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02. 10. 선고 2003가단424905 판결【손해배상(자)】

【판시사항】

만취한 승객이 하차한 후 다른 차에 치어 사망한 것에 대해 계약상 부조의무를 근거로 택시기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택시기사는 승객에 대해 계약상 扶助義務가 있는데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술취한 승객이 하차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냥 가버린 것은 扶助를 요하는 자를 보호없는 상태에 둠으로써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 유기행위에 해당하여 승객이 다른 차에 치여 사망했더라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전 문】

【원고】A 외 2인
【피고】합자회사 D운수 외 2
【변 론 종 결】2006. 1. 13.

【주 문】
1. 피고 합자회사 D운수, 피고 E은 연대하여 원고 A에게 53,824,610원, 원고 B, C에게 각 35,049,74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3. 7. 29.부터 2006. 2. 1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합자회사 D운수, 피고 E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N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합자회사 D운수, 피고 E사이에 생긴 부분은 이를 4분하여 그 3은 원고들의, 나머지는 위 피고들의 각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 N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 A에게 205,648,228원, 원고 B에게 138,432,154원, 원고 C에게 138,432,15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3. 7. 29.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기초사실

- 생략 -

(3) 판단

살피건대, F는 2003. 7. 28. 19:00경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J, K를 만나 21:00경까지 저녁식사를 하면서 각자 소주 1병 반 정도씩을 마신 다음 2차로 파전집으로 옮겨 23:00경까지 막걸리 한사발 반 정도를 마신 사실, F와 그 친구들은 파전집을 나와 교가를 함께 부르고 대화를 나누면서 택시정류장까지 걸어간 사실, F는 J의 도움을 받아 23:18경 김포공항 앞 택시정류장에서 피고 E운전의 이 사건 택시를 잡아탔고, J는 피고 E에게 F의 집이 있는 대화지구까지 태워다 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 택시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입력하고 저장한 사실, 피고 E는 피해자를 태우고 자동차 전용도로인 자유로를 운행하던 중 23:28경 장항 인터체인지를 약 1㎞ 앞둔 지점에서 택시를 정차한 사실, F는 피고 E가 자유로 상에 택시를 정차하자 택시요금을 줄 생각도 않고 소지하고 있던 가방도 그대로 둔 채 이 사건 택시에서 내려버린 사실, 피고 E는 F가 위와 같이 이 사건 택시에서 내려버리자 후사경으로 F가 걸어가는 것을 지켜본 후 F가 돌아오지 않고 계속 걸어가자 택시요금은 포기하고 진행하던 장항 인터체인지 방향으로 운행하여 간 사실, F는 1시간 후인 2003. 7. 29. 00:35경 장항 인터체인지 전방 약 2㎞ 지점 편도 5차로 중 4차로에서 G가 운전하던 승용차에 들이받히고 같은 길 5차로에서 H운전의 승용차에 연쇄적으로 들이받혀 두개골 복잡골절 등에 따른 뇌손상 등으로 사망한 사실, 위 하차지점은 편도 5차로의 자동차전용도로로서 민가나 시가지로부터는 몇 백m 정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곳이고, 그곳 5차로 옆에는 약 2.9m 폭의 갓길이 있으며, 갓길 옆에는 약 5 내지 6m 폭의 가로수길이 있고, 그 옆으로는 논밭인데 가드레일이나 방음벽 등 도로와의 차단시설이 따로 있지는 않은 사실, F는 32세로 신장 183㎝, 체중 91㎏의 체격이고, 사망 당시 혈중알콜농도는 0.17%로 측정된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에는 비가 내리고 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9호증의 12 내지 53, 55, 65, 66, 69, 70, 77, 80, 82, 갑 제10호증의 14, 17, 갑 제13호증의 1 내지 14, 을가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는바, F가 친구인 J의 도움으로 택시를 잡을 수 있었고, J는 피고 E에게 F의 집 방향까지 대신 알려주면서 택시번호를 기록해둔 점, 이 사건 택시가 정차하자 F는 정차한 곳을 확인하거나 택시요금을 줄 생각도 없이 자신의 가방을 둔 채 이 사건 택시에서 내려버린 점, 이 사건 택시에서 내린 후 F가 아무런 방향감각 없이 1시간 동안이나 자유로 부근에서 길을 헤매고 다닌 점, 피고 E가 굳이 자동차전용도로인 자유로에서 택시를 정차한 것도 F의 택시 안에서의 비정상적인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F는 이 사건 택시에 승차하였을 당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행위를 할 수 없는 정도로 취하여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고, 피고 E로서도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택시 승객인 F에 대한 계약상 부조의무가 있는 피고 E가 자동차전용도로에 택시를 정차하면서 사전에 뒷문을 잠그거나 F에게 구두로 경고를 하는 등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만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택시를 정차하여 요부조자인 F가 자동차전용도로로 하차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고 나아가 실제 F가 자동차전용도로로 하차하였음에도 F에게 탑승하도록 소리치거나 F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119 등을 통하여 알리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후사경으로 F를 잠시 쳐다본 후 그냥 택시를 운행하여 가버린 것은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 없는 상태에 둠으로써 그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 유기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며, 한편 F가 피고 E의 불법행위가 있은 후 1시간 후에야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고는 하나 F가 하차한 곳은 자동차전용도로이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로로부터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구조이어서 피고 E로서는 자동차전용도로인 자유로에서 하차한 요부조자인 F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하여 충분히 예견할 수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E과 그 사용자인 피고 D운수는 F의 사망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F의 택시 안에서의 비정상적인 행동 때문에 피고 E로서도 굳이 자동차전용도로인 자유로에서 이 사건 택시를 정차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F가 술에 만취하여 택시가 정차된 곳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섣불리 이 사건 택시로부터 하차한 점과 같은 F의 부주의도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하였으므로 그 잘못을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75% 참작하여 위 피고들의 책임을 25%로 제한하기로 한다.

다. 피고 N에 대한 책임인정 여부

(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G가 2003. 7. 29. 00:35경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자유로 장항인터체인지 전방 2㎞ 지점 편도 5차로 중 4차로를 빗길 감속운행을 하지 않은 채 주행하던 중 F를 충격하여 사망케 하였으므로, 이 사건 승용차의 보험자인 피고 N는 이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2) 피고 N의 주장

피고 N는, 이 사건 교통사고 장소인 자유로는 자동차전용도로로 도로 중앙에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고 도로 우측으로는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어 사람의 횡단이 예상될 수 없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는 00:35경의 야간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상황이어서 F가 이 사건 승용차의 주행차선에 나타날 것은 예측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였으므로 이 사건 승용차의 운전자인 G는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3)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교통사고 장소인 자유로는 편도 5차로의 자동차전용도로로 오른쪽에는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고 민가나 시가지로부터는 몇 백m 정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곳인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시간은 00:35경으로 야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F는 혈중알콜농도 0.17%의 술에 취한 상태였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바,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던 G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나타날 경우를 미리 예상하여 급정차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 갑 제9호증의 70의 기재에 비추어 갑 제10호증의 10 기재만으로는 G가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빗길 감속운행을 하지 않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며, 달리 F를 발견하는 즉시 제동조치를 취하였다면 F와 충돌하지 않고 정차할 수 있었다거나 또는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있었는데도 자동차의 조향장치,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히 조작하지 아니하고 운전하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G에게는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승용차의 보험자인 피고 N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아래에서 별도로 설시하는 이외에는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기재와 같다(손해배상액을 계산함에 있어 원 미만의 금원과 마지막 월 미만의 기간은 각 버림).

가. 일실수입

(1) 소득 및 정년 : F는 1996. 4. 13. 주식회사 호텔L에 입사하여 2002년 8월부터 2003년 7월까지 12개월간 합계 33,704,090원의 급여를 받았는바, 이중 2003년 1월 지급된 하반기격려금 1,155,000원과 2003년 7월 지급된 상반기격려금 852,710원 및 2003년 3월 지급된 연월차수당 984,590원 등 합계 2,992,300원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기초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30,711,790원을 12개월로 나눈 2,559,315원을 F의 월소득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F는 정년인 만 55세가 될 때까지는 월 2,559,315원의 소득이 인정되고, 그 이후부터 가동연한인 60세까지는 도시일용노임 상당의 소득이 인정된다 할 것인바, 2005년 9월 이후의 도시일용노임은 월 1,215,544원이다(1일 55,252원×22일).

(2) 생계비 : 3분의 1

나. 일실퇴직금

F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없었다면 정년퇴직시 계속근로년수 1년에 1개월분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고, 입사일, 정년퇴직예정일, 수령퇴직금, 계속근로년수, 30일분의 평균임금, 일실퇴직금의 사고시 현가 등은 별지 일실퇴직금계산표 기재와 같다.

다. 장례비

3,000,000원

라. 위자료

F의 나이, 가족관계, 과실비율,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결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망인 25,000,000원, 원고 A 5,000,000원, 원고 B, C각 3,000,000원으로 결정한다.

마. 상속

원고 A가 F의 처로서 7분의 3 지분, 원고 B, C가 각 F의 자녀로서 7분의 2 지분씩 F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하였다.

[ 증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2, 갑 제1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주식회사 호텔L 대표이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현저한 사실, 경험칙, 변론의 전취지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D운수,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 N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정 창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