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방법원 2009. 6. 18. 선고 2008가합17130 판결【보험금】: 원고패

【판시사항】

보험계약상 재해와 관련하여 급격성의 의미에 관하여 판시하고,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 등 일반론을 판시한 사례

【전 문】
【원 고】 김○렬 (51년생, 남자)
【피 고】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9. 5. 28.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8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8. 6.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2008. 6. 1.부터 2011. 5. 1.까지 매월 금 800,000원씩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98. 10. 20. 피고와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된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중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평일재해장해급여금
(표 생략, 첨부 판결문 참조)

(2) [별표3] 재해분류표
1. 내지 22. (생략)
23. 유독물질에 의한 불의의 중독 및 노출
24. 기타 및 상세불명의 요인에 의한 불의의 노출
25. 이하 (생략)

(3) [별표5] 장해등급 분류표
제1급 1.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었을 때
제3급 1. 한 눈의 시력을 영구히 잃었을 때

(4) 장해등급분류 해설
4. 시력을 잃은 것 : 시력이 0.02 이하(시력의 측정은 국제식 시력검사표에 따라 한눈씩 교정시력에 대하여 측정함)로 되어 회복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나. 원고는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하던 중인 1998. 12. 1. 작업 중 고압 페인트 호스가 터지면서 분출된 페인트가 원고의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에 원고는 이안과의원(의사 이○○)에 내원한 바, 당시 원고의 좌안시력은 0.15, 우안시력은 0.6으로 측정되었다.

다. 원고는 이후 1998. 12. 5.까지 좌안 시신경 위축, 좌안 외상성 백내장으로 치료를 받다가, 1999. 10. 26. 좌안 백내장 제거술을 받았고, 2000. 8. 7. 좌안이 실명되어 한 눈의 시력이 실명되거나 한 눈의 시력이 0.02 이하로 된 사람에 해당하는 장해등급 제8급 제1호로 판정받았다.

라. 이에 원고는 피고 회사에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하여 한 눈의 시력을 영구히 잃게 되었고, 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정한 제3급 장해상태에 해당함을 이유로 평일재해장해급여금을 신청하였고, 금융감독원의 중재안에 따라 2000. 5. 26. 피고 회사로부터 제3급의 장해상태가 된 경우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여 지급되는 보험금의 50% 상당액인 13,339,753원을 지급받았다.

마. 이후인 2000. 7. 10. 원고의 우안에서 후낭하백내장이 발견되고, 연이어 2000. 8. 9. 시력측정 결과 원고의 우안시력이 0.4 ~ 0.5로 저하된 것으로 밝혀지자, 원고는 의사 이상준으로부터 우안의 시신경변화에 관하여 3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하여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받았으나, 이에 따르지 아니하였다.

바. 원고의 우안시력은 2007. 3. 28.경 0.08로 측정되었고, 이후 점차적으로 저하되다가 2007. 6. 5.경 0.02로 저하되어 실명에 이르렀다.

사. 원고는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하여 2007. 6. 5.부터 두 눈의 시력을 영구히 잃게 되었고, 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정한 제1급 장해상태에 해당함을 이유로 피고 회사에 다시 평일재해장해급여금을 신청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2008. 5. 27. 이 사건 보험사고로부터 9년이 경과한 후에 우안이 실명된 이상 우안 실명의 원인은 이 사건 보험사고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8, 9, 1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좌안 및 우안의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으므로 이는 보험기간 중 평일에 발생한 재해로 인하여 장해분류표 중 제1급의 제1호의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은 때에 해당하여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의 장해분류표 중 제1급에 상당하는 보험금에서 이미 원고가 좌안 실명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장해분류표 중 제3급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좌안실명과 관련하여 피고와 합의하면서 소송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였음에도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재해라 함은 급격하고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9년간에 걸쳐 서서히 시력을 상실한 것이어서 이를 급격한 사고로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사고와 원고의 우안 실명 사이에는 9년여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바, 원고의 우안 실명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나. 판 단

(1) 먼저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피고와의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소제기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피고 사이의 2000. 5. 26.자 합의는 좌안실명에 관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우안의 시력을 상실하였음을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를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급격성 여부에 대한 피고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는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보험사고가 급격하게 발생한 경우에만 피고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이 사건 보험계약상 재해에 급격성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급격하다"는 것은 사고의 원인되는 사실이 돌발적으로 발생하여 그 사실의 직접적인 결과로서 상해가 발생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아니하였거나 예견할 수 없는 순간에 사고가 생긴 것을 뜻하는 것이지 사고로 인한 결과의 발생이 사고 이후 시간적 간격을 두지 아니하고 급격하게 발생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돌발적인 것으로서 원고가 예견하지 아니하였거나 예견할 수 없는 순간에 발생한 이상 비록 실명이라는 결과가 후에 나타났다 하더라도 이를 급격한 사고가 아니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마지막으로 이 사건 사고와 원고의 우안실명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에게 이 사건 후유장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상해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의 인과관계는 어떤 사실로부터 다른 사실이 발생하는 것이 당해 사례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여야만 할 것이며(상당인과관계론), 이러한 사고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 청구권자에게 있다고 할 것인바, 갑 제3호증, 제5호증의 2, 제6호증, 제9호증의2, 4, 6,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의사 김○○, 박○○, 박○○, 지○○이 "환자 본인 진술 및 환자가 가져온 진단서를 참조하면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수상으로 인한 시신경 병증의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됨", "양안 시력 저하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 사건 사고로 양안의 수상을 받은 적이 있으며 그 이후로 좌안은 급격히 시력이 저하되고 우안 역시 시력저하가 온 것으로 보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지만, 강한 상관관계가 있으리라 추정됨", "환자가 가져온 진단서를 참조하면 이 사건 사고로 양안의 수상을 받은 적이 있으며, 그 이후 우안은 점진적으로 시력저하가 온 것으로 보임. 이 사건 사고가 양안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사료됨", "이 사건 사고 후(환자진술) 우안 : 안전수동, 경도의 시신경 창백 관찰됨"이라는 취지의 소견서를 작성한 사실, 원고가 2007. 5.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우안 시신경위축에 대한 추가상병요양신청을 하였으나, 우안 시신경 위축은 이 사건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재심을 청구하자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2008. 2. 위와 같은 의사들의 소견을 참작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와 원고의 양안 시신경위축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위 불승인처분을 취소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위 인정사실에다가 갑 제5호증의 1, 제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사고일인 1998. 12. 1. 원고의 눈을 치료하였던 의사 이○○이 작성한 진료기록에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좌안시력이 0.15였고, 좌안에서 각막염, 외상성백내장이 발견되었다는 기재가 있을 뿐, 우안에 대해서는 우안시력이 0.6으로 측정되었다는 기재 외에 다른 손상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이 사건 사고 이후 좌안에 대하여는 백내장수술이 진행되었지만 우안에 대하여는 후낭하백내장이 발견될 때까지 2년여간 동공확대검사가 실시된 외에 별다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2000. 7. 10. 우안에서 후낭하백내장이 발견되고, 우안시력이 0.4 ~ 0.5정도로 측정되자 의사 이○○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우안 시신경변화에 관하여 3차기관의 의료검진을 받을 것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2007. 3. 28. 비로소 ○○○대학교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은 결과 우안의 시력이 0.08로 측정되었고, 원고의 우안은 이 사건 사고로부터 10여년이 경과한 2007. 6. 5. 비로소 실명에 이른 점, 그러나 위 후낭하백내장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이 있다거나 위 백내장이 이 사건 실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별달리 밝혀진 바 없는 점(위에서 보듯 원고의 우안에 별다른 외상이 없음에도 후낭하백내장이 발견된 점에 비추어 이는 기존의 질환으로 생긴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좌안 실명과 관련하여서도 금융감독원의 중재에 따라 보험금의 절반만 지급된 점(이와 같이 절반만 지급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 사건 사고가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백내장이 기존질환으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이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고와 원고의 우안실명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위와 같은 의사들의 소견은 어디까지나 원고의 진술 및 원고가 가져온 진단서에 기초하여 판단하였을 때 이 사건 사고와 원고의 우안실명 사이의 인과관계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오히려 이 사건 사고 당시 및 원고의 우안시력이 저하되기 시작할 당시에 최초로 원고를 진료한 이○○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의 우안시력이 저하되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전혀 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의 우안에 상처가 생겼다거나 그 상처가 후낭하백내장 또는 이 사건 실명과 사이에 상당할 정도로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한익(재판장) 김영기 김정운 

보험계약의 내용
1. 보험종목 : ○○○ ○○○상해보험
2. 증권번호 : ○○○○○○○○
3. 보험기간 : 1998. 10. ~ 2018. 10.
4.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 각 원고
5. 월납 보험료 : 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