 술을 마셔 혈중알코올농도 0.24%의 만취상태였다.

최씨는 후송 도중 사망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 결과, 해부학적 사인은 불명이나, 다만 망인의 관상동맥에 국소적인 심근 내 주행이상 등 심장병변이 발견되고, 이러한 심장병변이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지만 부정맥 등을 초래하여 급사에 이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근거로 급성심장사의 가능성이 추정된다는 내용의 부검감정서를 작성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최씨와 5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던 K보험사는 최씨가 수익자인 전처와 자녀들에게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최씨의 유족은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에 따른 일반 사망이 아니라 재해 사망"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최씨가 음주와 고온의 밀폐된 공간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숨진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과도한 음주는 심근증, 부정맥 등의 원인이 되고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증세를 야기할 수 있고 사우나 목욕이 여러 가지 급성적, 일시적 심혈관 변화나 호르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실 등이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는 주취상태에서 불가마에 간 것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보다 외래 사고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사분쟁에서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자다가 주취상태 및 불가마실 내부의 고온으로 인하여 그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된 끝에 저혈압 또는 부정맥이 야기되어 급사할 수 있다고 추단되고, 망인이 생전에 심혈관질환으로 치료받은 적도 없는 사실 등을 종합하면 중요한 사망원인은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 요인"이라며 "망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소송닷컴(www.bohumsosong.com)뉴스 200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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