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해지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험료 납입 기간을 넘기는 편법으로 보험계약의 효력을 상실시키려고 했으나, 우연히 자동이체계좌에 돈이 입금되는 바람에 보험료가 자동이체돼 계약이 갱신됐다면 보험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법원의 판결(2007나6*0*5)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는 삼성화재가 LIG손해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억9천3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회사와 자동차 보험계약을 체결한 LIG손해보험은 지난 2001년 12월경 계약만료일을 앞두고 A회사에 계약갱신 여부를 문의했지만 A회사는 다른 보험회사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LIG손해보험의 보험설계사는 "계약만료일이 임박해 기간 안에 정상적인 해지가 힘들다. 대신 은행계좌의 잔고를 비워놓으면 보험료가 이체되지 않으니 그렇게 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A회사는 보험설계사의 말대로 2001년 12월 20일 은행계좌의 잔고를 비워 놓았으나 계약 만료일인 다음날 오전에 법원으로부터 이 은행계좌로 공탁금이 입금되는 바람에 같은 날 오후 보험료가 자동이체됐다.

그로부터 4일 뒤 A회사 직원이 회사 승합차를 운행하던 중 보행자를 쳐 중상을 입히는 교통사고를 냈고 삼성화재는 사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억8600만원을 지급한 뒤 사고차가 LIG손해보험에도 가입돼 있는 만큼 함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손해배상액의 1/2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LIG손해보험은 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됐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A회사와 LIG손해보험은 보험기간 만료로 당연히 보험계약의 효력을 상실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기간만료 이후에도 보험계약의 효력은 존속시키되 갱신계약 보험료의 납입유예기간을 지나게 해 소급적으로 보험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LIG손해보험은 오히려 보험료를 수령하고 사고 직후 병원측에 피해자 치료비 지불보증에 나서기까지 한만큼 보험설계사 개인의 자연적 의사는 어떠할지 몰라도 적어도 기업조직으로서 보험계약의 효력을 상실키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이해함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보험소송닷컴(www.bohumsosong.com)뉴스 200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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