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고등법원 2005. 5. 13. 선고 2004나15669 판결【보증금등】: 원고패

【판시사항】

계약보증보험약관 중 주계약 해지 조항의 무효 여부

【판결요지】

계약보증보험계약에서는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의 불이행 그 자체만으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보험계약자의 채무불이행과 더불어 피보험자가 주계약을 해지하여 보험계약자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게 된 때에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이 지나서 주계약을 해지하였다면 보험기간내의 보험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보증보험계약에 편입된 보통약관 중 주계약의 해지에 관한 규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었거나, 피보험자가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할 수 없어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의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전 문】
【원고,피항소인】 주식회사 동일
【피고,항소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5. 4. 8.
【제1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04. 8. 26. 선고 2003가합10721 판결 (원고일부승)
【상고심판결】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다32715 판결 (상고기각)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1. 9. 5. 주식회사 브○○○건설(이하 브○○○이라 한다)에 원고가 부산 부산×구 ○○동 1-2 ○○에서 시행하던 ○○○아파트 신축공사 중 암발파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대금 15억 원(공사물량을 358,421m²로 정하여 산출한 금액이다), 공사기간 2001. 9. 5.부터 2002. 7. 31.까지, 지체상금율 0.2%, 계약보증금 2억원으로 정하여 도급주었는데, 원고와 브○○○은 2002. 9. 5. 위 도급계약의 내용 중 다른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공사기간을 2002. 11. 30.까지로 연장하는 변경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위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공사비의 증·감액

(가)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공사내용의 변경, 추가 또는 공사의 전부나 일부에 대한 시공의 일시중지를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다.
(나) 해당 공정의 5/100에 미달하는 사소한 변경에 대하여는 공사비의 증액 또는 감액을 청구할 수 없다. 단, 도급인의 승인을 득한 공사 중 위 비율을 초과 또는 미만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공사비의 증액 또는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다) 수급인은 계약체결 후 계약조건의 미숙지, 공사견적착오, 물가 및 노임변동 등을 이유로 계약금액의 변경을 요구할 수 없으며 시공을 거부할 수 없다.

(2) 도급인의 계약해제

(가) 도급인은 수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약정한 착공기일을 경과하고도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 및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공기 내에 공사를 완성할 수 없음이 명백히 인정될 때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나) 도급인은 위 (가)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한 경우 계약보증금을 반환하지 아니한다.
(다) 도급인은 위 (가)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한 경우에 그 기성부분의 검사를 마친 공사를 인수한 때 도급인이 정하는 대가를 수급인에게 지급한다.

(3) 수급인의 계약해제

(가) 도급인이 공사내용을 변경함으로써 계약금액의 40/100 이상 감소된 때 및 도급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그 위반으로 인하여 공사를 완성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수급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나) 수급인은 위 (가)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한 경우 발생한 손해금액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

(4) 지체상금

수급인은 정한 준공 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매 지체일수마다 계약서에 정한 지체상금율을 계약금액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원고에게 현금으로 납부하되, 다만, 천재지변, 전쟁 등 수급인의 책임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유로 지체되는 경우 및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착공이 지연되거나 시공이 중단된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면제한다.

(5) 특수조건

(가) 수급인은 하도급공사를 함에 있어 부도, 공사지연 등 기타 사유로 인하여 도급인이 보증보험회사나 공제조합에 선급금 이행보증, 계약이행보증을 청구하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나) 경미한 설계변경 등에 따른 추가 증액은 없고, 현장소장 및 기타 직원 등의 확인, 날인한 확인서가 있어도 본사에서 계약하지 않은 공사에 대하여는 일체 인정하지 아니한다.
(다) 수급인은 2001. 9. 15.까지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을 도급인에게 제출한다.

다. 브○○○은 2001. 9. 15. 피고와 사이에 보증내용을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보증금, 보험가입금액을 2억 원, 보험기간을 2001. 9. 5.부터 2002. 7. 31.까지, 피보험자를 원고로 하는 계약보증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뒤, 피고로부터 그 보증서를 발급받아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라. 브○○○은 위 도급계약의 공사기간을 위와 같이 2002. 11. 30.까지로 변경한 뒤, 2002. 9. 28. 피고로부터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내용 중 보험기간을 2001. 9. 5.부터 2002. 11. 30.까지로 변경하는 계약보증보험계약배서를 발급받아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마.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보험자는 채무자인 보험계약자가 보험증권에 기재된 계약(이하 주계약이라 한다)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채권자인 피보험자가 몰수 또는 귀속시켜야 할 계약보증금을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항과 약관에 따라 보상한다.

(2) 피보험자는 보험금을 청구하기 전에 주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여야 한다.

(3) 보험자가 지급할 보험금은 주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피보험자가 몰수 또는 귀속시켜야 할 금액으로 한다. 다만, 주계약에서 계약보증금의 몰수 또는 귀속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계약보증금액을 한도로 피보험자가 청구하는 금액으로 한다.

(4) 피보험자 변경되거나, 주계약의 내용에 중대한 변경이 있었을 때 이 보험계약은 효력을 상실한다.

바. 브○○○은 약정된 공사기간인 2002. 11. 30.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였으나, 그 이후에도 계속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여 2003. 1. 31.까지 335,843m² 상당의 암석에 대한 발파를 하고, 원고로부터 총 기성금의 96.6%에 해당하는 14억 5,000만원의 기성금을 수령하였으며, 2003. 2. 1.부터 같은 해 3.말경까지 43,358m² 상당의 암석에 대한 발파를 하였다.

사. 원고는 보험기간 만료일인 2002. 11. 30이 훨씬 지난 2003. 3. 28. 브○○○에게 브○○○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 내에 공사를 완성할 수 없음이 명백히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도급계약(이하 주계약이라 한다)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브○○○의 귀책사유로 주계약에서 정한 공사기간 내에 이 사건 공사가 완성되지 못하는 보험사고가 일어남으로써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이 발생하였고, 원고가 2003. 3. 28. 주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한 후 피고에게 보험금 지급청구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보험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배상의 예정액 또는 위약벌인 계약보증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에서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책임을 구체화하는 불확정한 사고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 사건 보증보험에서 보험사고가 무엇이지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계약내용에 편입된 보험약관과 보험약관이 인용하고 있는 보험증권 및 주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본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내용에 주계약의 내용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채권자인 피보험자가 몰수 또는 귀속시켜야 할 계약보증금에 대한 보증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 계약보증금은 수급인인 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약정한 착공기일을 경과하고도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하거나, 브○○○의 귀책사유로 공기 내에 공사를 완성할 수 없음이 명백히 인정되어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경우를 대비하여 브○○○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계약보증금액으로 예정하여 원고로 하여금 손해 발생 및 그 수액을 증명하지 않고서 위 계약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보험사고는 브○○○이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보험자인 원고가 이 사건 계약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브○○○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한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주계약에서 '도급인은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한 경우 계약보증금을 반환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브○○○이 단순히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가 바로 이 사건 계약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원고가 주계약에서 정해진 브○○○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주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여야 비로소 이 사건 계약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서는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의 불이행 그 자체만으로는 아직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가 보험기간 안에 브○○○의 채무불이행과 더불어 이를 이유로 브○○○에 대하여 주계약을 해지하여 계약보증금 2억원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게 된 때에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원고가 보험기간 만료일인 2002. 11. 30.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된 2003. 3. 28. 주계약을 해지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보험사고는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편입된 보통약관 중 주계약의 해지에 관한 규정은 원고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항이므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따라서 주계약의 해지는 보험사고발생의 요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상 보험금청구의 요건으로 보험기간 안에 주계약의 해지가 요구되는 것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편입된 피고의 보통약관 중 주계약의 해지에 관한 규정 만에 기한 것이 아니고, 주계약과 위 약관 문언의 해석에서 도출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해진 공사기간과 동일한 보험기간 안에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하여 그 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었거나, 이 사건 도급계약 및 보증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