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3. 18. 선고 2004가합840** 판결【보험금】

【판시사항】

방화에 대한 수사진행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 지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약관에 의하면 보험자는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의 책임있는 사유 외에는 지급기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때에 그 다음날로부터 지급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약관대출이율로 계산한 이자를 보험금에 더하여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화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에 관한 지체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

【전 문】
【원 고】 박○은
【피 고】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5. 3. 18.

【이 유】

1.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5,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1 내지 13, 을 제3호증의 1, 2,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이 1, 2, 을 제8호증의 1 내지 3, 을 제9호증의 1 내지 21의 각 기재, 을 제6호증의 1 내지 5, 을 제7호증의 1 내지 13의 각 기재 및 영상과 증인 이○○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시 ○○구 ○○동 ○○ 지상에 있는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임차하여 '○○기업사'라는 상호로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동선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2) 피고는 화재보험 등 각종 보험 및 재보험의 계약체결과 그 계약에 의한 보험료의 징수 및 보험금의 지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이다.

나. 보험계약의 체결

원고는 2000. 7. 26.과 2002. 1. 25.에 이 사건 건물 및 그 내부에 보관 중인 기계설비 등에 관하여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를 원고로 하여 다음의 표의 기재와 같이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라 한다).

(표 생략)

다. 이 사건 화재 발생 경위 및 손해

(1) ○○○○공사는 아파트 건설을 위하여 2001년경부터 이 사건 건물이 위치한 일대 부지를 매입하면서 2003. 6. 5. 이 사건 건물 및 대지를 협의 취득하여, 이 사건 건물은 2003. 12. 11.경 철거될 예정이었는데, 2003. 12. 11. 00:30경 이 사건 건물 내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하여 위 건물 및 그 내부에 있던 기계시설 및 제품일체 등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목적물이 전소되었다.

(2) 이에 원고는 2003. 12. 11. 피고에게 화재발생사실을 통지하고, 2004년 2월 말일경 보험금청구서를 제출하였다.

(3)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사정을 담당한 ○○손해사정 주식회사의 직원인 이○○는, 2002. 12. 11. 15:00경 이 사건 화재현장을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그 화재 원인과 손해액에 관하여, ① 이 사건 화재로 전소된 기계들이 신품인지 중고품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아니하였고, 각 기계시설은 주문제작된 것으로서 그 기계를 제작한 업체가 이미 부도 처리되어 사고당시의 기계가격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주문제작 기계의 경우 주문당시와 사고당시의 가격에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동종업체의 진술이 있었고, 기계의 구입가격에 대한 원고의 진술이 계속 번복되자, 원고가 제시한 기계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을 토대로 기계시설의 전소로 인한 손해액을 167,342,500원으로 평가하고, ② 원고와의 면담기록과 제품의 상태를 토대로 소실된 제품을 반제품으로 인식하여 그 전소로 인한 손해액을 16,799,100원으로 평가한 손해사정보고서를 작성하였다.

(4) 원고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목적물인 기계시설과 제품일체 등의 잔존물을 처분하여 그 대가로 7,664,200원을 수령하였다.

라. 약관

한편 이 사건 각 보험의 보통약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고, 피고의 약관대출 이율은 무배당 ○○○○ 종합보험의 경우 연 11%, 무배당 ○○○○종합보험Ⅱ의 경우 연 9.5%이다.

제4조(보상하는 손해)
① 화재 등 재산손해 : 회사는 이 약관에 따라 보험에 가입한 물건이 아래의 사고로 입은 손해를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 
  1. 화재, 벼락, 파열 또는 폭발
제5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① 회사는 보험목적에 아래와 같은 사유로 손해가 생긴 때에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 
  1.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제19조(손해의 통지 및 조사)
① 보험목적에 손해가 생긴 경우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지체없이 그 사실을 회사에 알려야 합니다.
제20조(보험금 등 청구시 구비서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 또는 해약환급금을 청구할 때에는 다음 서류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① 청구서(회사양식)
② 사고증명서(그러나 이를 얻기 어려울 때에는 사고발생의 목격자 등 인근주민의 확인서)
③ 그 밖에 필요한 증거자료
제25조(보험금 지급)
① 회사는 손해발생 통지 및 제20조의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한 때에는 접수증을 교부하고 그 서류를 접수한 날로부터 신체손해에 관한 보험금은 3일, 재산 및 배상책임손해에 대한 보험금은 20일 이내에 지급하여 드립니다.
③ 회사는 제1항의 규정에 정한 지급기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다음날로부터 지급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약관대출이율로 계산한 이자를 보험금에 더하여 드립니다. 그러나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지급이 지연된 때에는 그 해당기간에 대한 이자는 더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 내에 있던 기계시설 및 제품일체가 소실되는 손해를 입었고, 기계시설의 소실로 인한 손해액이 223,209,300원, 제품일체의 소실로 인한 손해액이 34,461,000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으로서 기계시설의 소실로 인한 손해액 210,000,000원(해당보험금액 한도) 및 제품일체의 소실로 인한 손해액 31,461,000원의 합계 241,461,000원에서 기수령한 7,664,200원을 공제한 233,796,800원 및 이에 대한 2004. 1. 1.부터 이 판결선고일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 내부에 있던 기계시설 및 제품일체가 소실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위 손해사정보고서의 내용과 같이 184,141,600원(167,342,500원 + 16,799,100원)으로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원고의 손해액이 위 금액을 초과한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는 이를 믿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런데, 원고가 기계시설 및 제품일체의 잔존물을 처분하여 그 대가로 7,664,200원을 수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176,477,400원(184,141,600원 - 7,664,200원) 및 이에 대하여 보험금청구일인 2004년 2월 말일경으로부터 20일이 경과한 2004. 3. 21.부터 이 판결선고일인 2005. 4. 1.까지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화재에 대한 최초 화재감식결과 발화부위가 2개소로 각 연소 확산 되었을 개연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방화로 추정되어 그 방화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관할 수사당국의 수사진행이 계속되고 있었는바, 피고회사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위와 같은 수사결과를 기다리기 위한 것으로서 그 책임이 피고회사에게 귀속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보험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보험의 보통약관 제23조 제3항은 '회사는 제1항의 규정에 정한 지급기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다음날부터 지급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약관대출이율로 계산한 이자를 보험금에 더하여 드립니다. 그러나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지급이 지연된 때에는 그 해당기간에 대한 이자는 더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화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회사의 이 사건 각 보험금 지급에 관한 지체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어, 이와 다른 견해를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