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법원 2009. 5. 1. 선고 2008가단49949 판결【구상금】

【판시사항】

기존 2차로의 고속도로를 확장하면서 공사지점에 설치해야 할 안전조치의 정도에 관한 판결

【전 문】
【원 고】 흥국쌍용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성락인)
【피 고】 부산울산고속도로 주식회사, 삼성물산 주식회사, 삼성중공업 주식회사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전우석)
【변론종결】 2009. 3. 27.
【주 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22,744,520원 및 위 금원 중 96,664,805원에 대하여는 2007. 11. 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26,079,715원에 대하여는 2008. 11. 19.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정정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쏘나타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인수한 보험자이고, 피고 삼성물산 주식회사(이하 '피고 삼성물산'라 한다)와 피고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피고 삼성중공업'이라 한다)는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확장공사의 시공자이며, 피고 부산울산고속도로 주식회사(이하 '피고 부산울산고속도로'이라 한다)는 위 확장공사의 시행자이다.

나. A1은 2006. 11. 19. A2, A3, A4를 태우고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부산-울산간 속도로를 울산 방면으로 2차로를 진행하던 중,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부근의 위 고속도로 상행선 약 12.5㎞ 지점(이하 '이 사건 사고지점'이라 한다)에 이르러 도로 우측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이 사건 차량 우측 앞부분으로 들이받고 튕겨 나오면서 뒤따라오던 아반테 승용차에 추돌당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일으켰다.

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차량의 운전자 A1이 중상을 입은 것을 비롯하여 탑승자 A2는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 척수손상 등을, A3은 약 9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타박상 등을, A4는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을 입게 되었고, 위 아반테 승용차의 운전자 및 탑승자들도 경상을 입었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차량의 보험자로서 2007. 11. 5.까지 A2에게 치료비 144,596,380원을, A3에게 합의금 및 치료비로 27,546,990원을, A4에게 합의금 및 치료비로 21,186,240원 등 합계 96,664,805원을 지급하고, 추가로 A2에게 2008. 11. 18.까지 치료비 52,159,430원을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지급하게 된 보험금은 합계 245,489,040원이 되었다.

마.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도로 구간은 전체적으로는 매우 완만한 'S'자형태이지만, 이 사건 사고지점은 거의 직선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있는 곳으로서 그 바로 직전의 오른편에는 공사차량 진출입 및 버스정류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도로가 나 있고, 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P.E드럼과 콘크리트 방호벽이 설치되어 있는 한편 2차로 오른쪽 노면에는 갓길과 구분하는 흰색 실선이 계속 이어져 오다 위 지점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또한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150m 및 500m 전방에는 각 임시진출입로 안내간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 한편, 이 사건 사고 당시 날씨는 화창하고 주간이어서 시야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는 상태였고, 이 사건 차량의 운전자 A1은 졸음운전으로 인하여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 받았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7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1, 4 내지 8호증(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사고지점은 기존 2차로의 고속도로를 확장 중인 곳으로서 이미 도로로 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3차로 공사가 진행되어 있어 주행하는 차량이 진행방향을 오인하기 쉬워 2차로를 벗어날 우려가 높았으므로, 이 사건 사고지점에는 필히 진입금지 표지, 공사 중임을 알리는 표지 시설 및 운전자들이 착오로 3차로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연속적인 방호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며, 또한 운전자들이 오인하여 3차로에 진입하였을 경우 차량 및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 방향을 교정하여 본래의 주행차로로 복귀시켜주는 충격흡수시설도 설치되어 있어야 함에도, 피고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도로확장공사의 시공자로서 그러한 시설 설치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사고의 발생 및 확대에 50%의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들은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 합계 245,489,040원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122,744,52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한편 피고 부산울산고속도로는 위 피고들의 사용자로서 또는 그러한 시설 설치의무를 해태한 고속도로 점유관리자로서 공작물의 설치, 보존상 하자에 따른 민법 제758조의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므로 위 피고들과 연대하여 위 금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공사안내 표지판, 속도제한 표지판, 공사중 표지판, 차로변경안내 표지판, 임시진출입로 안내간판, 방호벽 등을 설치하여 자동차의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를 모두 취하였고, 이 사건 사고지점은 직선구간이며 이 사건 사고 당시는 일기가 화창하고 주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3차로로 주행할 수 있다고 오인할 만한 장소가 아니어서 이 사건 사고는 전적으로 운전자 A1의 과실에 기해 발생된 것이라고 다투는 한편, 피고 부산울산고속도로는 피고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의 도급인에 불과하여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피고 부산울산고속도로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의 안전시설 설치 등 방호조치 위반의 과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와 별개의 책임인 피고 부산울산고속도로의 공작물 설치, 보존상 하자의 주된 내용 또한 위와 같은 방호조치 위반이라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사고지점이 고속도로 운전자들로 하여금 착오로 2차로를 벗어나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장소로서 더 많은 안전표지와 연속적인 방호울타리 및 충격방지시설 등 그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안전시설을 설치하거나 기타 방호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 곳임에도 피고들이 이를 해태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거나 손해가 확대되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2) 살피건대, 건설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갑 8호증)에 의하면, 방호울타리는 도록 폭 및 선형 등과의 관련으로 위험한 구간 즉, 차도 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도로, 변형교차 도로, 교차로의 교통섬 등에서 차량 충돌이 예상되어 방호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는 구간 및 기타 기상 상황에 의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구간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충격흡수시설은 교각, 교대 앞, 연결로 출구 분기점, 방호울타리 단부, 요금소 전면, 터널 및 지하차도 입구, 옹벽, 곡선부 내리막 경사구간, 기타 차량과의 충돌로 인해 인명과 시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장소 중 차량의 충돌이 예상되는 장소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결국 도로의 구조나 형태 등에 비추어 충돌이 예상되는 위험한 장소에는 위와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안전표지나 주의․경고표지 또한 운전자에게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지역이나 상황을 미리 알려 주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3) 그런데,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갑 2호증, 갑 7호증의 1 내지 41, 을 5호증, 을 6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지점은 그 이전에 3차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갑자기 3차로가 중단되는 바람에 사고를 일으킬 수 있을 만한 장소로는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직선으로 뻗어진 편도 2차로의 고속도로 구간에 있는 관계로 차량 운전자가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사고지점 우측에 있던 차량 진입로를 3차로로 오인하고 진입하여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위험한 장소라고 보기도 어려워, 피고들이 설치한 임시진출입로 안내간판, P.E드럼 및 콘크리트 방호벽 이외에 특별히 더 많은 안전표지판이나 연속적인 방호벽 또는 충격방지시설 등 추가적인 안전시설의 설치가 필요한 곳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도로의 구조, 당시의 기상조건 등에 비추어 통상의 경우에는 도로 우측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충격하는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어려운 장소에서 졸음운전으로 운전조작을 잘못한 운전자 A1의 전적인 과실에 기인하여 발생된 매우 이례적인 사고로 판단되고, 달리 피고들이 이 사건 사고지점의 방호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따라서 피고들의 과실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국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