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법원 2009. 5. 8. 선고 2008가단114706 판결【구상금】: 원고패[확정]

【판시사항】

보도 위에 쌓인 연석적치물의 점유관리자에게 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를 위한 방호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전 문】
【원 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 고】 대원에코필드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9. 4. 10.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7. 1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손해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오토바이(이하 '이 사건 오토바이'라 한다)에 대하여 2008. 5. 14.부터 2009. 5. 14.까지 자동차종합보험을 체결한 자이며, 피고는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부산광역시로부터 공사대금 289,464,720원에 가로수조성식재공사를 도급받아 2008. 4. 14.부터 2008. 6. 13.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 도로에서 위 공사를 시공한 자이다.

나. A는 2008. 5. 25. 05:59경 혈중알콜농도 0.15%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B을 뒷자리에 태우고 이 사건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부산 사하구 다대동 도로의 3차로를 시속 약 67㎞ 이상으로 진행하던 중, 도로 위에 떨어진 돌을 피하려다 도로 우측 연석 부분을 충격하고 넘어지면서 약 11.5미터를 그대로 미끄러져 가다 마침 피고가 가로수 식재공사에 사용하기 위하여 보도 위에 쌓아 두었던 연석 적치물을 이 사건 오토바이의 앞부분으로 들이받고 연쇄적으로 B가 이 사건 오토바이에서 튕겨 나와 위 연석 적치물(이하 '이 사건 적치물'이라 한다)에 충격되게 함으로써 B로 하여금 흉복부 장기손상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일으켰다.

다.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도로는 매우 완만하게 좌로 굽어지는 왕복 6차로의 강변도로로서 연석을 경계로 아스팔트로 된 도로와 보도블럭으로 된 단이 높은 보도가 구분되어 있고, 보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수가 식재된 상태였으며, B가 부딪힌 이 사건 적치물은 도로에서 약 20㎝ 정도 떨어진 보도 위 가로수 사이에 놓여 있었다.

라. 원고는 2008. 7. 9. B의 유족에게 사망 책임한도 보상금에 대한 합의금으로 10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1 내지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는 도로를 진행하는 차량 운전자들로 하여금 도로에 인접한 보도 위에 적치물이 있어 주의하라는 안내표지판 등을 설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차량 운전자가 운전미숙, 음주운전, 장애물 회피, 기타 사정 등으로 보도를 넘어 잘못 진행하게 될 경우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기 때문에 적치물로 인한 사고의 발생 또는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치물을 도로로부터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보도 위에 쌓아 두거나 아니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충격방지시설 등을 설치해 두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작물인 이 사건 적치물의 점유관리자로서 아무런 방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도로로부터 불과 20㎝ 떨어진 보도 위에 이 사건 적치물을 방치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 또는 확대된 것이므로, 피고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과실비율은 50%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규정된 공작물 책임과 관련하여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공작물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그것이 그 공작물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발생한 사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작물의 설치·보존자에게 그러한 사고에까지 대비하여 할 방호조치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위 거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적치물을 도로가 아닌 보도 위에 적치해 두었는바,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령상 도로와 보도가 구분되어 있는 도로에서는 차량은 원칙적으로 보도를 침범하여 운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특히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강변도로와 같이 도로와 보도가단의 높이를 달리하여 연석으로 명백히 구분되어 있고 도로에 인접한 보도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수까지 식재되어 있는 왕복 6차로의 대로인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차량이 보도를 넘어올 수도 있다거나 도로와 인접한 보도 위에 있는 적치물을 충격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또한 이 사건 오토바이의 운전자가 음주 및 운전조작 미숙으로 도로 옆 연석을 충격하고 미끄러지면서 보도에 설치된 이 사건 적치물을 들이받은 이 사건 사고는 극히 이례적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가 보도 위에 이 사건 적치물을 설치하면서 보도를 지나가는 보행자들을 위해서 방호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점(설령, 피고가 보행자를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행자를 위한 의무와 차량 운전자를 위한 의무는 규범의 대상 및 내용이 다르므로, 보행자에 대한 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은 별론으로 하고, 그에 더하여 도로를 진행하는 차량 운전자 또는 사고 차량을 위해서까지 적치물 주의표지판, 충격방지시설 설치를 비롯한 기타의 방호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보도 위의 적치물이라 하더라도 그 일부가 도로 쪽으로 나와 있다는 등으로 차량 운전자에게 물리적 영향을 줄 수 있거나 시각적으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적치물의 점유관리자에게는 도로의 차량운전자에 대하여도 방호조치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이 사건 적치물에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국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