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방법원 2013. 7. 16. 선고 2012가단216228 판결【채무부존재확인】:  원고승

【판시사항】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시 정착지원금의 지급·환수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고지·설명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어, 그 관련 규정은 계약의 내용이 아니므로, 보험회사는 그 규정을 들어 정착지원금의 환수를 주장할 수 없고, 설령 그 규정이 고지·설명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부당한데다가 불리한 규정으로서 역시 무효이므로, 보험설계사인 원고는 보험회사인 피고에게 정착지원금의 반환의무는 없다고 확인한 사례

【전 문】
【원 고】 최○○
【피 고】 ○○○○ 보험사(소송대리인 ○○○)
【변론종결】 2013. 6. 20.  
【주 문】
1. 원고가 2011. 2. 23. 이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정착지원금과 관련하여, 그 중 일부인 2,689,272원의 반환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 보험사에 입사하면서 정착지원금을 받을 당시 그 환수규정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환수규정은 무효이므로, 이미 지급받은 정착지원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를 포함하여 모든 신입 보험설계사 등에게 정착지원금의 환수규정에 대하여 설명해 왔고 그런 취지의 확인서도 작성되어 있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인정되는 사실

가. 피고는 보험 및 관련사업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1. 2. 23. 보험모집업무 위탁계약(이하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이후 원고는 피고로부터 정착지원금 4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보험모집업무 위탁계약서'(이하 '위탁계약서') 제4조는 수수료 지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위탁계약서는 총 4쪽에 22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회사는 본 위탁계약에 대한 수수료지급규정에 따라 MASTER PLANNER의 보험계약 모집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정해진 기간 내에 지급하기로 한다.
2) 회사는 본 위탁계약서의 체결 시 MASTER PLANNER에게 수수료 지급과 환수기준을 정한 수수료지급규정을 설명하고, MASTER PLANNER는 이를 확인하는 서면을 회사에 제공하여야 한다.》

다. 피고가 보관 중인 위 위탁계약서 상의 '수수료지급규정' 제17조와 제27조는 정착지원금의 지급과 환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7조(Subsidy : 정착지원금)
1. 신규 Subsidized Consultant는 MASTER PLANNER 계약체결일이 속한 달을 초월로 하며, 이후 7개월 동안 월별 유지율 및 ANP 기준 업적요건에 따라 등급별 Subsidy를 지급받는다.
(중략)
Subsidy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
1) 월별 유지율 요건과 ANP요건을 동시에 충족하여야 한다.
2) 최소 ANP요건(매월 ANP 3,000,000)을 충족하여야 한다.
<월별 기준 업적> (ANP : 1,000단위)
  (이하 표 생략)
(중략)
7. Subsidy는 지급기간 종료 후 2개월 경과한 후(대상월 9차월) 해당 MASTER PLANNER의 누계ANP와 유지율에 따라 최종 정산된다. 정산결과 Subsidy가 적게 지급되었을 경우, 회사는 그 차액을 즉시 보전하여 주며, 초과 지급된 Subsidy에 대하여는 Subsidy Loss 환수규정에 따라 환수가 이루어진다.
(중략)
제27조(Subsidy Loss의 계산 및 환수)
2) MASTER PLANNER가 Subsidy 기간 중 해촉되거나, 9차월 정산 결과 D등급의 누적ANP 기준 미만인 경우......Subsidy Loss 전액을 해당 MASTER PLANNER로부터 환수한다.》

라. 피고는, 원고에 대한 9차월 정산 결과 유지율이 79.9%로서 위 지급요건 중 월별기준업적의 유지율인 88%에 미달한다는 점을 들어 원고에게 지급된 정착지원금 4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그 중 1,310,728원은 원고에게 지급될 수수료와 상계처리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 단

가. 정착지원금 지급·환수 관련 규정의 약관성

앞서 본 각 증거와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정착지원금 관련 규정은 피고가 원고 등 다수의 보험설계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의 내용이 되는 정착지원금이나 수당의 지급 및 환수의 기준으로 삼아 온 사실, 피고의 정착지원금 관련 규정은 'Subsidized Consultant 수수료지급규정(NO.2011-1)'의 명칭으로 30쪽에 이르는 책자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의 점에 비추어보면, 피고의 정착지원금 관련 규정은 보험회사인 피고가 원고 등 다수의 보험설계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수수료지급규정'의 명칭으로 서면의 형식을 갖추어 미리 마련한 것으로서 이건 위탁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약관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다27776, 27783 판결 참조).

나아가, 정착지원금의 지급·환수에 관한 규정은 원고 등 보험설계사 입장에서 중요한 내용이므로, 사업자인 피고로서는 그 내용을 원고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고, 만약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그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약관규제법 제3조 제3, 4항).

나. 정착지원금 환수 규정에 관한 명시·설명의무 이행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감안하면,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정착지원금의 환수 관련 규정에 관하여 원고에게 충분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위에서 보았듯이 4쪽 분량인 이건 위탁계약서(을 제1-1증)에는 제4조에서 '수수료지급규정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환수하며, 그 지급규정을 고지받았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수수료의 종류와 금액 등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기재가 없다.

나아가 수수료지급규정(을 제1-2증)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그 분량이 무려 30쪽에 달하는데다가 그 안에 기술된 수수료의 종류와 내용이 다양하여 누구나 손쉽게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건 위탁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교부되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 원고와 함께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한 증인 김○○는, 계약 체결 당시 위탁계약서의 내용을 충분히 읽어보지 못했고, 수수료지급규정을 교부받지도 못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한편, 원고가 수수료 지급 및 환수기준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들었다는 취지로 작성된 확인서(을 제1-3증)는 인적사항 및 수수료지급규정의 호칭과 그 설명·숙지를 확인하는 부분을 괄호 공란으로 남긴 이외에는 모두 부동문자로 인쇄된 1쪽짜리 문서인데, 원고가 자필로 기재한 부분에는 이미 연필 등으로 초필이 기재되어 있어 누군가의 유도에 따라 그대로 작성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어서, 과연 원고가 자필 기재 부분을 작성하면서 부동문자로 인쇄된 본문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였는지 의심스럽다.

원고가 피고에게 제출한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제3증)의 지급보증 금액은 원고가 지급받은 정착지원금과 동일한 액수인 400만 원이고, 보증내용은 정착수당을 포함한 각종 지원금이라 기재되어 있는데, 입사시 실적에 따라 지급받는 프로모션(정착지원금)은 환수되지 않는다고 설명들었다는 취지의 증인 김○○의 증언에 비추어보면, 위 자료만으로는 원고가 정착지원금의 환수규정과 그 기준을 숙지하고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더구나, 수수료지급규정에서 정착지원금 지급과 환수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ANP1), 유지율2) 등의 개념도 난해하여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변론의 전 취지에서 인정되듯이 이 사건에서 원고의 9차월의 유지율은 79.9%로서, 정착지원금 환수기준인 88%와 차이가 크지 않는데다가, 원고가 단 43,500원의 보험료를 대납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계약의 실효를 막음으로써 88%의 유지율을 달성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유지율 미달로 인해 무려 400만 원을 환수당할 입장에 있는 원고로서는 그러한 환수규정을 모르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는 이건 위탁계약 체결 당시 피고로부터 정착지원금 환수 규정에 관하여 제대로 명시·설명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는 위 정착지원금 환수 규정을 들어 원고를 상대로 정착지원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다. 설령, 원고가 위와 같은 정착지원금 환수규정을 설명받았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에 따르면 그 환수규정은 무효로서 효력이 없으므로, 역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정착지원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피고가 원고 등 보험설계사에게 어떠한 종류와 내용의 수당을 지급하고 어떠한 경우에 이를 환수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러한 규정이 약관에 해당하는 이상 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약관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이건 수수료지급규정은 제18조에서 초년도 모집수수료(FYC, First Year Commission), 제19조에서 유지수수료(RYC, Renewal Year Commission), 제20조에서 성과인센티브(Production Incentive), 제21조에서 조기업적달성 수당(Early Achievement Bonus), 제22조에서 최초실적 수수료(Training Allowance), 제23조에서 정착보너스(Retention Bonus)를 설명하는 등 각종 수수료와 인센티브의 지급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지급의 기준으로 보험계약 체결이나 유지 실적, 근무 연차 등을 제시하여 그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수수료지급규정 제20조의 성과인센티브는 기간별 계약유지율의 정도에 따라 차등지급하고(유지율 65% 미만은 미지급, 65% 이상은 상승 5%마다 인센티브 금액에 차등), 제23조의 정착보너스는 누적평균유지율이 85% 이상인 것을 전제로 하여 대리점의 계약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에는 각 연차에 따라 적립금의 50%~100%까지 구별하여 지급한다.[을 제1-2증]

그런데, 이건 정착지원금의 환수에 있어서는, 유지율 88% 미달인 경우 그 차이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지급받은 정착지원금 전액을 환수하도록 정하고 있다. 유지율의 고하(高下)에 따라 환수 비율을 달리하는 방식 등 정착지원금 규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환수 규정을 고려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일률적인 환수규정을 적용당하는 원고 등 보험설계사의 입장에서 보면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판단된다. 더구나 이건 위탁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힘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원고는 피고가 제시하는 위 정착지원금 지급·환수규정에 관하여 협상하거나 달리 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점, 위에서 보았던 것처럼 수수료 지급규정에서 그 환수기준으로 제시된 유지율, ANP의 개념이 난해하고 그 계산방식 또한 쉽지 않아 원고로서는 그 기준을 산출하고 그 수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건 정착지원금 환수규정은 약관규제법 상의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미 지급받은 정착지원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