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나31990 판결【보험금】

【판시사항】

유레일패스 분실시 보험사의 배상책임 유무

【판결요지】

유레일패스는 운송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라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일정 비용을 선급하고 일정기간 동안 유레일패스 가맹국의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 또는 법률상의 지위를 증명하는 증거증권에 불과, 해외여행 보험가입자가 유레일패스 분실시 보험사는 보상할 의무가 있다.

【전 문】
【원고, 항소인】 김○원
【피고, 피항소인】아메리칸홈어슈어런스캄파니
【제1심 판결】서울지방법원 2000. 4. 12. 선고 2000가소29686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2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9. 12. 28.부터 2000. 10. 10.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의 금원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435,000원 및 이에 대한 1999. 12. 28.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는 원고에게 금 2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이유】

1. 보험금지급의무의 발생

소외 김태균과 피고가 1999. 12. 16. 피보험자를 원고 및 김태균, 보험기간은 1999. 12. 19.부터 2000. 1. 10.로 하는 해외여행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보험계약에 의하면 피고는 피보험자가 해외여행 도중에 휴대하는 휴대품에 관하여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금 500,000원을 한도로 보상하기로 한 사실, 원고는 1999. 12. 27. 유럽여행 도중 유레일패스(가격 USD 718.00)를 지갑과 함께 도난당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한편 원고는 위 지갑값에 해당하는 금 65,000원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435,000원(500,000원 -65,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면책항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해외보험보통약관 중 휴대품손해담보 특별약관 제2조는 제1항에서 이 보험의 목적은 피보험자가 여행 도중에 휴대하는 피보험자 소유의 휴대품에 한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 제1호에 ‘통화, 유가증권, 인지, 우표, 크레디트카드, 쿠폰, 항공권, 패스포드 등 이와 비슷한 것’에 대하여는 보상을 실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유레일패스는 항공권과 비슷한 운송권 내지는 유가증권, 크레디트카드, 쿠폰, 패스포드와 비슷한 것의 범주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위 면책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유레일패스의 특징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유레일패스를 구입한 여행객은 이를 이용하여 정해진 유효기간 동안 거리, 횟수, 사용구간에 관계 없이 유럽의 유레일패스 가맹국의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 유레일패스는 발급시 사용자의 성명이 특정되고 이를 사용할 때에는 유레일패스와 열차 탑승자의 여권을 대조하여 탑승자가 유레일패스에 기재된 피발급자와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게 되어 있어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또한 유레일패스는 분실, 도난당하였을 경우 재발급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유레일패스를 제시할 경우, 가맹국의 철도 외에도 페리, 유람선, 사철, 등산철도, 버스에 무료로 탑승하거나 그 운임이 할인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국가에 따라서는 지정 호텔에 할인된 비용으로 숙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 면책 조항의 적용 여부

① 우선 유레일패스가 유가증권에 해당하는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유가증권이라 함은 권리 또는 재산권을 표창하는 증권으로서 권리의 발생, 이전, 행사 등에 증권의 소지를 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가증권은 무형의 권리를 증권화하여 그러한 권리의 유통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용된 개념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유레일패스는 일단 발급되면 그 양도가 제한되어 있어 유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점, 분실시 재발급이 불가능한 점, 유레일패스를 소지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에는 특정국의 열차를 거리, 횟수, 사용구간에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일정 운송기관이나 호텔 등에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등 그 자격이 매우 포괄적인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단순히 운송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라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일정 비용을 선급하고 일정 기간 동안 유레일패스 가맹국의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 또는 법률상의 지위를 증명하는 증거증권 또는 채무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 없이 증권의 소지인에게 채무를 이행하면 채무를 면하게 되는 면책증권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② 다음으로 유레일패스가 크레디트카드, 쿠폰, 항공권, 패스포드 등 이와 비슷한 것에 해당하는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우선 유레일패스가 크레디트카드, 쿠폰, 항공권, 패스포드에 해당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다.

다음으로 유레일패스가 ‘이와 비슷한 것’의 범주에 해당하는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와 같은 규정은 약관작성자의 면책의 범위를 불명확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험자에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5조 제2항), 유레일 패스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유레일 패스에 위 면책조항의 적용대상임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보상한도액 제한 항변

피고는 다시, 휴대품손해담보 특별약관에 의하면 목적의 1개 또는 1조에 대한 손해액을 일정액 범위에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범위 역시 이에 한정된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특별약관 제6조 제4항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의 1개 또는 1조, 1쌍에 대한 제1항에 따른 손해액은 200,000원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한편 원고가 도난당한 지갑과 유레일패스는 별개의 품목이고 그 중 지갑에 대하여는 보험금이 이미 지급되었으므로, 위 유레일패스에 대하여는 한도액인 금 200,000원의 범위 내에서만 피고가 보상할 의무가 있다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금 2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보험사고일 다음날인 1999. 12. 28.부터 피고가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00. 10. 10.까지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위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목영준   판사 윤치삼   판사 김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