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4. 11. 9. 선고 2004나28506 판결【손해배상(자)】

【판시사항】

버스 급출발로 요추골절상을 입고 하반신 마비 후 당뇨 악화로 인해 사망한 경우 망인의 사망과 버스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망인은 버스사고 이후 제1요추부 방출성골절상 등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이와 같이 거동을 못하게 될 경우 허혈성심질환 등 당뇨의 합병증이 악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심근경색으로 발전되어 사망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볼 때 버스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전문】

【원고,피항소인】망 A의 소송수계인 B 외2
【피고,항소인】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제1심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04. 3. 25. 선고 2002가단33574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다음에 인용하는 부분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1,773,086원 및 이에 대하여 2001. 9. 23.부터 2004. 11. 9.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en 이를 4분하여 그 1은 원고들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금28,883,937원 및 이에 대하여 2001. 9. 23.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기초사실

(1)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다가 제1심 소송진행 도중 사망한 망A(1937. 11. 30.생, 여, 이하 ‘망인’ 이라고 한다)의 자녀들이고, 피고는 이 사건 가해차량인 버스의 보험자이다.

(2) 위 버스의 운전기사인 고용희는 2001. 9. 23. 23.:30경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57 앞 버스정류장에서 식당 종업원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망인을 승차시키게 되었는바, 버스 운전기사로서는 급출발로 인하여 승차한 승객이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승객의 동태를 살피고 서서히 출발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출발한 과실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망인이 버스의 바닥에 넘어져 제1요추 방출성 골절상 등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3) 그 후 망인은 1차로 2001. 10. 8.부터 2001. 10. 12.까지, 2차로 2001. 10. 27.부터 2001. 11. 8.까지  각 의료법인 광흥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3차로 2001. 11. 8.부터 2001. 12. 15.까지는 신촌세브란스병 정형외과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그 후 2003. 10. 13. 심근경색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 4호증,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내지 8, 갑 제11호증의 1 내지 4, 변론 전체의 취지

나.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들 : 비록 망인 사망의 직접적 이유는 지병인 당뇨의 악화로 인한 심근경색이지만, 이 사건 사고 인한 상해로 하지마비 증상이 생겨 전혀 거동할 수 없었던 점이 당뇨악화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피고 : 이 사건 사고 후 약 2주일 이 지난 2001. 10. 8.에 이르러서야 최초 진료가 이루어졌고, 그때부터 1차 입원치료 종결일까지 단순히 우측둔부 염좌로 진단 및 치료를 받았을 뿐 제1요추 방출성 골절에 관한 통증호소나 진단이 없었는데, 1차 입원치료 종결일로부터 16일 지난 2001. 10. 29.자 같은 병원에서의 2차 진료시 비로서 제1요추방출성골절상 및 마미증후군으로 진단 및 치료를 받은 점으로 보아 망인의 위 제1요추 방출성골절상 및 마미증후군은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의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인 점에서 망인이 기왕에 앓고 있던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인한 심장질환에 의하여 사망한 것이고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 없다.

다. 판단

(1) 인정사실

(가)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병원에 가지 아니하고 집에서 요양하다가 통증이 악화되고 하지의 마비증상이 오자 2001. 10. 8. 21:30경 급히 119 구급차로 광흥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광흥병원에서의 1차 입원기간 중(2001. 10. 8.-2001. 10. 12.) 망인이 우측 둔부의 통증을 호소하여 담당의사가 우측둔부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만 시행하였으나 특별한 골절 소견이 보이지 않자 우측 둔부 염좌로 진단하고 그 부분에 대하여만 물리치료를 시행하였다.

(나) 망인은 1차 입원 후 퇴원하여 집에서 요양하였으나 다시 마비증상이 오는 등 증상이 악화되어 다시 119 구급차로 위 광흥병원에 2차 입원하게 되었고(2001. 10. 29.~2001. 11. 18.), 그 때 망인이 계속적인 둔부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외에 추가로 요추부의 통증을 호소하여 담당의사가 요추부에 정밀검사(2차 입원 당일인 2001. 10. 29.에 엑스레이 촬영 및 2001. 11. 5.에 요추부 CT촬영)를 한 결과 제1요추 방출성 골절 및 마미증후군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그 요추부 수술을 위하여 2001. 11. 8. 광흥병원에서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 입원하게 되었는데, 방출성 골절은 추락,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척추에 압박 외상력 등의 외부충격에 의해 발생하고, 마미증후군이란 척추관 내에서 척수원추와 요천추 신경근 사이의 손상으로 인한 대, 소변 기능장애 및 하지 기능장애를 일컫는데 방출성 골절시 골절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방출성 골절상을 입은 경우 통증이 수반되나 초기에는 주관적 증상이 덜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초기에는 단순 압박골절이었다가 외상성 척추붕괴 및 무혈성괴사가 진행되면서 동통 및 신경증상이 심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다) 2차 입원시에도 망인은 요통만을 호소한 것이 아니라 우측 둔부의 통증과 함께 요통을 호소하였는데 광흥병원 및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정밀검사 결과 망인의 둔부에는 망인이 통증을 호소할 만한 소인이 발견되지 않았고,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허리에 관한 질병은 없었고 단지 지병으로 당뇨병을 앓아 왔다.

(라) 한편 망인은 당뇨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이전인 이 사건 제1심에서 2002. 6.경 실시된 신체감정 당시에도 하반신 부전마비, 배뇨 및 배변장애, 하반신 감각이상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다.

(마)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 하반신 마비 등으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고, 이로 인하여 기왕증인 당뇨가 악화되어 양쪽 다리가 썩기 시작하여 2003. 2. 3. 세브란스 병원 정형외과에 입원하여 같은 달 10일 양다리의 중족골 기저부 이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바) 망인은 2003. 6.경부터 숨이 차는 증상이 생겨서 2003. 8. 25.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 입원하였는데 당뇨합병증인 심부전증으로 인한 폐부종, 늑막삼출이 있었다.

(사) 이 사건 제1심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03. 10. 13. 망인은 결국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는데, 위와 같은 심장질환은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없는 경우보다 심장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더 높고,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악화되는 원인은 오랫동안 혈당조절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인데 하반신 마비 등으로 거동을 못하게 될 경우 운동부족으로 혈당을 잘 조절하지 못하게 되어 당뇨 합병증이 악화될 수 있다.

[인정근거]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갑 제11호증의 1 내지 4, 갑 제12 내지 15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제1심 법원의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소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언양의료재단 광흥병원이사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여부

(가) 우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에게 방출성 골절 및 마미증후군 등의 증상이 생겼는지에 관하여 본다.
비록 망인이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후 1개월 이상이 경과한 2차 입원시에 이르러서야 제1요추부 방출성 골절 및 마미증후군의 진단을 받았지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광흥병원 및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정밀검사결과 망인의 둔부에는 망인이 통증을 호소할 만한 소인을 발견하지 못한 점, 방출성 골절상을 입은 경우 통증이 수반되나 초기에는 주관적 증상이 덜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초기에는 단순 압박골절이었다가 외상성 척추붕괴 및 무혈성 괴사가 진행되면서 동통 및 신경이상 증상이 심해졌을 가능성도 있는 점, 2차 입원시에도 망인은 요통만을 호소한 것이 아니라 우측 둔부의 통증과 함께 요통을 호소한 점, 망인이 이 사건 이전에는 당뇨병을 앓고 있었을 뿐 허리 부위의 질환은 없었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여 오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이후 통증 및 마비증상이 생긴 점, 제1심 법원의 신체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제1요추부 방출성압박골절은 신생골절에 가까운 소견을 보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회보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망인 1차 입원 당시에는 요추부의 골절로 인한 둔부의 통증만을 부정확하게 호소하여 1차 입원 당시 요추부에 관하여는 정밀검사를 하지 아니하여 이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결국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방출성 골절 및 마미증후군의 상해와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물론 망인이 이 사건 사고를 당한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약 2년의 기간이 지났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직접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지만,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 제1요추부 방출성골절상, 마미증후군 등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점{제1심 법원의 신체감정결과에 의하면, 망인은 신경외과적 측면에서 하반신부전마비로 인한 일반노동자로서의 노동능력의 54%를 상실하는 영구장애를, 비뇨기과적 측면에서 사고로 인한 척수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뇨장애(요폐 및 요실금)로 인하여 노동능력의 35%를 상실하는 영구장애를 입음으로써 그 중복장애율이 약 70%에 이른다}, 이와 같이 하반신마비 등으로 거동을 못하게 될 경우 허혈성심질환 등 당뇨의 합병증이 악화 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심근경색으로 발전되어 사망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 심장질환은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없는 경우보다 심장질환이 많은 점 등을 참작하여 볼 때,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다) 망인의 기왕증의 기여도
다만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망인의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에 기왕증인 당뇨병이 미친 영향을 50%로 보아 피고의 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한다.

(라) 망인의 과실상계
한편 망인으로서도 버스에 승차한 후에는 바로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는 등 버스가 출발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넘어지게 된 잘못이 있고, 망인의 이러한 과실도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인바,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과실비율은 20% 정도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과실상계에 따른 피고의 배상책임을 나머지 80% 부분으로 제한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치료비

① 이 사건 사고로 이한 직접치료비(광흥병원 및 세브란스 병원에서의 1차 내지 3차 입원에 따른 치료비): 금5,147,112원{=6,433,890원(갑 제6호증의 1 내지 5)×피고의 과실80%(망인의 과실20% 상계)}

② 2003. 2.경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에서 당뇨병 악화로 인한 다리의 절단수술 관련 비용 : 금1,571,964원{=3,929,910원(갑 제16호증의 1 내지 32)×피고의 과실80%×피고의 책임비율50%(망인의 기왕증의 기여도 50% 공제)}

③ 2003. 8.경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서의 치료비용 : 금430,348원{=1,075,870원(갑 제17호증의 1 내지 9)×피고의 과실 80%×피고의 책임비율50%}

④ 치료비 합계액 : 7,149,424원(5,147,112원+1,571,964원+430,348원)

나. 개호비

금28,169,834원{망인에 대한 신체감정결과 이 사건 사고 이후 5년간 개호가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었는데 망인이 그 5년의 기간 내인 2003. 10. 13. 사망하였고, 그때까지의 개호비 총액은 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여 계산하면 다음 계산식에 따른 합계 35,212,292원(① 2001. 9. 23.-2002. 5. 22. : 40,992×242일=9,903,124원, ② 2002. 5. 23.-2002. 9. 22. : 45,031원×123일=5,528,813원, ③ 2002. 9. 23.-2003. 5. 22. : 50,683원×242일=12,265,286원, ④ 2003. 5. 23.-2003. 10. 12. : 52,483원×143일=7,505,069원)인데, 여기에 망인의 과실 205를 상계하여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한 금액이다. 망인의 당뇨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이전인 2002. 6.경 시행된 신체감정 당시에 이미 망인은 마미증후군으로 인한 하반신부전마비, 배뇨 및 배변장애 등으로 개호가 필요하다는 제1심 법원의 신체감정결과가 있었으므로, 망인의 기왕증 기여도는 개호비 계산에 있어서는 고려하지 아니한다.

다. 위자료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이 사건 사고 후 망인의 치료과정, 망인의 사망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해 보았을 때 위자료의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라. 상속관계

망인의 위 손해배상금 65,319,258원(치료비 7,149,424원+개호비 28,169,834원+위자료 30,000,000원)의 채권은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에게 각 3분의 1 지분으로 상속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1,773,086원(65,319,258원÷3)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1,773,08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01. 9. 2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선고일인 2004. 11. 9.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인용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대휘
판사 김우찬
판사 김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