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2005. 12. 29. 선고 2005구합26793 판결【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취소】

【판시사항】

“졸음운전은 중과실로 볼 수 없어” 지급한 보험금 환수는 부당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피곤한 나머지 졸음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그 사정만으로 운전자가 현저히 주의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볼 수도 없고 사고의 결과가 중하다고 하여 운전자에게 중과실이 있고 가벼운 사고라고 중과실이 없다 할 수도 없어 중과실을 기초로 한 이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전 문】
【원고】 A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변론종결】 2005. 11. 10.
【주 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04. 10. 8. 부당이득금 9,621,820원, 2004. 12. 7. 부당이득금 2,101,220원, 2005. 3. 8. 부당이득금 1,672,790원, 2005. 6. 9. 부당이득금 11,580원, 2005. 9. 13. 부당이득금 45,250원의 각 환수고지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 구 취 지】
주문 기재와 같다(원고가 청구취지에 기재한 각 처분일자 중 주문 기재와 다른 부분은 오기임이 명백하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4. 2. 1. 12:40경 포터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강원 철원군 소재 동송 농협 미곡처리장 앞 노상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신오덕사거리에서 오덕 2리 방면으로 편도 1차로를 진행하던 중 차로를 이탈하여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 가장자리에 있는 은행나무를 충격하면서 근처 농수로에 전도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로 상완골상단 골절상 등을 입고 강동 성심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후 원고가 가입한 국민건강보험의 수익자로서 피고로부터 치료비 상당을 지급받았다.

나. 피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원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2004. 10. 8. 부당이득금 9,621,820원(원고는 위 처분일자를 ‘2004. 9. 8.’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2004. 10. 8.’의 오기임이 분명하다), 2004. 12. 7. 부당이득금 2,101,220원(원고는 위 처분일자를 ‘2004. 11. 24.’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2004. 12. 7.’의 오기임이 분명하다), 2005. 3. 8. 부당이득금 1,672,790원(원고는 위 처분일자를 ‘2005. 3.’이라고만 주장하나 이는 ‘2005. 3. 8.’임이 분명하다), 2005. 6. 9. 부당이득금 11,580원(원고는 위 처분일자를 '2005. 6.’이라고만 주장하나 이는 '2005. 6. 9.’임이 분명하다), 2005. 9. 13. 부당이득금 45,250원(원고는 위 처분일자를 ‘2005. 9.’이라고만 주장하나 이는 ‘2005. 9. 13.’임이 분명하다)의 각 환수고지처분(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갑 3호증의 1, 2, 갑 4, 6, 8, 10∼15호증, 을 1∼12호증, 을 13, 14호증의 각 1∼5, 을 15호증의 1∼6, 을 16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교통사고가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안전운전의무위반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설령 원고의 안전운전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없으며, 원고가 당연히 보험급여 대상으로 생각하고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급여의 제한)
①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
제52조 (부당이득의 징수)
①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다. 판단

보험사고에 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취지는 ① 징벌적, 보험정책적 의미와 ② 보험사고의 우연성이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는데(대법원 1990.2.9. 선고 89누2295 판결 참조), ‘중대한 과실’의 경우 보험사고의 우연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고 단지 징벌적, 보험정책적 의미만 있을 뿐이므로, ‘국민보건의 향상 및 사회보장 증진’이라는 국민건강보험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보험급여 제한 사유인 ‘중대한 과실’ 부분은 경과실과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서 조금만 주의를 하였더라면 사고의 발생을 미리 인식하여 이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주의를 태만히 하였기 때문에 사고의 발생을 인식할 수 없었다거나 이를 방지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두12175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한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철원경찰서장이 작성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8호증)에는 원고가 운전부주의로 차로를 이탈하여 위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운전부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언급되어 있지 않고,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 전날 춘천에 있는 동서의 상가에 다녀오던 중 차로를 이탈하여 중앙선을 침범한 후 은행나무에 충돌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을 알 수 있을 뿐 원고의 구체적인 주의의무위반행위가 드러나지 않아 원고가 자동차 운전자로서 안전운전의무위반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와 안전운전의무위반행위를 하였다면 그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지 혹은 중대한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으며, 원고가 졸음운전, 과속 등을 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단지 원고가 중앙선을 침범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를 유발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가사 원고가 동서의 상가에 다녀오느라 피곤하여 졸음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졸음운전을 하다가 중앙선 침범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원고가 운전을 함에 있어 현저히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졸음운전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의 결과가 중하다고 하여 운전자에게 중과실이 있고, 추돌사고와 같은 가벼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운전자에게 중과실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를 유발한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기초로 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신 동 승
판사 김 정 중
판사 마 옥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