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부지방법원 1994. 6. 16. 선고 94가합1959 판결

【판시사항】

[1] 선박직원법 소정의 해기사면허를 받지 못한 선원이 어선에 승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어선의 인적 감선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2] 어선보통공제약관 소정의 책임불발생 또는 면책조항의 적용범위

【판결요지】

[1] 어선의 발항 당시부터 선박직원법 소정의 해기사면허를 갖추지 못한 선원이 기관장대행으로 승선하였다 하더라도, 그가 약18년 가량을 사고 어선과 같은 종류의 안강망어선의 기관실에서 기관장을 보좌 또는 대행하여 오는 등 사고 어선의 기관장역할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위 어선의 인적 감선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2] "어선이 발항 당시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적합한 상태에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피고가 어선보통공제계약의 체결을 승낙하여 보상책임을 부담하고(어선보통공제약관 제2조 제2항 단서), 만약 "어선이 발항 당시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도록 유자격 선장 및 기관장의 승선 등 어선의 안전운항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결여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면책된다(같은 약관 제11조 제1항 제7호)는 내용의 약관조항들의 취지는 인적 감항능력의 결여로 말미암아 공제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피고의 공제금지급의무를 부정하려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만약 이렇게 이해하지 않는다면, 위 약관조항들은 약관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선박직원법 소정의 6급 기관사자격을 갖추지 못한 선원이 어선의 기관장대행으로 승선하였다는 이유로 당연히 위 약관조항들에 의하여 피고가 면책된다고는 볼 수 없다.

【전 문】
【원 고】 김동술
【피 고】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1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4.6.17.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위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당원의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1, 갑 제2호증, 을 제1호증의 1,2, 을 제2,3,4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이♧복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안강망어선인 제88 동해호(총톤수 87.09톤)의 소유자인 원고가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거하여 공제사업을 수행하는 피고와 사이에 위 어선에 관하여 ① 1992.9.28. 공제금액은 금 30,000,000원, 공제료는 금 602,400원, 계약기간은 1993.9.28.까지로, ② 1993.4.6. 공제금액은 금 41,000,000원, 공제료는 금 806,470원, 계약기간은 1994.4.6.까지로, ③ 1993.5.25. 공제금액은 금 40,000,000원, 공제료는 금 762,000원, 계약기간은 1994.5.25.까지로 각 정하여, 위 어선이 해상에서 해상고유의 위험인 침몰·좌초·충돌·풍파의 이상한 작용에 의한 손해와 화재, 멸실, 손상, 구조 등에 의한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손해를 피고의 어선보통공제계약에 따라 보상받기로 하는 내용의 어선보통공제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에게 위 각 공제료를 매 납부기일에 전액 납부한 사실,

(2) 그런데 위 어선의 선장인 소외 김□욱이 1993.7.19. 17:00경 제주도 모슬포 서남방 약 140마일 해상(북위 31도 25분, 동경 124도 25분의 492-3 해구)에서 8명의 선원을 지휘하여 어구 양망작업을 하던 중, 때마침 불어온 초속 15m 가량의 강한 돌풍과 약 3 내지 5m 가량의 높은 파도 및 빠른 조류로 말미암아 위 어선의 선수를 도저히 우측으로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어망과 이에 연결된 닻줄, 근리줄, 배잡이줄 등을 양망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기관을 작동시켜 선수를 우측으로 돌리려고 시도하다가, 기관엔진의 힘과 이상돌풍 등의 강한 자연력으로 위 어선을 고정하고 있던 배잡이줄에 순간적으로 강한 장력이 발생하여 그 힘을 견디지 못한 배잡이줄이 갑자기 절단되면서, 위 어선의 선체가 중심을 잃고 바람, 파도 및 조류 등의 영향으로 왼쪽으로 밀리고, 선수와 선미의 낭토에 연결된 근리줄 때문에 선체상부가 우측으로 기울면서 순식간에 전복·침몰되어 위 김□욱 외 3명의 선원이 실종(익사추정)되었으며, 현재까지 위 어선이 인양되지 못한 사실,

(3) 위 어선보통공제약관에는 「공제목적인 어선이 발항 당시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적합한 상태에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피고가 공제계약의 청약을 승낙하여 보상책임을 부담하고(제2조 제2항 단서), 위와 같은 전손의 경우에는 각각의 공제가입금액의 전액을 공제금으로 지급하되(제7조 제2항), 만약 「어선이 발항 당시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도록 유자격 선장 및 기관장의 승선 등 어선의 안전운항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결여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피고는 면책된다(제11조 제1항 제7호)고 정하여져 있는 사실,

(4) 한편 원고는 1993.7.15. 위 어선이 군산항을 출항할 당시 어선출입항합동신고소장에게 그 출항신고를 함에 있어서는 6급 기관사자격의 해기사면허가 있는 소외 김△식이 위 어선의 기관장으로 승선하는 것처럼 신고하고서, 실제로는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소외 이♧복을 위 어선의 기관장대행으로 승선케 한 사실,

(5) 위 이♧복은 1984년경부터 6급 기관사자격시험에 응시하여 그간 3회에 걸쳐 낙방하였지만, 약 18년 전부터 소외 고정술 소유의 제1 대양호, 소외 최을석 소유의 제79 동밀호 등의 안강망어선에 승선하여 줄곧 기관실에서 근무하여 왔고, 1988년부터는 위 88 동해호에 승선하여 기관장을 보좌하는 조기장 또는 기관장대행(속칭 '남방')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으며, 위 사고 직전에는 위 어선의 기관실에서 선장인 위 김□욱의 지시에 따라 기관을 작동시키면서, 위 배잡이줄(와이어 로프)이 절단되기까지 주기관에 연결되어 작동하는 싸이드 로울러를 이용하여 닻줄을 감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사실.

2. 쌍방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어선침몰사고는 위 어선보통공제약관 제2조 제1항 소정의 공제사고로서 위 약관 제7조 제2항 소정의 전손의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 공제금의 합계액 중 원고가 구하는 금 11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어선은 그 발항 당시부터 6급 기관사자격이 없는 위 이♧복이 기관장대행으로 승선함으로써 안전운항에 필요한 인적 감항능력을 결여한 상태였고, 이로 인하여 위 어선이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위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위 공제약관 제2조 제2항 단서, 제11조 제1항 제7호 등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위 공제금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았거나 또는 면책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항쟁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공제약관에 피고 주장과 같은 책임불발생조항 및 면책조항이 있고, 위 어선의 발항 당시부터 6급 기관사자격을 갖추지 못한 위 이♧복이 그 기관장대행으로 승선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선박직원법 소정의 해기사 면허를 받지 못한 선원이 승선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인적 감항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거나 또는 위 공제약관 소정의 책임불발생·면책조항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 공제약관조항의 취지는 인적 감항능력의 결여로 말미암아 공제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피고의 공제금지급의무를 부정하려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만약 이렇게 이해하지 않는다면 위 약관조항들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할 소지가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이♧복은 안강망어선의 기관실에서 18년 가량 기관장을 보좌 또는 대행하여 오는 등 위 어선의 기관장역할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더욱이 위 사고는 위 이♧복의 기관운전상의 과실로 인하여서가 아니라, 돌발적인 기상조건 등의 악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선장인 위 김□욱의 선박지휘상의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었으므로, 피고의 위 항쟁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제금 1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이 판결선고일 다음날인 1994.6.17.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를, 가집행의 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준철(재판장) 박대준 박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