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법원 2002. 6. 11. 선고 2002가합11910 판결【보험금】

【판시사항】

[1] 보험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2] 소멸시효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의 의미

【판결요지】

[1]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2] 소멸시효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라 함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바, 살인 및 사기미수 등과 관련된 형사재판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사유는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될 수 없다.

【전문】
【원고】김○○         
【피고】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변론종결】2002. 5. 28.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억 2,000만원 및 이에 대한 1999. 8. 9.부터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7, 갑 제3호증(을 제1호증과 같다), 갑 제4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97. 11. 4.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원고, 원고의 남편인 소외 이○○, 딸들인 소외 이△△, 이◇◇ 등으로, 수익자를 원고가 피보험자인 경우에는 만기시 원고, 사망시 이○○으로, 나머지 피보험자의 경우에는 만기시와 사망시 모두 원고로, 보험기간을 1997. 11. 4.부터 2017. 11. 4.까지 20년으로 하고, 보험금은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평일에 발생한 차량탑승 중 교통재해를 직접 원인으로 사망하였을 때 주계약에 기하여 1인당 1억원, 재해보장특약에 기하여 1인당 1,000만원을 각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무배당차차차’ 교통안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은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이△△, 이◇◇을 살해한 다음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1999. 8. 9. 21:00경 이△△, 이◇◇을 뒷좌석에 태운 채 충남 35다○○○○호 포텐샤 승용차를 운전하여 신창저수지 앞 왼쪽으로 굽은 도로를 개심사 방면에서 운산 방면으로 시속 약 40km로 진행하던 중 조향장치가 우측으로 약 4。 가량 틀어진 상태에서 차량을 그대로 직진시키는 방법으로 위 차량을 신창저수지로 추락시켜 이△△, 이◇◇을 그 자리에서 익사시켜 살해하였다.

다. 원고는 1999. 9. 28. 서산시 동문동 소재 피고 서산영업소 보험금청구 담당직원 성명불상자에게 이△△, 이◇◇이 평일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합계 2억 2,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지급거절되었고, 그 후 2002. 2. 2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이후 그 보험기간 내에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보험금 합계 2억 2,0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은 상법 662조에 의하여 2년의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것이나, 위 법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되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는바,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19666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보험사고일인 1999. 8. 9.부터 2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이미 경과한 2002. 2. 27.에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위 보험금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나. 원고는,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해가 존재하는 기간 동안에는 진행되지 아니하는바, 원고의 남편인 이○○이 이 사건 보험사고 및 이 같은 보험금청구 등의 행위에 대하여 살인 및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절차가 진행되었고, 위 재판은 2001. 11. 27. 확정되었는데, 이○○에 대한 위 형사재판절차가 종료되기 전에 원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게 하는 것은 원고로 하여금 범죄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완성하도록 법률이 강제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거나 원고에게 그 기대가능성이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보험금 청구권은 위 형사재판절차가 종료된 다음날인 2001. 11. 28.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그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어서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이 2001. 7. 27. 이 사건 보험사고 등의 행위에 대하여 대전고등법원으로부터 살인 및 사기미수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그 후 2001. 11. 27. 대법원으로부터 상고기각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소멸시효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라 함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바(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등 참조), 이○○에 대한 살인 및 사기미수 등과 관련된 형사재판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사유는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보험사고일 이후로서 이○○의 형사재판절차종료일 다음날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주장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2년 6월 11일
재판장 판사 문 흥 수
판사 이 완 수
판사 안 종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