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 근무했을 적에 많은 분들이 절세의 수단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저축성보험을 가입한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다른 보험회사들로부터 들었다고 하면서 이 말이 사실인지 여부를 자주 문의해 오곤 했다.

자녀를 보험계약자 겸 보험수익자로 하고 피보험자는 부 또는 모로 해서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가입하되 보험료를 부모가 낸 경우 보험을 가입한 날로부터 15년3개월이 지나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이 경과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지를 묻는 내용이다.

증여세 부과권의 제척기간은 고액의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가입한 후 이를 상속이나 증여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보험계약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이다.

증여세 부과권의 제척기간은 원칙적으로 이를 부과할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이고 다만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증여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와 상속세및증여세법 제67조와 제68조의 규정에 의하여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및 그 신고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고 허위신고 또는 누락신고를 한 경우에는 15년이다.

여기서는 과세관청이 보험계약일 시점에 실제 보험료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즉 증여가 이뤄졌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15년의 기간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보험료는 미리 증여하고 증여세 신고를 하는 예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같은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경우 납세의무가 성립한 후 그 신고기간(증여세는 3개월)이 경과하면 부과처분이 가능하게 되므로 그 때로부터 부과권의 제척기간이 기산된다.

따라서 증여세의 경우 납세의무의 성립시부터 15년3개월이 지나야 제척기간이 경과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납세의무의 성립시기는 증여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한 때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증여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한 때’ 즉 증여시기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가이다. 위 증여시기에 관해서는 보험료를 불입한 때로 보는 견해가 종전의 통설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1) 일시납 저축성보험인가 아니면 분납 저축성보험인가에 따라 증여시기가 달라짐으로써 보험료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점. 2) 보험금은 보험사고가 발생해야 수령할 수 있는 것이고 보험의 종류에 따라서는 보험료를 냈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점. 3)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해약하고 인출한 해약금에 대한 귀속이 불분명하다는 점. 4) 보험에 있어서 수증자가 받는 경제적 이익은 납입한 보험료라기보다는 나중에 수령한 보험금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한 점. 5) 보험계약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저축성 보험료를 은행의 예금과 동일한 성질을 갖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보험금 만기지급일 포함)에 증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 견해가 과세관청의 입장인 것 같다.

이처럼 증여시기를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 보면 7년 만기의 저축성보험의 경우 증여세를 부과받지 않으려면 일시납이든 분납이든 보험가입을 한 시점으로부터 22년3개월이 지나야만 한다.

그만큼 세금을 내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기는 정말 긴 기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일부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계약일로부터 15년 정도가 경과하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으므로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안내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한다.

향후에 보험회사와 계약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사안이다.

임용수 변호사 [보험소송닷컴(www.bohumsos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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