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법원 2014. 4. 3. 선고 2012가합5724 판결【보험금】: 원고일부승

【판시사항】

원고가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소송에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이 체결된 보험계약이어서 무효라는 이유로 보험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보험금청구(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가 원고에게 피보험자로 되기 위한 자격요건 및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의 필요성 등에 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피고 보험회사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한 사안

【전 문】
【원 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늘 담당변호사 박현갑)
【피 고】 B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규태)
【변론종결】 2014. 2. 27.
【주 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1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2. 8. 21.부터 2014. 4. 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위적 및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금 3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는 이 사건에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청구 즉, 보험금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있는바, 양 청구의 내용,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선후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전자를 주위적으로, 후자를 예비적으로 구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울산 소재 C빌딩(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소유자이자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2010. 9. 14.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단체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구체적인 보험내용은 다음과 같다.

O 피보험자 : 원고, D(원고의 모), E(원고의 처), F(원고의 장인), G(원고의 장모)
O 보험수익자 : 원고
O 보험기간 : 2010. 10. 8.부터 2020. 10. 8.까지
O 보장내용 및 보장금액
- 주보험 :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2억 5,000만 원
- 무배당상해보장 IIG 특약 :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1억 원

나.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인 2010. 10. 8. 원래의 피보험자 중 F을 제외하고 원고의 동생인 H을 피보험자로 추가하였는데, H은 2012. 3. 16.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2012. 4. 17.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2. 7. 4.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H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아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상태였고, 또한 H의 자필서명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보험금 청구에 대한 판단(주위적 청구)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H이 보험기간 내에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수익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장한 내용에 따라 보험금 3억 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상법 제735조의3은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제731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단체보험에 해당하려면 위 법조 소정의 규약에 따라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이어야 하고, 그러한 규약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강행법규인 상법 제731조의 규정에 따라 피보험자인 구성원들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갖추어야 보험계약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60259 판결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보험계약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된 단체보험계약인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그 가입에 관한 단체내부의 협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법 제731조의 규정에 따라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H을 피보험자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H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이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라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보험금 청구는 이유 없다.


3.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판단(예비적 청구)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 또는 피고의 보험설계사인 I가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H이 단체보험의 피보험자로서의 자격을 가져야 한다거나 H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하였고, 이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었으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단체보험의 피보험자로서의 자격을 가지기 위해서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실제로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는 근로자여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하였음에도 원고가 그러한 자격이 없는 H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로 교체한 것이고, 원고 스스로도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이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그 타인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H의 서면 동의 없이 H을 피보험자로 교체한 것이므로, 피고에게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거나 가사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형평상 또는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 극히 적은 부분에 한하여 인정되어야 한다.

나. 기본 법리

타인의 사망 또는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단체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설계사 등은 보험계약자에게 단체보험의 유효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그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럼에도 보험설계사 등이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위 요건의 흠결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회사는 위 보험업법 규정에 기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60259 판결 등 참조).

다. 인정되는 사실

(1) H을 피보험자로 교체할 당시 작성된 단체보험계약 청약서(을제1호증)에는 피보험자들이 원고 운영 사업장의 근로자로서 4대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고, 피보험자 청약명세서(을제4호증)의 피보험자 서명날인 란에 'H'이라고 서명되어 있다.

(2) 그런데 당시 H은 김해 소재 J병원에서 알콜 중독에 대한 입원치료 중에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었거나 피보험자로서 보험계약에 관한 서명날인을 하였을 리 없다.

(3) H을 피보험자로 교체할 당시 작성된 위 청약서와 청약명세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담당한 피고의 보험설계사인 I가 원고 및 H이 작성할 부분을 모두 자신의 글씨로 대신 작성한 것이다.

(4) I는 H이 사망한 후 원고에게 위 청약명세서와 같은 필체의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고 하여 원고와 H 사이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후 H이 기재할 근로자란에 자신의 필체로 'H'이라고 기재하였고, 그러면서 H의 다른 필적을 모두 없애라고 원고에게 말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 제2호증, 제4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 김○○, 전○○의 각 필적감정 결과(감정인 김○○은 2013. 12. 3.자), 변론 전체의 취지

라.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1)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단체가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려면 그 가입에 대한 단체 내부의 규약이 있거나 개별적인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①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는 모두 원고의 가족들로서 당시 I는 그들이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가 아니고 단체보험 가입을 위한 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H 사망 후 I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점에 비추어 보면 다른 피보험자의 근로계약서 등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② 그럼에도 I는 단체보험계약청약서 등의 내용을 자신이 임의로 기재하고, 원고의 서명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이를 직접 작성하여 원고로 하여금 H 등을 피보험자로 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한 점, ③ I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규약에 의해 체결된 것이 아님을 알았을 것임에도 피보험자인 H으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지 않은 채 자신이 대신 H의 서명을 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보험설계사인 I가 원고에게 H이 단체보험의 피보험자로 되기 위한 자격요건 및 H의 서면 동의의 필요성 등에 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I가 속한 보험회사인 피고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I가 위 보험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인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I가 원고에게 피보험자의 자격이나 서면 동의에 대한 사항이 기재된 '단체보험 주요내용 안내 확인서'를 제시하여 충분히 설명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청약서와 청약명세서 등은 I 자신이 스스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확인서에는 원고의 서명 등이 전혀 없어 그 서류 역시 위 청약서 등과 마찬가지로 I가 단독으로 작성한 서류일 가능성이 상당히 많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을 제5호증의 기재와 증인 I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앞의 인정을 뒤집을 수 없다.

(2) 다만, 원고 역시 H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H이 이 사건 보험의 피보험자로서의 자격을 갖는지 여부 및 H의 서면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 등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보다 면밀히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보험설계사의 말만 믿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이러한 원고와 피고의 관계,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마. 손해배상의 범위

보험설계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경우 그 손해의 범위는 지급기일에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 상당액이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4830, 548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 사망시 보험금은 3억 5,000만 원(=주보험 2억 5,000만 원+무배당 상해보장 IIG 특약 1억 원)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여기에 피고의 책임범위를 고려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금 상당액 중 2억 1,000만 원(=3억 5,000만 원 X 60%)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손해발생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2. 8. 21.부터 피고가 그 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4. 4. 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며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엽(재판장) 우정민 김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