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14. 5. 22. 선고 2013나19665 , 2013나19672 (병합) 판결【보험금】

【판시사항】

정신장해 관련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판결요지】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2007. 5. 8. 업무 중 추락으로 보험사고를 당하여 사고 직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가 2009. 5. 29. 정신장해 관련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2009. 6. 10. 재해장해급여를 청구하였는데 피고가 그 지급을 거절하자 2011. 5. 1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피고의 보험 약관은 '장해'는 상해가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정신 또는 육체의 훼손상태를 말하고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장해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여기서 '치유된 후'라 함은 상해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거나 또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말한다고 정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장해의 정의규정에 따라 '정신행동의 장해판'은 "상해를 입은 후 24개월이 경과한 후에 판정함을 원칙으로 하고 충분한 전문적 치료를 받은 후 판정하여야 한다"고 스스로 정하고 있다.
다. 한편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는 최초 내원시점인 2008. 3. 27.에는 사고 후 10개월여밖에 경과하지 않아 정신질환과 관련된 후유장해의 진단을 하기에 부족하여 2년이 경과한 2009. 5. 29.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후유장해진단을 할 수 있었다고 회신하였다.

[2] 재판부의 판단
가. 피고 자신의 약관이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측의 답변을 보더라도, 원고는 사고일인 2007. 5. 8.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09. 5. 29.에 이르러서야 정신질환 관련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그때서야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 청구의 권리행사를 할 수 있었음이 당연하다.
나. 이와 같이 피고 스스로 사고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여 충분한 치료를 받은 후에라야 비로소 장해진단을 할 수 있다고 보험금청구의 기간을 사실상 제한하였고, 장해진단 의사 역시 이러한 요구에 따라 상당한 치료․관찰 기간을 거쳐 적정한 시기에 장해진단서를 발급하였음에도 그러한 사정을 도외시한 채 사고일시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음을 빌미로 시효가 소멸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법리의 타당성 여부는 둘째 치고 보험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린 행위로 판단된다.

[3] 판결의 의의
정신장해진단의 경우 상당한 기간 동안의 치료 및 관찰이 요구되고 보험사 스스로도 정신장해진단서의 발급 요건을 그와 같이 엄격하게 정하였음에도 막상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청구를 하면 보험사는 최초 치료시보다 증상의 악화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면서 무조건 시효소멸항변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보험사의 약관에서 정한 진단서 발급 가능 시점부터 기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약관을 무시한 보험사의 시효소멸항변은 보험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판단함으로서 보험가입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였다.

【전 문】
【원고,피항소인】 000 (소송대리인 변호사 ○○○)
【피고,항소인】 00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2. 7. 선고 2012가합90578, 2012가합90585 (병합) 판결
【변론종결】 2014. 4. 24.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와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8,1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2. 9. 1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 신청서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인정사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1) 원고는 2007. 4. 3. 피고와 피보험자 C(원고의 남편이다), 보험수익자 원고, 보험기간 종신, 납입기간 20년, 보험료 월 288,380원으로 하는 '무배당수호천사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이하 '이 사건 보험'이라 한다)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보험은 가입금액을 3,000만 원으로 한 재해상해특약을 포함하는데, 위 특약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급여는 다음 두 가지이다.

① 재해장해급여 : 주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동일한 재해를 직접 원인으로 장해분류표 중 3% 이상 80% 미만에 해당하는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 : 특약가입금액의 100% × 해당 장해지급률로 계산된 금액을 지급

② 소득보상비 : 주피보험자가 동일한 재해로 장해분류표 중 여러 신체부위의 합산 장해지급률이 50% 이상 80% 미만인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 : 매월 35만 원(120회 확정지급, 참고로 80% 이상의 장해상태인 경우에는 월 70만 원이다)

3) 이 사건 보험의 약관 중 장해분류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총칙
1. 장해의 정의
1) '장해'라 함은 상해 또는 질병에 대하여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정신 또는 육체의 훼손상태를 말한다. 다만, 질병과 부상의 주증상과 합병증상 및 이에 대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장해에 포함되지 않는다.
3) '치유된 후'라 함은 상해 또는 질병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또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말한다.
4) 다만, 영구히 고정된 증상은 아니지만 치료종결 후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장해에 대하여는 그 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해당 장해지급률의 20%를 한시장해의 지급률로 정한다.

⦁ 장해분류별 판정기준
4. 외모의 추상장해
가. 장해의 분류
  (표 생략)
라. 약간의 추상
1) 얼굴
② 길이 5㎝ 이상의 추상반흔
6. 척추(등뼈)의 장해
가. 장해의 분류
  (표 생략)
13. 신경계·정신행동 장해
가. 장해의 분류
  (표 생략)
나. 장해판정기준
2) 정신행동
② 일반적으로 상해를 입은 후 24개월이 경과한 후에 판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상해를 입은 후 의식상실이 1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수상 후 18개월이 경과한 후에 판정할 수 있다. 다만 장해는 충분한 전문적 치료를 받은 후 판정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고정되거나 중하게 된 장해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나. 보험사고의 발생

C는 2007. 5. 8. ○○시 ○○동 소재 ○○○○○○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주방가구 설치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져 40m 아래 1층 바닥으로 추락하여 척추파열골절, 안면부 열상, 뇌 좌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후유장해진단 및 각 재해장해급여의 지급

C는 이 사건 사고로 수술 및 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다음과 같이 후유장해진단을 받았고, 원고는 보험수익자로서 피고로부터 다음과 같이 보험금을 수령하였다.

1) C는 2007. 12. 4. H대학교 I병원에서 척추장해에 대하여 장해진단을 받았고, 원고는 2007. 12. 31. 피고로부터 장해분류표 중 6. 가.의 1)항에서 정한 장해지급률 40%에 해당하는 1,200만 원(특약가입금액 3,000만 원 × 0.4)을 수령하였다.

2) C는 2008. 3. 20. H대학교 I병원에서 외모장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안면부 반흔(약 8㎝), 상기 반흔은 수술 후에도 없어지지 않고 영구히 존재할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장해진단을 받았고, 원고는 2008. 4. 16. 피고로부터 장해분류표 중 4. 가.의 2)항에서 정한 장해지급률 5%에 해당하는 150만 원(특약가입금액 3,000만 원 × 0.05)을 수령하였다.

라. 신경계·정신행동 장해 관련 후유장해진단 및 재해장해급여의 지급 거절

1) C는 이 사건 사고 직후인 2007. 8. 1.부터 2007. 11. 19.까지 안산시 소재 ○○○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인지기능 저하, 불안, 우울, 집중력 감퇴 및 의욕저하' 등으로 인하여 통원치료를 받고, 2008. 3. 27.부터는 J대학교 K병원 정신과 외래에서 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2009. 5. 29. J대학교 K병원(정신과 전문의 D)에서 정신장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외상 후 기질성 정신장해를 앓고 있다"는 취지의 장해진단을 받았다.

2) 이에 원고는 2009. 6. 10.경 피고에게 신경계․정신행동 장해 관련 재해장해급여(이하 '이 사건 재해장해급여'라 한다)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2009. 7. 30.에 이르러 2009. 7. 24.자 J대학교 K병원의 진료소견서를 근거로 "일상생활 기본동작의 제한이 없는 사고 후 성격장애에 불과하여 재해장해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마. C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결과

1) 중앙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E은 정신장해에 대하여, 장해분류표 중 13. 가.의 4)항에서 정한 장해지급률 40%에 해당하는 장해로서 치료종결 후 5년간 한시적 장해라고 감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한시적 장해는 위 장해분류표 1.의 4항에 의할 때 20%의 장해지급률만 인정되므로 보험금 지급의 요건이 되는 최종 장해지급률은 8%이다.

2) 중앙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F는 외모장해에 대하여, 장해분류표 중 4. 가.의 2)항에서 정한 장해지급률 5%에 해당하는 영구적 장해가 있다고 감정하였다.

3) 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G은 척추장해에 대하여 영구적 후유증으로서 장해분류표 중 "6. 척추(등뼈)의 장해, 1) 척추(등뼈)에 심한 운동장해를 남긴 때"에 해당하여 그 지급율은 40%에 해당한다고 감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다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중앙대학교병원장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 결과(보완감정촉탁결과 포함), 당심의 경희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변론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원고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재해장해급여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재해장해급여로 240만 원(특약가입금액 3,000만 원 × 신경계·정신장해지급률 8%)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소득보상비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C는 이 사건 사고로 합산 장해지급률이 53%(척추장해 40% + 외모장해 5% + 정신장해 8%)로서 소득보상비 지급요건인 '합산 장해지급률 50% 이상 80% 미만인 장해상태'를 충족하였다(피고가 당심에서 합산장해율은 합산시점 당시의 신체장해율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데 척추장해 40%는 2007. 12.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다시 감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당심에서 실시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서도 위 인정사실 마.의 3)과 같이 40%로 동일하게 감정되었다).

한편 이 사건 보험은 보험수익자가 소득보상비를 일시금으로 지급받고자 요청한 때에는 이 사건 보험의 예정이율 4%를 반영하여 연단위 복리로 할인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2012. 9. 12. 기준으로 소득보상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경우 산정한 현가액이 34,807,916원이라는 점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소득보상비 일시금 34,807,91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C는 정신질환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행한 2007. 5. 8.부터 안산의 ○○○신경정신과의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고 다시 같은 증상으로 2008. 3. 27. J대학교 K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 2009. 5. 29. 후유장해진단을 받았는바, 원고는 2008. 3. 27. K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 C의 정신과적 장해상태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1. 5. 28.에 이르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해장해급여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그리고 소득보상비 청구를 위한 합산장해율 산정의 전제가 되는 이 사건 재해장해급여의 청구권이 소멸한 이상 소득보상비 청구권도 마찬가지로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판단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액의 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 보험급여 청구권의 요건 구비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면 보험금 청구권자가 그 요건의 구비 여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법리를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본다.

먼저 피고는 이 사건 보험의 약관인 '장해분류표, 총칙의 1. 장해의 정의'에서 '장해'는 상해가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정신 또는 육체의 훼손상태를 말하고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장해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여기서 '치유된 후'라 함은 상해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거나 또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말한다고 정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장해의 정의규정에 따라 '정신행동의 장해판정'은 "상해를 입은 후 24개월이 경과한 후에 판정함을 원칙으로 하고 충분한 전문적 치료를 받은 후 판정하여야 한다"고 스스로 정하고 있다.

한편 당심의 J대학교 K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C는 최초 내원시점인 2008. 3. 27. 무렵에는 사고 후 10개월여밖에 경과하지 않아 정신질환과 관련된 후유장해의 진단을 하기에 부족하고 2년이 경과한 2009. 5. 29.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후유장해진단을 할 수 있었다고 회신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자신의 약관이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측의 답변을 보더라도, 원고는 사고일인 2007. 5. 8.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09. 5. 29.에 이르러서야 C에 대한 정신질환 관련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그때서야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 청구의 권리행사를 할 수 있었음이 당연하다. 그리고 원고가 그로부터 2년 이내인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2011. 5. 18. 역수상 분명하다. 이와 같이 피고 스스로 사고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여 충분한 치료를 받은 후에라야 비로소 장해진단을 할 수 있다고 보험금청구의 기간을 사실상 제한하였고, 장해진단 의사 역시 이러한 요구에 따라 상당한 치료․관찰 기간을 거쳐 적정한 시기에 장해진단서를 발급하였음에도 그러한 사정을 도외시한 채 사고일시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음을 빌미로 시효가 소멸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법리의 타당성 여부는 둘째 치고 보험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린 행위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37,207,916원(이 사건 재해장해급여 240만 원 + 소득보상비 일시금 34,807,91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2012. 9. 1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 신청서 송달 다음날인 2012. 9. 1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3. 2. 7.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영(재판장) 우관제 김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