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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가 말로 하는 약속 자필 문서로 받아 둘 것
보험사 확인 전화 왔을때 미심쩍으면 "잘 모른다"

5년 전 회사원 A씨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유리한 보험 상품이 있다'는 설계사 말에 귀가 솔깃했다. 다달이 200만원씩 꼬박 5년간 돈을 넣었다. 그러나 A씨가 만기 때 받은 이자는 겨우 350만원. 그는 설계사에게 찾아가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아냈다. 이 확인서를 근거로 A씨는 보험사에서 700만원을 추가로 받아 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보험 상품 구조와 내용이 점점 복잡해지고 소비자 주권의식이 높아지면서 계약자들의 보험 민원 역시 급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접수된 보험 민원은 967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8084건)보다 19.7% 늘었다. 보험 가입자들은 "처음 계약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계약을 맺으려고 하면서, 막상 보험금을 청구하면 친절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찬밥대우만 한다"고 항의한다. 본지와 야후코리아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에서도, 20대 이상 남녀 1431명 중 무려 90%(1296명)가 "나중에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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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보험사와 분쟁이 발생하면, 계약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 가지 요령만 알아두면 보험사와의 분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일단 보험사에서 받은 모든 자료(약관집, 청약서 등)는 만기가 될 때까지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몽땅 보관하도록 한다. 보험 계약은 20~30년 장기간 유지하기 때문에 이사 등으로 중간에 분실하기 쉽다. 하지만 나중에 보험사에서 거짓 약속을 한 것 같다고 해도, 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면 불리하다. 보험 전문 변호사는 "보험사에서 발행한 팸플릿, 설계사가 만든 안내장 등 별것 아닌 듯 보여지는 자료가 법정에선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녹취도 나쁘진 않지만 조작 가능성이 높아서 법원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설계사가 변액보험을 권하면서 구두(口頭)로 '원금 손실은 전혀 없다' 혹은 '5년간 수익률을 10% 보장한다'라고 약속하면서 보험을 팔았다면, 이를 설계사에게 자필로 써서 문서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중에 약속한 만큼의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 때, 보험업법에 의해 보험사 혹은 설계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릴 수 있다.

또한 요즘 보험사들은 설계사와 계약을 다 맺은 가입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내용을 제대로 알고 가입했는지 재확인하고 있다. 집단민원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명한 가입자라면 건성으로 '네, 네'라고만 답하지 말고 미심쩍은 내용에는 '잘 모른다'고 솔직히 대답하는 게 좋다. 보험사들은 계약자와의 전화 내용을 전부 녹음하는데, 만약 여기서 '잘 알고 있다'고 답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겨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측에 민원을 내봤지만 결과가 여전히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대안은 금융감독원이나 소비자보호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구제되는 민원도 절반 정도에 그친다. 금감원 이오석 분쟁조정지원팀장은 "처음 보험 계약을 할 때,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남겨놔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