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5. 20. 선고 2009가합○○○○○ 판결【보험금】: 원고패(항소 제기)

【전 문】
【원 고】 하이투자증권 주식회사
【피 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변론종결】 2010. 4. 27.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111,648,716원 및 이에 대한 2008. 11. 2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원고는 2005. 12. 30.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 원고(변경 전 상호 ○○○○○○○ 주식회사), 보험기간 같은 날부터 2006. 12. 30.까지, 소급담보일 1998. 12. 30., 보상한도액 사고당 40억 원 및 연간 총보상한도 40억 원, 면책금액 각 담보조항별 사고당 연간 3억 원, 보험료 4억 500만 원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 담보조항
1. 고용인의 비행(Fidelity)
피보험자의 고용인이 피보험자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기가 재정적 이득을 얻을 명백한 의도로 장소를 불문하고 단독으로 또는 타인과 공모하여 행한 부정적 또는 사기행위로 말미암아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solely and directly) 발생하는 손해로서 고용인의 그러한 행위에서 기인된 재산손해를 포함한다. 전술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 상품, 선물, 옵션, 통화, 외국환 등의 거래와 대부, 대부적 성격의 거래 또는 기타 신용공여와 관련하여, 이 보험은 피보험자의 고용인의 부정행위 또는 사기행위로 인하여 직접 발생하는 손해를 담보하나, 그 손해는 그 고용인의 봉급, 수수료, 커미션, 승진 기타 유사한 보수 이외에 고용인 스스로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기 위한 명백한 의도로 행해지고 실제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의 손해에 한한다.

○ 면책조항(Exclusions)
3. 담보조항 1에서 담보되는 손해를 제외한 피보험자 고용인의 부정적 또는 사기적 행동으로 인한 직·간접의 손해
18. 이 보험에서 담보하는 직접적인 재정손실에 대한 변상으로서의 손실을 제외한, 피보험자에게 법적인 책임이 있는(징벌적, 징계적 성격의 손해배상금 여부 불문) 모든 형태의 손해

나. 허○일의 비행행위

1) 허○일은 1995. 12. 20.경부터 2006. 8. 21.경까지 원고 회사 ○○지점 및 ○○지점의 서무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예금수신, 수익증권 상담 및 판매 등의 업무를 하였는데,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인 주식회사 ○○○○(이하 '○○○○'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 김○○에게 기존 상품에 비하여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 나왔다고 하면서 김○○ 및 김○○이 대리하는 황○○(○○○○의 공장장), 허○(○○○○의 영업부장)에게 투자를 권유하였고, 이에 ○○○○, 황○○, 허○는 다음과 같이 투자금을 허태일에게 교부하였다.

가) 김○○은 ○○○○의 대표이사로서 허○일에게 2003. 9. 16. 기존 수익증권 환매대금 486,839,362원을 수익증권 예탁금 명목으로 교부하였고, 2005. 1. 17. 다른 회사의 증권계좌에서 인출한 3억 원을 수익증권 예탁금 명목으로 교부하였으며, 2006. 3. 6.부터 같은 해 8. 1. 사이에 합계 16억 원을 MMF 계좌 예치금 명목으로 교부하였다가 허○일로부터 원금 12억 5,000만 원 및 이자 10,535,975원을 반환받았다.

나) 황○○을 대리한 김○○은 허○일에게 2002. 11. 11. 기존 수익증권 환매대금 115,139,954원을 수익증권 예탁금 명목으로 교부하였고, 2003. 7. 4. 78,300,000원을 수익증권 예탁금 명목으로 교부하였다.

다) 허○를 대리한 김○○은 허○일에게 2002. 11. 11. 153,741,883원을 수익증권 예탁금 명목으로 교부하였고, 2005. 1. 20. 기존 수익증권 환매대금 56,217,492원을 수익증권 예탁금 명목으로 교부하였다.

2) 한편, 허○일은 위 각 예탁금과 관련하여 위 각 예탁금이 입금된 것처럼 기재된 각 통장을 김○○에게 교부하였다.

3) 그런데, 허○일은 ○○○○, 황○○, 허○로부터 교부받은 위 각 예탁금을 원고의 수익증권 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다른 고객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금원을 변제하는 데 사용하는 등 임의로 소비하였다.

다. 원고와 피해자들과의 소송경과

1) 위 ○○○○, 황○○, 허○는 2007. 3. 20. 원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07가합○○○○호로 주위적으로는 예탁금 반환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는 허○일에 대한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소송에서 2008. 10. 29. '원고와 ○○○○, 황○○, 허○ 사이에 수익증권저축계약이 성립되었으므로, 원고는 위 각 수익증권예탁금 원금에서 원고로부터 이미 반환받은 금원을 공제한 금원인 ○○○○에게 818,395,784원, 황○○에게 140,512,397원, 허○에게 152,740,535원을 2008. 11. 21.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

2) 원고는 2008. 11. 21. ○○○○, 황○○, 허○에게 위 각 조정금액을 모두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 갑 제6 내지 9호증, 을 제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허○일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원고의 피고용인인 허○일이 ○○○○, 황○○, 허○로부터 수익증권 예탁금을 교부받음으로써 원고와 ○○○○, 황○○, 허○ 사이에 수익증권저축계약이 성립되었으나, 허○일이 그 예탁금을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 황○○, 허○에게 예탁금 원금 합계 1,111,648,716원(818,395,784원 + 140,512,397원 + 152,740,535원)을 반환함으로써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는바, 이러한 손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 담보조항 제1조에 의해 담보되는 손해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으로 1,111,648,71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 황○○, 허○의 예탁금으로 수익증권 매입 및 보관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허○일이 ○○○○, 황○○, 허○에게 교부한 위 각 수익증권저축통장은 허위로 기장된 것에 불과하며, 투자대상인 수익증권 종목도 전혀 결정되지 았았으므로, ○○○○, 황○○, 허○와 원고 사이에 수익증권저축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위 허○일의 진의는 위 예탁금을 원고에게 예탁하려는 의사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유용하려는 배임적인 것이고, ○○○○, 황○○, 허○는 그러한 허태일의 배임적 의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할 것이어서, 원고는 ○○○○, 황○○, 허○에 대하여 계약상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손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여 담보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다툰다.

나. 판단

1) 살피건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르면,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고용인이 피보험자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기가 재정적 이득을 얻을 명백한 의도로 장소를 불문하고 단독으로 또는 타인과 공모하여 행한 부정적 또는 사기행위로 말미암아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고용인의 그러한 행위에서 기인된 재산손해를 보상하되(담보조항 제1조), 담보조항 1에서 담보되는 손해를 제외한 피보험자 고용인의 부정적 또는 사기적 행동으로 인한 직·간접의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하고(면책조항 제3조), 이 보험에서 담보하는 직접적인 재정손실에 대한 변상으로서의 손실을 제외한, 피보험자에게 법적인 책임이 있는 모든 형태의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면책조항 제18조)고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담보조항 및 면책조항의 내용 및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금융기관 종합보험이 비행담보보험(fidelity bond)의 일종으로 책임보험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 담보조항 제1조에서 말하는 '피용자의 사기적 행위 등으로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의 재산손해'에는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 전부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어서 간접적인 손해는 포함될 수 없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피보험자의 피용자가 제3자의 재물을 사기적인 방법으로 가져간 경우 그로 인한 직접적 손해(direct loss)를 본 사람은 바로 그 제3자이지 피보험자가 아니며 제3자가 피보험자를 상대로 제기한 사용자책임을 묻는 소송의 결과 사용자인 피보험자가 지출한 손해배상금은 간접적·결과적 손해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는 위와 같은 금융기관 종합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직접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46747 판결 참조).

2) 따라서 원고가 ○○○○, 황○○, 허○에게 지급한 위 조정금액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직접 손해에 해당한다는 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고와 ○○○○, 황○○, 허○ 사이에 유효하게 수익증권저축계약이 성립됨으로써 허○일이 교부받아 임의로 소비한 위 각 예치금이 원고에게 귀속되었던 재산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고와 ○○○○, 황○○, 허○ 사이에 수익증권저축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 먼저 위 수익증권저축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 황○○, 허○를 대표하거나 대리한 김○○이 수익증권 계좌의 판매업무에 종사하던 원고의 피용자인 허○일에게 저축상품의 가입을 신청하고 예탁금을 지급한 후, 허○일로부터 이를 확인하는 의미의 각 통장을 받은 이상, 비록 그 각 통장이 허위로 기장된 것일지라도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이 성립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나) 그러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그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임을 그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그 대리인의 행위는 본인의 대리행위로 성립할 수 없으므로 본인은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며, 이때 그 상대방이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 여부는 표의자인 대리인과 그 상대방 사이에 있었던 의사표시의 형성과정과 그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을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다48253 판결,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39602 판결, 대법원 2004. 2. 26. 선고 2003다5966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허○일은 원고를 대리하여 ○○○○, 황○○, 허○과 수익증권저축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하여 ○○○○, 황○○, 허○로부터 그 예탁금 명목의 금원을 교부받아 이를 원고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사용한 것이므로, 허○일의 ○○○○, 황○○, 허○에 대한 각 수익증권저축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는 원고의 이익과 의사에 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진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 황○○, 허○가 허○일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 뿐만 아니라 황○○, 허○의 경우에도 민법 제116조 제1항에 의하여 각 대리인인 김○○을 표준으로 하여 결정하여야 하는바, 앞서 인용한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김○○은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 이전부터 수익증권저축거래를 한 적이 있는 점, 김○○은 위 수익증권저축거래 등을 함에 있어 저축가입신청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등 저축계약의 체결에 관한 통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점, 김○○은 위 각 예탁금을 허○일에게 개인적으로 교부 또는 송금하였고, 대부분 자신의 사무실 등 원고의 지점 외부에서 금원을 교부하였던 점, 김○○은 수익증권 예탁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은 적도 없음에도 이자가 원금에 자동으로 가산된다는 허○일의 말만 믿고 계좌를 확인해 보지도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그 거래방법이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아 위 각 계좌가 진정하게 개설되었는지 등을 확인해 볼 여지가 많았음에도 김○○은 이를 태만히 하였다 할 것이어서, 김○○으로서는 위 허태일의 의사가 원고를 위한 것이 아닌 것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이므로, 결국 원고와 ○○○○, 황○○, 허○ 사이에 체결된 위 각 수익증권저축계약은 적법하게 성립하지 아니하였다.

3) 따라서, 허○일의 거짓말에 속아 허태일에게 위 각 예탁금을 지급한 ○○○○, 황○○, 허○에게 원고가 지급한 위 조정금액은, 원고가 허○일의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손해배상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위 조정조서에 원고와 ○○○○, 황○○, 허○ 사이에 수익증권저축계약이 성립하였다고 기재되었다고 하여 이를 달리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 황○○, 허○에게 조정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허○일의 위와 같은 행위에 따른 간접적·결과적 손해에 불과하여 위 담보조항 제1조에서 담보하는 손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지호(재판장) 전서영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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