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법원 2006. 9. 14. 선고 2005가합21237 판결 【보험금】

【전문】
【원고】○○○○○ 주식회사
【피고】○○○○○○ 주식회사
【변론종결】2006. 8. 24.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127,863.65불 및 이에 대한 2004. 7. 17.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내지 4, 갑 7, 을 1 내지 3(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2. 6. 26. ○○○○○○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자재거래기본계약(이하 기본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으며, 기본계약을 기초로 하여 소외 회사와 사이에 별지 표1 기재와 같은 계약일자에 같은 표 기재의 계약번호, 품명, 계약금액, 납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각 자재거래개별계약(이하 개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기본계약 및 각 개별계약에는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선급금 지급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면, 선급금은 계약금액의 15%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하며, 소외 회사가 선급금을 지급받고자 할 때에는 선급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지급보증증서(지급보증보험증권)를 원고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원고는 선급금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받은 후 10일 이내에 소외 회사에게 선급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다. 피고는 소외 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를 보험계약자,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각 개별계약의 선급금 지급을 보증하는 선급금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별지 표2 기재와 같은 보험증권을 발행하였으며,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위 각 보험증권을 제출받은 후, 각 개별계약에서 정한 선급금을 지급하였다.

라. 원고는 소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2004. 4. 22. 소외 회사에게 자재공급계약 취소 및 선급금 환불을 요청하였다(해당 문서는 2004. 4. 21.자로 작성되었다).

마. 그 후, 원고는 2004. 4. 29. 피고에게 위 각 보험증권상의 선급금 합계액 277,050불을 포함한 총 448,750불의 선급금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였는데(해당 문서는 2004. 4. 22.자로 작성되었다), 피고는 2004. 7. 16.까지 원고에게 그 중 각 기본계약에서의 기성고가 해당 선급금액을 이미 초과하여 지급된 경우에 해당하는 부분인 273,050불(계약번호 ‘CU538C371' 개별계약의 경우는 기성고가 선급금에 미치지 않아, 선급금 17,500불 중에서 기성고에 해당하는 13,500불만이 지급거절 금액에 포함되었다)에 대하여는 ‘피보험자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고, 나머지 175,700불 [위 계약번호 ‘CU538C371' 개별계약에서의 선급금과 기성금액의 차이인 4,000불(선급금 17,500불 - 기성금액 13,500불)을 포함한다]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

바. 이 사건의 해석과 관련된 여러 규정들

(1) 기본계약에는, 갑(원고)은 계약물품의 납기가 세분되어 개별계약서상에 계약물품의 납기를 분리하여 기재할 수 없을 때에는 납기를 분리하여 기재하지 않고 일단 일괄납기를 표시하여 발주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제2조 제3항).

(2) 개별계약에는, 계약문서는 구매사양서, 자재거래기본계약서 및 기타 갑(원고)과 을(소외 회사) 간에 상호 합의하여 작성된 서류 일체로 하며(제4조), 본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 사항은 자재거래기본계약서에 따르며, 자재거래기본계약서는 본 계약서와 동일한 효력을 같고(제18조), 계약서 및 자재거래기본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은 일반 상관례에 따른다(제19조 가항)고 규정되어 있다.

(3)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일반조건에는, 선금은 기성부분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때마다 [선급액 × 기성부분의 대가/계약금액]의 방식으로 산출한 금액을 정산하며(제10조 제4항), 도급인은 계약을 해제, 해지한 경우, 수급인이 선금지급조건을 위반한 경우에 선금잔액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10조 제5항)고 규정되어 있다.

(4) 선급금보증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생긴 손해는 회사가 보상하지 아니하며(보통약관 제2조 제2호), 회사가 지급할 보험금은 당해 선금(전도금) 또는 전도자재대가에서 주계약의 이행부분에 상당하는 금액 중 미정산기성금액을 뺀 금액으로 한다(보통약관 제5조)고 규정되어 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1) 크레인 등 물품은 분할 납품되는데, 그 분할 납기는 원고의 선박건조과정에서 필요한 시기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개별계약서에 세분하여 기재할 수 없는 관계로 개별계약서에는 기본계약 제2조 제3항에 따라 일괄납기만을 정하여 표시하고, 구체적인 분할 납기는 원고의 선박건조과정에 따라 필요한 시기로 정하기로 하였다.

(2) 그 후, 소외 회사로부터 각 개별계약에 따라 별지 표3 기재의 입고금액에 해당하는 물품을 분할 납품받고 나서, 납품된 물품을 검사한 후 납품금액(입고금액)을 결제하였다.

(3) 기본계약과 개별계약을 일체로 파악하여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물품납품계약을 해석할 경우에 분할 납품 및 분할 결제는 정당한 것이고, 이러한 분할 납품은 조선업계의 거래 관행이며, 분할 결제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에 따른 정당행위이다.

(4) 소외 회사가 부도가 난 후 선급금을 반환하지 않으므로, 선급금보증보험계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각 개별계약의 선급금에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산출된 선금정산액을 공제한 표3 기재의 선금잔액(수령금액 4,000불 제외)합계 127,863.65불을 보험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피고가 보증하는 이행(선급금)보증이란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가 이행되지 아니함으로써 반환해야 할 선금이 있는 경우만을 보증하는 것이지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가 단순히 이행불능되어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까지 포함하여 보증하는 것은 아니므로, 각 개별계약에서의 기성고가 선급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선급금이 이미 기성고에 모두 충당되었기 때문에 이행보증의 대상이 아니다(각 개별계약에서 기성고를 결제함에 있어서 선급금을 미리 공제하여야 함에도 이를 공제하지 않고 전액 결제함으로써 선급금에 충당될 미정산기성금액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 발생한 손해는 ‘원고측의 책임있는 사유로 생긴 손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선해한다).

(2) 선급금보증보험계약은 각 개별계약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므로 각 개별계약이 기본계약에 우선한다고 할 것인데, 개별계약에는 분할 납기의 규정이 없으므로(이러한 거래관행에 대한 증거도 없고, 거래관행이 있다고 하여도 개별약정을 우선할 수 없다), 개별계약에 규정된 잔금의 지급시기 전에 분할결제를 해버림으로써 선급금과 상계할 미정산기성금액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 발생한 손해는 ‘원고측의 책임있는 사유로 생긴 손해’이다.

(3) 개별계약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선금정산금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3. 판단

가.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수수되는 이른바 선급금은 수급인으로 하여금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미리 지급하는 공사대금의 일부로서 구체적인 기성고와 관련하여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공사와 관련하여 지급하는 것이지만 선급 공사대금의 성질을 갖는다는 점에 비추어 선급금을 지급한 후 도급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거나 선급금 지급조건을 위반하는 등 의 사유로 수급인이 도중에 선급금을 반환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상계의 의사표시 없이도 그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 중 미지급액은 당연히 선급금으로 충당되고 도급인은 나머지 공사대금이 있는 경우 그 금액에 한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5519 판결 등 참조).

또한, 물품공급계약을 주계약으로 하는 선급금 이행보증보험계약의 보험약관상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보험계약에 있어서 공급 금액, 공급 내용 및 공급 기간과 지급된 선급금액뿐만 아니라 그 밖에 기성금의 지급 방법 및 선급금의 물품대금에의 상계충당 방법에 관한 내용도 보험계약상 중요한 사항으로서 보험자는 이에 관한 주계약상의 약정을 기초로 보험을 인수하는 것이므로, 피보험자가 기성금의 지급방법에 관한 주계약상의 약정에 따라 기성금을 지급하였더라면 보험사고 발생시에 잔존하는 선급금을 미정산금액과 상계하여 선급금반환채권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에도 주계약상의 약정에 어긋나게 기성금을 과다 지급함으로써 선급금과 상계할 미정산금액이 존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선급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피보험자가 선급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된 손해는 위 선급금 이행보증보험약관 소정의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생긴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다3693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서 분할 납품 및 분할 결제가 정당한지 여부를 별론으로 하고,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선금정산금에 대한 규정이 존재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나, 이 사건에서의 기본계약 및 개별계약에는 이러한 선금정산금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민간건설공사에서의 거래관행을 이 사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합의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보면, 을 2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처음에는 위 선금정산금을 공제한 나머지 선금잔액이 아닌 선급금 전액을 보험금으로 청구하였다가, 피고가 이를 거부하자 이 사건에서 비로소 선금정산금을 주장하면서 선급금 중에서 선금정산금을 공제한 선금잔액을 청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원고와 소외 회사 또는 피고 사이에 위 선금정산금에 대한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위 선금정산금에 기초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만약 위 선금정산금에 대한 합의나 관행이 있었다면 원고는 피고에게 당초 보험금을 청구할 당시 보험금 전액을 청구할 것이 아니라 선금정산금에 기초하여 계산된 보험금 즉,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보험금을 청구하였어야 마땅하다).

다. 게다가, 갑 5 내지 7, 을 2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04. 4. 21.자로 성된 소외 회사에 대한 자재공급계약 취소 및 선급금 환불 요청 문건을 2004. 4. 22.에 발송하고, 2004. 4. 29. 발송한 피고에 대한 보험금 청구 문건을 2004. 4. 22.자로 작성하였음에도, 같은 날인 2004. 4. 22. 위 문건들의 취지와 모순되게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청구취지상의 금액을 초과하는 기성 금액을 결제한 점 및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선급 공사대금의 성질을 갖는 선급금을 미리 공제하지 않고 기성고를 전액 결제함으로 인하여 선급금에 충당될 미정산기성금액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은 '원고측의 책임있는 사유로 생긴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결국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재판장 판사 김○○
판사 박○○
판사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