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8. 19. 선고 2005가합16220 판결【구상금】

【판시사항】

일반국도에서 비상등을 켜 놓고 정차한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국도에서 주차 또는 정차할 때 차폭등과 미등을 켜 놓는 외에 삼각대나 경광등을 설치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가사, 그러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삼각대 등의 설치의무위반은 손해배상을 정함에 있어 과실상계를 하기 위한 피해자측의 부주의에 해당할 뿐 피해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전 문】
【원고】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신동화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1 
【주문】
1.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107,984,700원 및 그 중 106,478,365원에 대한 2001.3.20.부터, 나머지 1,506,335원에 대한 2001.5.22.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기초사실

가. 피고 C는 1998.1.19. 00:10경 그 소유의 봉고차량(이하‘피고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전남 목포시와 영암군을 잇는 편도 1차로인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고 한다)를 목포시쪽에서 영암군쪽으로 가던 중, 전남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 럭키빌라 앞에 이르러 반대차로의 우측 길 가장자리(이하 ‘이 사건 사고현장’이라 한다)에 D운전의 승용차(이하 ‘피해차량’이라 한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적사함을 충격하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D를 도와주기 위하여 피고 차량을 피해 차량으로부터 약 2m 떨어진 후방에 피해 차량을 정차하고 비상등과 전조등을 켜 놓았다(전조등이 켜져 있었으므로 차폭등과 미등도 켜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 C는 피고 차량을 견인하기 위하여 피고 차량의 적재함에 있던 밧줄을 D에게 건네주었고, D는 피해 차량 뒷부분에 있는 견인 고리에 밧줄을 묶고 피고 차량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E은 같은 시각 그 소유의 전남28나5935호 승용차(이하 ‘원고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고 시속 약 20km로 이 사건 도로를 영암군쪽에서 목포시쪽으로 가던 중 이 사건 사고현장에 이르러 당시 눈이 많이 내려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비상등과 전조등을 켜놓고 길가에 정차 중인 피고차량의 불빛을 뒤늦게 발견하고 정지하려 하였으나 도로가 결빙되어있는 관계로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원고 차량의 앞 범퍼 우측 부위로 피고 차량의 앞 범퍼 우측 부위를 들이받아 피고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피고 차량의 적재함 우측 뒷부분으로 D와 피해차량의 앞 범퍼 부위를 충돌케 하여 D로 하여금 다발성 늑골골절, 흉부좌상, 제1,2요추 횡돌기 골절 등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하였다.

다. 원고는 E과 사이에 원고 차량을 피보험자동차로 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고, 피고 B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회사’라고 한다)는 피고 C과 사이에 피고차량을 피보험자동차로 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1,2, 갑8의 1 내지 5,8,9, 을1의 각 기재, 피고 C 본인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①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차량이 전조등을 켠 채 원고 차량의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정차되어있어, 원고 차량의 운전자인 E은 당시 눈이 내려 시야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피고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오고 있거나 중앙선을 넘어와 정차해 있다고 판단하고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미끄러져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피고C로서는 다른 차량이 위와 같이 오해하지 않도록 전조등이 아닌 경광등이나 삼각대를 설치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표지를 설치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고, ②피고 C는 다른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도로의 가장자리에서 견인 작업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도로 한가운데에 피고차량을 정차시키고 견인 작업을 한 과실이 있으며, ③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2차 사고의 위험성이 예측되므로 피고 C는 견인 작업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피해차량 사이에 서 있도록 한 과실이 있다.

(2) 이 사건 사고는 원고 차량의 운전자인 E와 피고 차량의 운전자인 피고 C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 C는 피고 차량의 소유자 겸 운전자로서 피고회사는 피고 차량에 대한 보험자로서 각자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인 D가 입은 재산상정신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원고가 피보험자인 E를 위하여 D에게 손해배상금으로 합계 213,484,290원을 지급하고 손해확대방지를 위한 비용으로 합계 2,485,110원을 지출함으로써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 C가 D와의 관계에서 공동면책되었다 할 것이므로 원고는 상법 제 682조에 규정된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D가 피고들에 대하여 가지는 구상권을 취득하였고, 따라서 피고들은 각자 공동면책된 손해액중 피고 C의 과실 비율인 50%에 상응한 부담부분에 대한 원고의 구상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원고 차량의 운전자인 E의 일방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이고 피고 차량의 운전자인 피고C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의무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판단

가. 원고의 ‘①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 C가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피고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원고 차량의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피고 차량을 정차해놓는다거나, 전조등을 켜놓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눈이 많이 내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이었으므로 피고 차량의 전조등이 켜 있음으로 인하여 원고 차량의 운전자인 E가 보다 빨리 피고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할 것이어서 피고 차량이 전조등을 켜 놓은 것과 이 사건 사고 발생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 C는 피해 차량을 도와주기 위하여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일시 정차한 것으로서 피고 C로서는 차폭등과 미등을 켜 놓는 외에 삼각대나 경광등을 설치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가사 그러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삼각대등의 설치의무 위반은 원고와 피해자 D사이에서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과실상계를 하기 위한 피해자측의 부주의에 해당할 뿐 피해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피고 C의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①주장은 이유 없다(도로교통법 제59조에 의하면 자동차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원칙적으로 주차 또는 정차를 할 수 없고, 같은 법 제61조에 의하면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를 운전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그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표지를 하여야 하며,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위 도로교통법은 이 사건 사고 장소와 같이 일반 국도에서의 고장 등으로 인한 주차 또는 정차를 할 경우 위와 같은 표지를 하여야 할 의무에 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나. 원고의 ‘②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C가 이 사건 도로의 한 가운데에서 견인작업을 하여 후행차량의 진로를 방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8의 2?5?10, 을 1,2의 각 기재, 피고C의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도로는 원고 차량의 진행방향에서 볼 때 직선도로였다가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이르러서는 좌측으로 휘는 곡선도로가 시작되는 곳이고, 갓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나 원고 차량의 진행방향 쪽 1차로의 차폭이 약 7.8m이고, 피고 차량과 피해 차량이 정차한 부분을 제외한 차폭이 약 4.0m이어서 원고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지 아니한 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정도였던 사실, 피고 C이 원고 차량의 주행차선에 물리지 않도록 피고 차량을 길가에 바짝 붙여 정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②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의 ‘③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 C에게 견인 작업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D로 하여금 작업현장에서 벗어나 있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D를 도와 피해 차량을 견인하려던 피고 C에게 원고 주장과 같은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③주장역시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 C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하여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윤기  판사 이규훈  판사 이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