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지방법원 2006. 5. 12. 선고 2006가단75396(본소),2007가단21839(반소)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자)】

【판결요지】

택시회사의 운전기사가 비번일에 장시간에 걸쳐 택시를 유흥목적에 사용하던 도중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피해자가 유흥에 가담하면서 택시에 동승하였다가 위 사고로 사망한 경우 택시회사는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운행자책임)이 없다고 본 사안.

【전문】
【원고(반소피고)】합자회사 AA운수
【피고(반소원고)】망 DDD의 소송수계인 000외 5인
【변론종결】2007. 7. 3.

【주 문】
1. 2006. 10. 2. 대전 서구 정림동 (구) 현대자동차써비스센터 정림지점 앞 노상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원고(반소피고)의 망 DDD에 대한 손해배상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피고(반소원고)들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들이 모두 부담한다.

【청구취지】
본소 : 주문 제1항과 같다.
반소 :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 EEE에게 30,476,015원, 피고 FFF, GGG, HHH, III, JJJ에게 각 13,306,41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06. 10. 2.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 회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대전50바****호 택시(이하‘이 사건 택시’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KKK는 원고 회사에 고용된 운전사이며, 피고들은 망 DDD의 상속인들이다.

나. 사고의 발생
(1) KKK는 2006. 10. 1. 이 사건 택시를 운행한 후 위 택시를 원고 회사에 입고시키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으며, 한편 그 다음날인 2006. 10. 2.은 KKK가 비번인 날이었다.

(2) KKK는 2006. 10. 2. 11:40경 친구 사이인 DDD를 태우고 이 사건 택시를 운전하여 대전 서구 가수원동 ‘**식당’으로 간 후, 미리 연락하여 두었던 여자 2명과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3) 김옥근은 같은 날 16:55경 이 사건 택시에 DDD 및 여자 2명을 태우고는 혈중알콜농도 0.24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위 택시를 운전하여 대전 서구 정림동 (구) 현대자동차써비스센터 정림지점 앞 편도 4차선 도로의 4차로를 가수원삼거리 방면에서 정림삼거리 방면으로 시속 약 60km로 진행함에 있어 위와 같이 술에 취하여 졸음운전을 함으로써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과실로, 전방 오른쪽 인도에 설치되어 있는 전신주와 가로수를 위 택시의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위 택시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KKK로 하여금 뇌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KKK는 이로 인하여 **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2006. 11. 21. 09:16경 다발성장기기능부전으로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호증의 1 내지 21,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 및 반소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회사는, KKK가 원고 회사의 승낙을 받지 않고 비번일에 이 사건 택시를 개인적인 용도에 무단으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고, DDD 역시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위 택시에 동승하였는바, KKK가 2006. 10. 2. 이 사건 택시를 운행한 행위(이하 ‘이 사건 운행행위’라 한다)는 무단운전으로서 원고 회사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을 벗어난 상태에 있었으므로, 원고 회사는 망 DDD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KKK가 원고 회사의 배차담당 상무인 LL으로부터 승낙을 받고 이 사건 택시를 집으로 가져간 것이므로 KKK의 이 사건 운행행위는 무단운전이라 할 수 없고, 가사 KKK의 이 사건 운행행위가 무단운전이라고 하더라도 원고 회사는 위 택시의 소유자로서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원고 회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운행자로서 망 DDD의 상속인인 피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 DDD 및 피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KKK의 이 사건 운행행위의 무단운전 여부
(가) 갑 제1호증의 기재, 증인 LL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회사는 평소 택시기사가 운행을 마친 후 비번일 경우에는 택시를 회사 차고지에 입고시키도록 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KKK가 2006. 10. 1. 이 사건 택시의 운행을 마친 후 다음날이 비번일임에도 불구하고 위 택시를 원고 회사의 차고지에 입고시키지 않고 집으로 가져간 이후에 있었던 이 사건 운행행위는 무단운전에 해당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KKK가 원고 회사의 배차담당 상무인 LL으로부터 승낙을 받고 이 사건 택시를 집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갑 제5호증의 19의 기재가 있다.
그러나, 증인 LL은 KKK가 2006. 10. 1. 오후경 운행을 마친 후 자신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택시를 집으로 가져가겠다고 말하였으나 자신은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갑 제5호증의 19의 기재만으로는 피고들의 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나아가, 가사 KKK가 LL으로부터 이 사건 택시를 집으로 가져가도록 승낙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위 승낙의 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KKK의 편의를 위하여 원고 회사와 KKK의 집 사이에서의 출퇴근 용도로의 사용에 한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KKK가 비번일에 이 사건 택시를 유흥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승낙이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한다.

(라)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KKK의 이 사건 운행행위는 원고 회사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 사건 택시를 개인적인 용도에 무단으로 사용한 무단운전에 해당한다.
그리고, 위 인정사실에서 나타나듯이, DDD가 2006. 10. 2. 11:40경 집에 있던 KKK와 전화로 연락한 후 그 무렵부터 16:30경까지 식당에서 여자 2명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 그 후에도 KKK가 만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택시에 DDD와 여자 2명을 태우고 운전을 한 점 및 KKK와 DDD가 평소 친구 사이로 가깝게 지내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DD는 이 사건 사고 당시 KKK가 이 사건 택시를 원고 회사의 승낙을 받지 않고 유흥 등 개인용무에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정을 알면서 위 택시에 무상동승하였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 회사의 운행자 지위 상실 여부
(가) 무상동승자가 운전자의 무단운행에 가담하였다거나 사고 당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운행경위나 운행목적에 비추어, 당해 무단운행이 사회통념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선해할 만한 사정이 있다거나 그 무단운행이 운전자의 평소 업무와 사실상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어서 소유자의 사후 승낙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위와 같이 무상동승자가 무단운행에 가담하였다거나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소유자가 운행지배나 운행이익을 전적으로 상실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그러나, KKK의 이 사건 운행행위는 원고 회사의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이 KKK의 비번일에 순전히 KKK와 DDD 등의 유흥 행락을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더구나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KKK가 만취하여 안전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 사건 택시를 운전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KKK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위 택시의 운행은 그 소유자인 원고 회사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합당하다.

(다) 따라서,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운행자의 지위를 상실하여 운행자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회사의 망 DDD에 대한 손해배상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들이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이를 확인할 이익도 있으며, 또한 피고들의 반소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 회사의 피고들에 대한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들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