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7. 선고 2005가합90327 판결【보험금】: 원고패

【판결요지】

망인이 추락한 베란다의 형태를 보면, 하단 창문에 설치된 보호난간의 높이가 110cm에 이르러 술에 취해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라도 위 난간을 넘어 아파트 바닥 쪽으로 추락할 수 없는 점, 망인은 베란다 창문이 열려있던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1.5m나 이동한 지점에 엎드린 자세로 추락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실족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위 베란다의 하단 창문 보호난간 위에 올라간 다음 바닥으로 뛰어내린 것을 추정되고, 망인이 비록 베란다에서 추락할 당시 술에 취하여 사리변별이나 판단능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에 있어다 하더라도,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사고와 관련하여 상속인들이 수령하게 될 거액의 보험금을 의식하고 사망이라는 결과를 스스로 야기하였다고 추인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피보험자가 자신을 고의로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 문】
【원 고】 박○○ 외 2명
【피 고】 흥국생명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 외 3명
【제2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 9. 21. 선고 2006나74497 판결 (원고일부승)
【상고심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76696 판결
【환송후판결】 서울고등법원 2008. 11. 21. 선고 2008나80618 판결
【변론종결】 2006. 6. 9.
【주 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삼성생명'이라 한다)는 원고 1에게 85,714,286원, 원고 2, 3에게 각 57,142,857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5. 7.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피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삼성화재'라 한다)는 원고 1에게 25,714,286원, 원고 2, 3에게 각 17,142,857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5. 7.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피고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엘지화재'라 한다)는 원고 1에게 1억 8,000만 원, 원고 2, 3에게 각 1억 2,0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5. 7.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피고 흥국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흥국생명'이라 한다)는 원고 1에게 1억 4,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8.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가. 원고들의 지위

원고 1은 아래 사고로 사망한 박○○의 아내이고, 원고 2, 3은 그의 자녀들이다.

나. 보험계약의 체결

원고 1은 각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이 망인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1) 피고 삼성생명
(가) 무배당○○○○○○종신보험 및 무배당○○○○특약
① 계약일자: 2001. 7. 5.
② 보장내용: 사망보험금 5,000만원, 재해사망보험금 5,000만원
③ 사망시 수익자: 상속인
④ 보험기간: 종신
⑤ 보험료 및 납입기간: 월 160,200원, 20년

(나) 무배당○○○ 및 무배당○○○○특약
① 계약일자: 2003. 8. 14.
② 보장내용: 사망보험금 3,000만원 + 가산보험금, 재해사망보험금 9,000만원
③ 사망시 수익자: 상속인
④ 보험기간: 종신
⑤ 보험료 및 납입기간: 월 221,000원, 16년

(다) 무배당○○○○보험 및 무배당○○○사망특약
① 계약일자: 2001. 2. 8.
② 보장내용: 일반재해사망보험금(평일) 2,000만원, 00000사망보험금 1,000만원
③ 사망시 수익자: 상속인
④ 보험기간: 10년
⑤ 보험료 및 납입기간: 월 427,100원, 10년

(2) 피고 삼성화재
① 상품명: 무배당○○○보험
② 계약일자: 2003. 5. 23.
③ 보장내용: 상해사망보험금 6,000만원
④ 사망시 수익자: 상속인
⑤ 보험기간: 2003. 5. 23. 16:00~2013. 5. 23. 16:00
⑥ 보험료 및 납입기간: 월 50,880원, 10년

(3) 피고 엘지화재
(가) 무배당○○○ ○○
① 계약일자: 2003. 3. 27.
② 보장내용: 일반상해사고사망보험금 3억원
③ 사망시 수익자: 상속인
④ 보험기간: 2003. 3. 27. 16:00 ~ 2034. 3. 27. 16:00
⑤ 보험료: 월 173,300원

(나) 무배당○○○
① 계약일자: 2003. 10. 2.
② 보장내용: 일반상해사고사망보험금 1,000만원, 일반상해사망보험금 9,000만원
③ 사망시 수익자: 상속인
④ 보험기간: 2003. 10. 2. 16:00 ~ 2018. 10. 2. 16:00
⑤ 보험료 및 납입기간: 월 6만원 15년

(다) 무배당○○○Ⅱ
① 계약일자: 2002. 11. 18.
② 보장내용: 일반상해사고사망보험금 2,000만원
③ 사망시 수익자: 상속인
④ 보험기간: 2002. 11. 18. ~ 2012. 11. 18. 16:00
⑤ 보험료 및 납입기간: 월 42,500원, 10년

(4) 피고 흥국생명
① 상품명: ○○○파워종신보험
② 계약일자: 2005. 4. 26.
③ 보장내용: 사망보험금 4,000만원 + 가산보험금, 재해사망보험금 8,000만원, 정기특약보험금 2,000만원
④ 사망시 수익자: 박○○
⑤ 보험기간: 종신
⑥ 보험료 및 납입기간: 월 229,600원, 19년

다. 피고 엘지화재의 위 세 건의 보험계약에 대하여는 원고 1이 보험료 납입을 연체함에 따라 2005. 2. 1. 실효되었다가, 2005. 3. 4. 연체보험료가 납부되어 부활되었다.

라. 약관의 주요 내용

위 각 보험계약들의 보험약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의미하고, 재해분류표에 의하면 분류항목 제13호로서 '추락'이 규정되어 있다.

(2)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
보험자는 다음의 경우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마. 사고의 발생

박○○은 2005. 4. 27. 20:00경부터 ○시 ○동 ○아파트 ○동 ○호 자신의 친구인 이○○의 집에서 그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그곳 베란다 유리창문을 통하여 아래로 추락하여 2005. 4. 28. 01:10경 사망 상태로 발견되었다.(이하 위 사망사고를 이 사건 사고, 박○○을 망인이라 한다)

바. 보험금의 청구 및 보험금지급의 거절

원고 1은 2005. 7. 19. 피고 삼성생명에게, 2005. 7. 15. 피고 삼성화재와 엘지화재에게, 2005. 8. 4. 피고 흥국생명에게 이 사건 사고를 통지하고 보험금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가 피보험자인 망인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면책된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다만, 피고 삼성생명의 무배당○○○○종신보험의 경우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의 경우에도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위 피고는 원고들에게 사망보험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하였다).

2. 원고 1의 피고 흥국생명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 1의 주장

원고 1이 피고 흥국생명과 사이에 체결한 위 ○○○파워종신보험의 보험기간 중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위 피고의 보험설계사인 김○○로서는 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 1이 유효한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서면동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설명을 제대로 해줄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함으로써 위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가 되어 같은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위 피고는 위 보험계약에 기한 해당 보험금 상당을 손해배상으로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가) 인정사실

을라 1호증의 1 내지 3, 을라 4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김○○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을라 제3호증의 기재 및 원고 1에 대한 본인신문결과는 믿지 아니한다.

① 원고 1은 2005. 4. 26. 피고 흥국생명의 보험설계사 김○○의 권유를 받고, 김○○가 제시한 보험조건 중 특약사항 등을 스스로 조정하여 새로 구성한 후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위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② 원고 1은 보험계약서의 보험계약자란에 자신의 성명을, 피보험자란에는 망인의 성명을 서명하고 김○○에게 보험료를 지급하였다.

③ 원고 1은 2000. 11.경부터 피고 삼성생명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였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상법 제739조에 의하여 상해보험에도 준용되고 있는바, 이는 피보험자의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으로서 그에 위반되는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이 혼합된 위 보험계약이 유효하기 위하여는 위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피보험자인 망인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피보험자인 망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않았으므로, 위 보험계약은 무효이다.

그러므로, 보험설계사로서는 보험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의 필요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받을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만일 보험설계사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하여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자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4830, 54847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60259 판결 등 참조).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에서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자가 그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하여 지켜야 하거나 금지되는 행위를 규정하고, 제102조에서는 모집을 위탁한 보험사업자의 임원, 직원,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에게 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 제102조의 규정은 보험사업자와 고용관계가 아니라 도급 내지 위임관계에 있는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모집의 사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위 법 제97조 제1항에서 들고 있는 바와 같은 준수사항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보험계약자의 기대에 반하여 보험계약이 무효로 돌아가거나 해지됨으로써 보험계약자가 손해를 입고도 민법 제756조의 규정 등에 의하여 보험사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보험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워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규정이다. 따라서 보험사업자에게 위  법 제102조의 규정을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모집의 사무를 집행함에 있어 위 법 제97조 제1항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은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고 그로 인하여 보험계약자가 손해를 입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위 피고 보험설계사인 김○○가 원고 1에게 명시적으로 망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오라고 요구하거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고 알려주지는 않았으나, 한편 원고 1은 위 보험계약 이외에도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고, 5년 가량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였으며, 위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김○○가 제시한 보험계약의 내용을 자신에게 알맞게 수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할 정도로 보험계약체결에 있어 주도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1으로서는 피보험자인 망인의 서면동의 없이 위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보험계약이 효력을 발생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망인으로부터 아무런 동의를 받음이 없이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고의 또는 이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인바, 위에서 본 위 법규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보험계약자에게 위와 같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보험설계사에게 사무집행상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보험사업자에게 보험업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따라 원고 1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3. 원고들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은, 위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망인이 보험기간 중에 '추락'이라는 재해를 직접적 원인으로 하여 사망하였고 이는 위 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보험수익자인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대하여, 피고들은 망인이 자살하였으므로 위 각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의 규정에 따라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책된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위 각 보험약관상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 함을 돋 자살 등을 의미하고, 여기서 자살의 고의란 보험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고의를 말하고 반드시 보험금 취득의 의사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고 할 것이되, 보험자가 위 면책사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나.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갑 제2 내지 5호증, 을가 제4 내지 8호증, 을가 제9호증의 1 내지 4, 을다 제7 내지 10, 을다 제14호증의 1 내지 22의 각 기재, 증인 김○○, 이○○의 각 증언 및 원고 1에 대한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의 가족관계 및 경제사정
(가)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 1과 약 19년 가량 결혼생활을 하여 오면서(혼인신고는 1996. 12. 6. 이루어졌다) 그 사이에 딸인 원고 2와 아들인 원고 3을 두고 있었다.

(나) 망인은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를 1999.경 정리한 이후 일정한 직업이나 수입이 없이 지내왔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일 등산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한편, 망인은 일주일에 서너번 가량 만취하여 쓰러질 정도로 술을 마셨고, 음주운전을 자주 하였다.

(다) 원고 1은 2000. 11. 이후 피고 삼성생명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고, 2002.과 2003. 사이에는 그와 별도로 의류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여 생활을 꾸려나갔는데, 2005. 초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는 등으로 금융기관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게되고, 2005. 4. 16.에는 원고 박정숙 명의로 된 그 가족이 거주하던 집에 관하여 임의경매가 개시되었다.

(라)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 1은 이 사건에 나타난 보험계약 이외에도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사이에 2003. 4. 16. 보험료 월 48,550원인 무배당○○○○○○보ㅓㅁ과 2003. 7. 4. 보험료 월 209,800원인 무배당○○○○○종신보험 등 두 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합계 월 1,622,930원(160,200원+221,000원+427,100원+50,880원+173,300원+60,000원+42,500원+229,600원+48,550원+209,8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었다.

(2)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행적
(가)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인 2005. 4. 27. 등산을 다녀와 17:00경 원고 1에게 전화하여 "몸에 감기 기운이 있어 우황청심환을 먹고 쉬려고 집에 들어왔다."고 하였다. 망인은 원고 박정숙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19:10경 "전날 이○○의 집에 가서 빚 갚을 돈을 되는대로 만들어 놓으라 했기 때문에 그것을 받으러 가겠다."고 하면서 교회에 가는 원고 1과 함께 집을 나섰다.

(나) 망인은 이○○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2004. 10. 경 이○○에게 250만원을 빌려준 후 이를 돌려받기 위하여 후배 김○○와 함께 네 차례 정도 찾아갔으나 받지 못하였다.

(다) 망인은 소주와 맥주, 과일 등을 사 가지고 19:30경 이○○의 집에 도착하여, 함께 술을 마시면서 친구들의 안부 등의 얘기를 나누다가,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뜻으로 이○○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였고, 이○○는 그 말에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며 빌었다.

(라) 술을 마시던 중 이○○가 "촌에 사는 노모에게도 부끄러워 얼굴을 못 내민다"고 하니 망인은 "내가 그런 하소연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나도 처와 자식들에게 소외감 많이 느낀다", "하는 일 없이 집에 돈도 갖다 주지 못하고, 마누라 자식 보기에 미안하고, 너는 혼자 사니까 부럽기까지 하다", "돈이 없으니 후배나 선배도 섭섭하게 대하더라"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마) 망인은 이○○와 함께 1.8ℓ들이 소주 한 병과 맥주 두 병을 나누어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망인이 22:40경 이○○의 집 베란다에 나가 이○○에게 "뛰어내린다"고 하고, 이에 이○○는 "들어오라"고 만류하는 등 몇 분 가량 실랑이를 하고, 이○○의 차용금을 두고 심한 몸싸움을 벌여, 이로 인하여 이○○가 이마가 찢어지는 등 상처를 입었다.

(바) 망인은 그 다음날인 2005. 4. 28. 01:10경 인근 주민에 의하여 위 아파트 베란다 아래쪽 화단 앞에 추락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3) 사고지점의 형태 및 추락 상황
(가) 망인이 추락한 이○○의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상단과 하단으로 나누어진 구조인데, 하단 창문의 높이는 110cm이며, 8cm 간격의 세로 창살이 있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나) 망인은 추락 당시 창문이 열러 있었던 베란다 난간 부위에서 바깥쪽을 향하여 우측 사선방향으로 3m 정도 이동한 지점(이는 정면으로는 2.6m, 우측으로 1.5m 이동한 거리이다)에서 엎드린 자세로 발견되었는데, 망인이 15층 이○○의 집에서 추락한 높이는 38.6m이다.

(다) 망인의 키는 170cm 내지 175cm이다.

다. 판단

(1) 망인이 추락한 베란다의 형태를 보면, 하단 창문에 설치된 보호난간의 높이가 110cm에 이르러, 키가 170cm  내지 175cm의 성인남자가 그 앞에 섰을 경우 가슴 부분이 난간 상단에 걸리기 때문에 술에 취해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라도 위 난간을 넘어 아파트 바닥 쪽으로 추락할 수 없는 점(을가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그 때문에 이○○도 망인의 추락사실에 대해 듣고 "그곳은 마음 먹지 않으며 떨어질 수 없는 곳인데 이상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베란다 창문이 열려 있는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1.5m나 이동한 지점에 엎드린 자세로 추락한 점, 망인은 변사체로 발견되기 약 2시간 전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고 하여 이○○와 사이에 실랑이를 벌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보면, 망인은 실족사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위 베란다의 하단 창문 보호난간 위에 올라간 다음 바닥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인된다. 따라서 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가 아니므로 불의의 추락 또는 추락에 의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면책약관의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원고들은, 가사 망인이 베란다에서 의도적으로 뛰어내렸다 하더라도, 망인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전날에도 등산을 다녀오는 등 평소보다 특이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달리 자살할 만한 동기가 없으며, 망인이 추락할 당시 술에 취해 명정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는 예견하지 못한 우발적인 사고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펴본다.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 중에는 "죽고 싶다"는 등의 심정을 비치는 말을 하거나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 주변의 관심과 배려를 받고자 하거나,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문제에 관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을 내리려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자살인지의 여부는 그 직접적인 행위를 하는 순간의 심리상태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지 반드시 어느 정도의 주변 정리 기간을 가졌는지 여부에 따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망인이 등산을 즐겨하는 등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는 하나 일주일에 서너 번씩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음주 운전을 자주 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평소 사려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보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보험수익자인만큼 보험사고 발생 후 그들이 전하는 망인의 사망 무렵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오히려, 망인은 자신이 경영하던 카페를 정리한 이후 상당기간 동안 일정한 직업과 수입이 없이 지내온 점, 이에 따라 처인 원고 1이 경제적인 책임을 떠안게 된 점(원고 1은 망인이 월 2백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가져다 주었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한 입증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고, 망인의 자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이○○에게 250만원을 대여하여 주었다는 사정뿐이다), 원고 1이 2005. 초 금융기관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열흘 전 망인 가족이 거주하던 집에 대하여 임의경매가 개시되었는데, 달리 망인 가족 소유의 부동산이 없어 원고 1의 동생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던 점, 망인은 친구인 이○○에게 빌려준 250만원을 돌려받기 위하여 몇 달 사이 너댓 번을 찾아갔던 점, 원고 1은 2001. 7. 5.부터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다수의 생명보험에 들었던 점, 원고 1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 등에 가입하였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으나, 보험료로 납입하는 돈이 월 150만원 가량이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스스로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이 없거나 있더라도 미미한 정도일 것으로 보이는 점,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된 2005. 3. 4. 보험료 연체로 인해 실효되었던 피고 엘지화재의 보험계약들(월 보험료 합계 275,800원)을 부활시키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2005. 4. 26. 피고 흥국생명과 사이에 보험료 월 229,600원인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한 점, 마지막으로 망인과 함께 술을 마셨던 이○○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수사기관에서 망인이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심경을 비친 것으로 진술한 점, 망인이 이○○와 술을 마시던 중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고 몇 차례 위협하여 이로 인한 실랑이가 벌어졌던 점 등 이 사건 사고를 둘러싼 여러 정황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비록 위 베란다에서 추락할 당시 술에 취하여 사려변별이나 판단능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사고와 관련하여 상속인들이 수령하게 될 거액의 보험금을 의식하고 사망이라는 결과를 스스로 야기하였다고 추인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보험금지급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자신을 고의로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피고들의 항변을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