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에서 피해자에게 과실이 많으면 과실비율만큼 손해배상액이 공제된 후에 보상받을 수 있는 배상액이 실제로 들어간 치료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험회사에서는 십중팔구 치료비를 전액 지급할 수 없고 피해자의 과실비율만큼 삭감해야 한다고 하거나 기본적인 치료비만 지급하겠다고 말한다. 이 말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을 경우 과실상계한 후의 금액이 치료비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치료비 전액을 보상한다는 약관 규정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든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달리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의 경우에,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행자는 100%, 자동차는 0%의 과실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전용도로 부근에 상가, 버스정류장이나 아파트 및 주택단지 밀집지역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사람들이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피해자와의 충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피해자의 과실이 운전자의 과실에 비하여 훨씬 큰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보행자의 과실을 50∼90%로 본다.

이처럼 과실비율이 큰 피해자가 설상가상으로 식물인간이나 사지마비 환자라도 되는 경우엔 병원치료비가 1억원 이상이 될 정도로 막대한 액수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치료비에 미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보험보통약관에서는 치료비와 관련하여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및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의 경우에는 과실상계한 후의 금액이 치료관계비 해당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치료관계비 해당액(입원환자 식대포함)을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 약관의 보험금 지급기준에 의하여 산출된 금액. 단 소송이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청구권자에게 배상하여야 할 금액(지연배상금 포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약관 조항은 차량 대 보행자 사고뿐 아니라 차량 대 차량 사고인 경우에도 당사자 일방의 과실이 아닌 한 적용된다.

예를 들어, 두 차량간의 교통사고 시 가해자의 과실비율이 80%이고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20%인데, 피해자에게는 부상이 없고 가해자만 부상을 입어 치료를 해야 할 경우에 병원치료비가 과실상계를 하고 난 후의 금액보다 많다면, 오히려 피해자쪽 보험회사에서 치료비 보상을 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에게 치료비를 물어주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실비율이 크다고 하더라도, 위 약관조항을 근거로 제시하여 상대방쪽의 보험회사측과 소송 외에서 병원치료비 상당액을 보상받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소송 외에서 해결을 시도해봐도 보험회사측에서 중과실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고 결국 소송이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약관의 보험금 지급기준이 적용될 수는 없으므로, 이 때에는 과실상계한 후의 손해액을 초과하는 치료비를 소송으로 청구한다고 하여 그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험회사로부터 치료비 전액을 가불금으로 지급받은 경우에는 이미 지급한 치료비가 과실상계된 손해배상금을 초과한다고 해도 나중에 손해배상금을 초과하는 치료비 부분에 대해 이를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임용수 변호사 [종합법률사무소 정경 대표변호사, 보험소송닷컴(www.bohumsos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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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소송닷컴 2004.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