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법원 2006. 4. 7. 선고 2005나12442 판결【부당이득금】: 항소기각[확정]

【판시사항】

교통사고 가해자가 공탁한 차량수리비를 피해자가 출급한 이후, 피해자가 피해자 차량에 대한 보험회사와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액에 대하여 합의한 경우, 그 합의에 대물적 손해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전 문】
【원고,항소인】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피항소인】박○경
【제1심판결】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05. 8. 31. 선고 2005가소9193 판결 (원고패)
【변론종결】2006. 3. 24.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107,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10. 2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박○○은 2003. 8. 18. 14:00경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소재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여 피고가 운전하고 박◎◎ 등이 탑승하고 있던 부산 00무0000호 SM5 차량을 정면으로 들이받아(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 피고는 요추추간판탈출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병명을 진단받고 약 56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나. 당시 피고 운전 차량은 송○○이 원고회사와 2003. 1. 24. 24시부터 2004. 1. 24. 24시까지 책임보험, 대인배상, 대물배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무보험차상해보험계약 및 자기차량손해보험계약을 체결한 차량이었다.

다. 원고회사는 위 자기차량손해보험계약에 따라 2003. 10. 20. 피고 운전 차량에 대하여 차량수리비용 3,107,000원을, 위 무보험차상해보험계약에 따라 그 무렵 위 박◎◎ 외 2명에게 합의금 및 치료비를, 2004. 6. 25.경 피고에게 치료비를 각 지급하였다.

라. 원고회사는 위 지급한 금액에 대하여 2004. 1. 16. 이 사건 교통사고의 가해자인 박○○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2004가소7541호로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 박○○은 2003. 12. 2.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피고 운전 차량수리비 350만 원을 포함한 450만 원을 공탁하였고, 피고는 2004. 2. 26. 위 공탁금을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하였다.

마. 피고는 2005. 1. 27. 원고회사로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합의금으로 1,460만 원을 수령하였다.
【증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5,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 7, 9호증,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2, 3, 5호증

2. 주장 및 그에 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차량수리비 3,107,000원을 수령한 후에 또다시 박○○이 공탁한 차량수리비 350만 원을 수령하였는데, 피고와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하여 합의할 당시 인적 손해에 대하여만 합의하였을 뿐 피고가 박○○으로부터 수령한 차량수리비를 공제하고 합의금을 정한 것이 아니어서, 피고는 차량수리비를 원고 및 박○○으로부터 이중으로 지급받은 것이므로, 원고로부터 수령한 차량수리비는 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먼저, 과연 원고와 피고의 합의 당시 피고가 이미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차량수리비 3,107,000원을 추후 반환할 것을 전제로 합의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등 참조).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7, 13호증, 갑 제14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박○○과의 소송과정에서 박○○이 피고에 대하여 공탁한 차량수리비를 피고가 수령한 사실을 안 후 피고에게 "박○○의 공탁사유로 박○○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하는 금원이 발생하면 피고에게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소송고지서를 발송한 사실, 원고가 위 소송과정에서 박○○에 대하여 원고에게 박○○에 대한 청구금액 5,503,420원에서 원고가 이미 지급한 이 사건 차량수리비 3,107,000원을 제외한 2,396,420원의 지급을 명하는 강제조정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은 사실, 피고 운전의 차량은 그 수리비용으로 3,107,000원이 지출되었는데 피고는 2003. 10. 20. 원고로부터 차량수리비 3,107,000원을 지급받고 또다시 2004. 2. 26. 박○○이 공탁한 차량수리비 350만 원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갑 제8, 9,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①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5. 1. 27. 작성된 합의서에는 "… 자동차사고로 피고가 피해를 입은 데 대하여 … 원고로부터 다음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확실히 수령하고 …"라고 인쇄되어 있고 수기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박○○이 책임져야 할 위자료, 휴업손해, 기타 손해배상금, 장해보험금, 직불진료비 등 법률상 손해배상금 일체를 수령하고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라고 기재된 사실, ②같은 날 피고 명의로 작성된 권리포기서에는 "…차량의 피해를 입힌 사고에 대하여 … 원고로부터 1,460만 원을 손해배상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 향후 본건사고와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가 야기된다고 하더라도 소송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고 …"라고 기재된 사실, ③원고가 작성한 합의금(손해배상금) 산출명세서, 합의서, 권리포기서에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피고가 이중으로 지급받은 차량수리비에 대하여는 위 합의와는 별개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나 물적 피해를 제외한 인적피해에 한하여서만 합의를 한다는 취지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④원고는 위 합의 당시 피고가 이미 원고로부터 차량수리비 3,107,000원을 지급받았고 박○○이 차량수리비로 공탁한 350만 원도 수령한 것을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보험금지급 및 합의를 주된 업무로 하는 원고가 피고와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한 일체의 손해배상에 관하여 합의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면서 차량수리비는 별도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는 합의를 하였다거나 인적 피해에 대하여만 합의하였음에도 그와 같은 중요한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위 각 문서 상의 기재,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피고의 피해 정도, 피고의 과실비율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아 원고와 피고는 위 합의 당시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된 인적 손해 및 물적 손해 등 일체의 손해배상에 관하여 합의를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위 합의와는 별도로 피고에게 차량수리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사 원고가 위 합의 당시 내심으로는 차량수리비를 위 합의와는 별도로 따로 반환을 청구할 것이라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갑 제5호증의 1, 2 및 갑 제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나아가 원·피고 사이의 2005. 1. 27.자 위 합의는 민법상 화해계약에 해당하고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하는바(민법 제733조), 원고는 구체적으로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원·피고 사이의 위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피고에 대하여 위와 같이 차량수리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하고 있다. 원고는 위 합의에 관하여 착오가 있음을 전제로 위와 같이 청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나 화해계약에 있어 착오는 민법 제733조 단서에 정한 바대로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 위 법조에서 말하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있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원고가 반환을 청구하는 차량수리비 상당의 손해는 위 화해의 목적인 분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화해와 착오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홍광식 판사 곽윤경 판사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