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덕적 위험

생명보험계약은 사람의 생명에 관한 우연한 사고에 대하여 금전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이어서 금전을 취득할 목적으로 고의로 피보험자를 살해하는 등의 도덕적 위험의 우려가 있으므로, 그 계약 체결에 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한 선의가 강하게 요청됩니다.

따라서 당초부터 오로지 보험사고를 가장하여 보험금을 취득할 목적으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유발할 위험성이 크고, 이러한 목적으로 체결된 생명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생명보험계약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에 비추어 과다하게 많은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여 다수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금이 다액이며 보험사고의 발생경위가 고의성이 짙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 반사회질서 위반 또는 신의칙 위반이라는 주장이 가능한지가 문제됩니다. 보험소송에 있어서도 가끔 다투어지고 있는 문제이므로 아래에서는 실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 구체적인 사례

  가. 월 평균소득이 150만원인 보험계약자가 월 보험료 250만원을 납부하여 주로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에 대한 보장성이 강한 보험상품 38건에 가입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 보험금지급을 청구하자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반사회질서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무효라며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한 사건에서, 1심판결은 "보험금의 부당취득을 위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라고 판단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1999. 6. 10. 선고 98가합70264 판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3. 3. 20. 선고 99나37216,99나55900 판결에서 결론이 바뀌었습니다(원고패소 판결).

이에 대해 보험회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보험계약자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0다20250, 2000다20267 판결).

  나. 월 평균소득이 250만원 가량인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월 보험료 500만원을 납부하여 가면서까지 총 53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보험금 총액이 약 50억원 정도인 사건에서, 대법원은 계약기간이 장기간(3년 내지 20년)이고 저축성 보험도 다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다수의 생명보험계약이 체결되었고 그 보험료나 보험금이 다액이며 보험사고 발생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사유만으로 보험금의 부정취득을 노린 반사회질서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위 대법원 판결 선고 후 보험수익자들이 나머지 보험회사들에 대해 보험금 41억여원을 청구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8.16. 선고 98가합76439 판결로 승소(원고일부승)하였는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1나56791호 사건에서 2002. 4. 23. 강제조정으로 종결되었습니다. 

3. 결론

위 판례들에 비추어볼 때, 보험계약의 숫자가 이례적으로 많고 보험금 또한 상식에 비추어 과다하며 보험사고 발생경위가 석연치 않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무조건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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