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 1. 14. 선고 2009가합8206 판결【채무부존재확인】: 원고승[확정] 

【판시사항】

보험계약 당시 당사자 쌍방이 모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사실을 알지 못하여 보험계약이 유효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관해서는 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는 2008. 7. 초경 원고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보험계약 체결일 얼마 전인 같은 달 1.경 실시된 건강검진 결과 피고는 척추측만증 경증, 골량감소증, 간손상 등의 소견으로 진단받았다. 또 피고는 같은 해 8. 말경 마르팡증후군의 진단을 받고 그 후 윤상대동맥확장증으로 확진을 받았다. 원고는 ① 피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었거나 ② 위 질병이 이 사건 보험계약 이전에 이미 발병하여 원고가 인수한 위험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였다. 마르팡증후군은 주로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선천성 질환으로, 근골격계, 심혈관계 및 눈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유전병이다. 특히 심혈관계 이상으로 대동맥 근위부의 확장과 판막의 변성에 의한 폐쇄 부전증 등이 있다. 재판부는 ① 피고가 위 건강검진 결과를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 통보받았으므로 피고에게 고지의무위반의 사실은 없으나, ②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 및 피보험자가 모두 보험계약 체결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여 보험계약이 유효인 경우에도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전에 발생한 보험사고는 보험자가 인수하지 아니한 위험이어서 그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각 특별약관에 따르면 보험기간 개시 후에 발생한 질병을 그 보험금 지급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위 2008. 7. 1.자의 건강검진 결과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가 마르팡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점, 대동맥의 확장은 일반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인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위 질병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발생한 질병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전 문】
【원 고】 흥국쌍용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 고】 김○경
 변론종결】 2009. 12. 17.
【주 문】
1.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보험사고와 관련하여 같은 목록 제2항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1) 피고는 2008. 7. 8. 원고와 사이에 별지 목록 제2항 기재와 같이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 당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하여 진단을 받았거나 그 결과 치료, 입원, 수술, 투약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고지하였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등의 고지의무 등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25조(계약전 알릴 의무)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은 청약시(건강진단을 받는 경우에는 건강진단시 포함)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이하 "계약전 알릴 의무"라 하며, 상법상 "고지의무"와 같습니다)합니다. 그러나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에서 정하는 종합병원 및 병원에서 직장 또는 개인이 실시한 건강진단서 사본 등 건강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 건강진단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제27조(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① 회사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여부에 관계없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1.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제25조(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고 그 의무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② 제1항 제1호의 경우에도 불구하고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2. 회사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상 지났거나 또는 보장개시일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하고 2년(건강진단을 받은 피보험자의 경우에는 1년)이 지났을 때

(3) 이 사건 보험계약의 질병입원비1담보 특별약관에 따르면, 보험금의 지급사유로서 '피보험자가 위 특별약관의 보험기간 중에 질병으로 인하여 병원 또는 의원(한방병원 또는 한의원을 포함)에 입원하여 1일 이상 치료를 받은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질병입원의료비담보 특별약관 및 질병통원의료비담보 특별약관에 따르면, 보험금의 지급사유로서 '피보험자가 위 각 특별약관의 보험기간 중에 질병(다만, 보험계약 청약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그 질병으로 인하여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제외)으로 인하여 보험금 지급사유(질병입원의료비담보 특별약관의 경우에는 병원 또는 의원 등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이고, 질병통원의료비담보 특별약관의 경우에는 통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이다)가 발생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피고에 대한 건강검진결과

(1)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얼마 전인 2008. 7. 1. 피고가 근무하던 직장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위 건강검진 결과 피고는 척추측만증 경증, 골량감소증, 중등도의 지방간 및 간손상,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관리 등의 각 소견으로 진단받았다.

(2) 한편 피고는 그 전 해인 2007. 7. 9.경에도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던바, 위 건강검진 당시에는 피고는 중성지방과 베타지질단백이 정상치보다 높아 고지혈증의 소견을 보인 외에는 대부분 정상 소견이었다.

다. 마르팡증후군(Marfan's syndrome) 진단 및 치료

(1) 피고는 2008. 7.경 당시 신장 193㎝, 체중 90㎏의 체격이었다. 그리고 피고의 친형이 마르팡증후군의 진단을 받아 마르팡증후군의 가족력이 있는 상황이었다.

(2)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는 2008. 8. 26. △△대학교병원에서 마르팡증후군의 진단을 받았고, 그 후 심초음파검사와 심장컴퓨터단층촬영 결과 마르팡증후군에 동반되는 대동맥 기시부의 확장소견을 보여 윤상대동맥확장증으로 확진되었다.

(3) 피고는 2008. 12. 8. △△대학교병원에 입원하여 같은 달 12.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받고 같은 달 24. 퇴원하였다.

라. 마르팡증후군 관련 지식

(1) 마르팡증후군은 주로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선천성 질환으로서, 대략 인구 1만 명당 1명 정도로 발생하며 근골격계, 심혈관계 및 눈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유전병이다.

(2) 마르팡증후군은 15번 염색체에 위치한 피브릴린(fibrillin)-1이라고 하는 단백질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정상적인 결체 조직이 형성되지 않아 발생한다. 그 증상으로는 ① 환자의 외관을 통해 의심할 수 있는 골격계 이상으로서 마르고 키가 매우 크면서 몸에 비해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거나, 좁고 긴 얼굴, 매우 가늘고 긴 손가락과 발가락, 척추측만증, 흉곽 기형, 평발 등을 볼 수 있고, 그 외 근육발달의 저하, 다양한 관절의 이완 등이 나타나며, ② 심혈관계의 이상으로 대동맥 근위부의 확장과 판막의 변성에 의한 폐쇄 부전증 등이 있으며, ③ 눈의 이상으로는 수정체 이탈 및 이로 인한 탈구, 시력 저하, 망막 박리, 녹내장 등이 합병될 수 있다.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4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아래와 같은 각 사유를 들어 별지 목록 제1항 기재와 같은 보험사고(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라고 한다)와 관련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가)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척추측만증, 흉곽질환' 등 마르팡증후군의 주요한 증상에 관한 이상 소견을 진단받았음에도 이를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하였는바, 피고의 이러한 고지의무위반은 중요한 사항으로서 이 사건 보험사고와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원고가 위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

(나) 피고의 마르팡증후군은 유전으로 인한 선천적 질환으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 이전에 이미 발병하여 있는 질병인바, 그렇다면 이는 보험자인 원고가 인수하지 아니한 위험에 해당하여 원고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

(2) 피고의 주장

(가)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위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받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마르팡증후군이 발병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나. 판단

(1) 고지의무의 위반 여부

위 기초사실 및 이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장, 한국의학연구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척추측만증, 흉곽질환'등의 소견이 나타난 2008. 7. 1.자 건강검진결과를 같은 달 16. 이후에 통지받은 사실, 피고가 그 이전의 건강검진에서는 위와 같은 이상소견을 진단받은 바 없고 마르팡증후군과 관련하여 치료를 받은 적도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위와 같은 검사결과를 알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에게 어떠한 고지의무의 위반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보험금지급대상이 되는 사고인지 여부

(가)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 그러나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 및 피보험자가 모두 선의이어서 위 단서가 적용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후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고,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는 그 보험자가 인수하지 아니한 위험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될 여지는 없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2다20889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각 특별약관에서 보험금의 지급사유로서 '그 특별약관의 보험기간 중에 질병으로 인하여 병원 또는 의원에 입원하여 1일 이상 치료를 받은 때' 내지 '특별약관의 보험기간 중에 질병(다만, 보험계약 청약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그 질병으로 인하여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제외)으로 인하여 보험금 지급사유(입원 치료 내지 통원 치료)가 발생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가 2008. 7. 1. 받은 건강검진 결과 척추측만증 경증, 골량감소증, 중등도의 지방간 및 간손상,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관리 등의 각 소견을 진단받은 사실, 피고가 2008. 8. 26. 마르팡증후군의 진단을 받고 심초음파검사와 심장컴퓨터단층촬영 결과 마르팡증후군에 동반되는 대동맥 기시부의 확장소견을 보여 윤상대동맥확장증으로 확진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마르팡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선천성 질환으로서 이로 인하여 대동맥의 약화를 초래하여 대동맥확장증이 초래되는 점, 대동맥의 확장은 일반적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되기 위하여서는 피고에게 발생한 위 마르팡증후군으로 인한 윤상대동맥확장증이 이 사건 보험계약의 책임개시일인 2008. 7. 8. 이후에 발생한 질병에 해당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가 위 계약일로부터 한 달 가량이 경과한 같은 해 8. 26. 마르팡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에게 나타난 위 질병이 위 각 특별약관상의 보험기간 개시 후에 발생한 질병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 2008. 7. 1.자 건강검진 결과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가 마르팡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점에 비추어 위 질병은 2008. 7. 8.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금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는,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마르팡증후군이 발병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위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의 지급대상이 되는 보험사고라고 할 수 없을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사고와 관련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은애(재판장) 이재혁 이혜린

(별지)
목 록
1. 피고가 2008. 8. 26. 마르팡증후군을 진단받고 치료 후 원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한 사고
2. 보험계약자 : 피고
피보험자 : 피고
보험기간 : 2008. 7. 8.~2072. 7. 8.
보험명 : ○○보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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