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7. 20. 선고 2000나76719(본소), 2000나76726(반소)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보험금】

【전문】
【원고(반소피고), 피항소인】 현△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외 1인)
【피고(반소원고), 항소인】 김◇세(소송대리인 변호사 노관규)
【변론종결】 2001. 7. 6.
【제1심 판결】 서울지방법원 2000. 11. 7. 선고 99가단237067(본소), 99가단260760(반소) 판결
【주 문】
1. 예비적 반소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한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반소원고)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금 43,400,000원을 지급하라.
2. 당심에서 확장된 반소청구에 따라,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위 금 43,400,000원에 대하여 1999. 11. 4.부터 2001. 7.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피고(반소원고)의 본소청구 및 주위적 반소청구에 대한 항소와 예비적 반소청구에 대한 나머지 항소 및 당심에서 확장된 나머지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 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10분하여 그 7은 원고(반소피고),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5. 제1, 2항은 각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본소 : 망 김□세가 1999. 8. 27. 17:45경 ○○시 ○○동1 소재 지하철 정부과천청사역 서울방면 상행선 승강장의 선로에서 산본발 당고개행 4352호 전동열차에 부딪쳐 사망하였음을 원인으로 한 별지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의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반소 : 주위적 및 예비적으로, 원고는 피고에게 금 6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 부◎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피고는 당심에서 지연손해금 부분의 청구를 추가하여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인용하는 판결.

【이 유】

1. 기초사실

갑 1호증의 1, 2, 갑 3, 4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피고는 1998. 5. 4. 원고 회사의 보험모집인 서♡희를 통하여 원고 회사와 피고의 형인 김□세를 피보험자로 하여 김□세가 보험기간 중 국내외에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신체의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 보험가입금액 100만원에 사고발생시까지의 경과년수를 곱한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받는 사망담보특약 및 국내외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을 때 평일교통사고인 경우 6,000만원, 주말교통사고인 경우 1억 2000만원의 지급받는 교통상해담보특약이 포함된 별지 기재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김□세는 1999. 8. 27(금). 17:45경 ○○시 ○○동1 소재 지하철 정부과천청사역 서울방면 상행선 승강장의 선로에서 산본발 당고개행 4352호 전동열차에 머리부분을 부딪쳐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2. 보험금 지급청구에 대한 판단 - 원고의 본소청구 및 피고의 주위적 반소청구

가.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주장
원고는 본소로서, 이 사건 사고는 김□세가 사망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우연성이라는 보험사고의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여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반소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김□세가 사고로 사망하였으므로 원고는 사망보험금의 수익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 사망담보특약금 200만원(100만원×경과년수 2년)과 평일 교통상해담보특약금 6,000만원을 합한 6,2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그러므로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사망담보 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신체의 사고로 손해를 입고 …… 사고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1항, 같은 조 제3항 제2호), 교통상해담보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운행중의 교통승용구에 탑승하지 아니한 때, 운행중의 교통승용구와의 충돌 …… 등의 교통사고”, “승객으로서 승강장 안에 있을 때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고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사망하였을 때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조 제1호, 같은 조 제2호, 제4조),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사고가 되기 위하여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일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다음으로 이 사건 사고가 보험사고의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에서 든 각 증거에 갑 5호증, 갑 6호증의 1 내지 10, 갑 7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김□세(1958. 8. 22.생)는 미혼으로 서울 ○○구 ○○동374의 4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약 20년 전부터 건설현장에서 목수로 일해 왔는데, 평소 주량이 소주 3병 정도다.

김□세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안산시 소재 ○○아파트공사현장에 출근하였다가 비가 와 오전작업만 마친 후 작업현장에서 소주 1병 가량을 마시고, 다시 고잔역 부근 포장마차에서 작업팀장인 이정수, 동료 서정후 등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소주 1병 반 가량을 더 마셨다. 김□세는 술을 마시면서 이정수에게 돈을 가불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정수가 알아보겠다고만 하였을 뿐 돈을 가불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그들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였는데, 서정후가 먼저 중간에서 내리고, 김□세와 이정수는 환승역인 사당역으로 가던 중 정부과천청사역에 하차하게 되었다. 이정수가 위 전철역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다시 승강장으로 돌아오자, 때마침 김□세가 승강장 아래 선로에 서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정수가 손을 내밀며 승강장 위로 올라오라 하였는데도 김□세는 이정수를 향하여 “나 오늘 죽을거야” 하면서 선로 가운데를 걸어가면서 소변을 보고 곧바로 올라오지 아니하다가 마침 산본역을 출발하여 정부과천청사역 승강장 안으로 들어오던 4352호 전동열차에 머리부분을 부딪쳐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3) 위 인정사실을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김□세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지하철역 승강장의 선로로 내려가 지하철역을 통과하는 전동열차에 부딪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변별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술에 취한 나머지 판단능력 등이 미약한 상태에서 선로에서 소변을 누면서 선로 위로 올라오라는 동료의 말을 거부하는 등 단순히 충동적이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다가(김□세는 돈을 가불하여 주지 아니한 이정수에게 술김에 객기를 부리기 위하여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고도 추측하여 볼 수 있다) 급기야 지하철역을 통과하는 전동열차에 부딪쳐 사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김□세가 전동열차와 충돌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던 이상 이 사건 사고는 김□세가 예견하지 못한 우발적인 사고에 해당하므로, 비록 김□세에게 판단능력 등을 상실 내지 미약하게 할 정도로 지나치게 과음하여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위험한 지하철 선로 위에 내려간 중대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위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나. 면책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위 보험의 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 내지 자살에 의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사정만으로는 피보험자인 김□세의 고의 내지 자살에 의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서면 동의 결여로 인한 보험계약의 무효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인 김□세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2) 그러므로 살피건대, 앞서 믿은 각 증거와 제1심 증인 서♡희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1997년 말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망하자 형인 김□세를 위하여 김□세 앞으로 암보험을 들 것을 계획하여, 1998. 5. 4. 피고 친▽의 부인으로 전부터 알고 있던 원고 회사의 보험모집인 서♡희를 만나 그의 권유에 의하여 암보험으로 사망담보특약과 교통상해담보특약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김□세가 아직 미혼이어서 피고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기로 한 사실, 그리하여 피고는 원고 회사의 소정양식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청약서를 작성하면서 피보험자의 동의란에 피고가 김□세의 서명을 대신 한 사실, 서♡희는 보험영업소장으로부터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에 대하여 특별한 교육이나 지시를 받지 아니하였고, 피고에게도 직접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아니한 채 피고가 김□세 대신 서명하는 것을 방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는 상법 제739조에 의하여 상해보험에도 준용되고 있는바, 이는 피보험자의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으로서 그에 위반하는 보험계약은 무효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이 혼합된 보험으로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경우이므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시에 피보험자인 김□세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없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다.

(3) 신의칙 위반이라는 피고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면서 피고에게 서면동의를 요구하지도 않고, 원고 회사의 모헙모집인 대부분이 평소에 하는 바와 같이 서♡희가 피고로 하여금 피보험자의 서명을 대신하게 하는 것을 방치한 후에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서♡희가 원고에게 권유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고가 피보험자인 김□세의 서명을 대신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상법 제731조 제1항의 규정은 강행법규로서 위 규정에 위반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이고,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는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외에도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타인의 사망을 이른바 사행계약상 조건으로 삼는데서 오는 공서양속의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도 들어있다고 할 것이므로, 상법 제731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성실원칙에 위배되는 권리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37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어 무효이어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의 보험금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 보험금지급채무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고, 피고의 주위적 반소청구는 이유 없다.

3. 보험업법 제158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 피고의 예비적 반소청구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회사의 보험모집인인 서♡희는 보험전문가로서 이 사건과 같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인 김□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실을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설명하고 김□세의 서면동의를 받아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희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시 위 사실을 모르고 피고에게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고 피고로 하여금 피보험자 동의란에 김□세의 서명을 대신하게 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어 피고가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따라서, 원고 회사는 보험사업자로서 보험업법 제158조 제1항에 의하여 서♡희가 이 사건 보험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나. 책임의 제한

한편, 앞서 믿은 각 증거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청약서상의 꼭 알아야할 사항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아니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시 김□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과실이 인정되고, 피고의 이러한 과실은 이 사건 손해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원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3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나아가 원고가 배상할 손해액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로 무효가 되어 피고가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보험금 상당인 사망담보특약금 200만원(100만원×경과년수 2년)과 평일 교통상해담보특약금 6,000만원을 합한 6,200만원에 피고의 과실을 참작한 4,340만원(6,200만원 × 70%)이 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위 4,340만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반소장 부◎ 송달 다음날인 1999. 11. 4.부터 원고가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1. 7.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의 예비적 반소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 및 피고의 주위적 반소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고, 피고의 예비적 반소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은 4,340만원 부분에 대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당심에서 확장된 반소청구에 따라, 위 4,340만원에 대하여 1999. 11. 4.부터 2001. 7.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며, 피고의 예비적 반소청구에 대한 나머지 항소 및 당심에서 확장된 나머지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한다.

판사 이동명(재판장) 한정훈 문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