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5. 5. 25. 선고 2004나83114(반소)판결【보험금】: 원고승

【판시사항】

차주로부터 차량열쇠를 건네받은 자가 술에 취한 친구에게 운전을 맡겨 사고가 난 경우 차주의 도난중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기명피보험자는 술을 마시지 않았던 자에게 자동차의 운전을 부탁한 후 잠이 들었을 뿐이며, 그 후 조수석에 있던 술에 취한 친구가 잠이 든 기명피보험자 모르게 열쇠를 건네받아 자동차를 운전하였는데, 그 친구는 평소 주차를 위해 1, 2회 정도 자동차를 잠깐 동안 운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한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평소 운전을 친구에게 맡기지 아니하였던 기명피보험자로서는 술에 취한 친구가 자신이 부탁한 운전자와 교체하여 운전을 하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단되므로 결국 당해 교통사고는 가족운전자 한정특별약관 제2조 단서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피보험자동차를 도난당하였을 때로부터 발견될 때까지의 사이에 발생된 피보험자동차의 사고"에 해당한다.

【전 문】
【원고,항소인】 인명○
【피고,피항소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5. 4. 29.
【제1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04. 10. 1. 선고 2004가합2943(반소) 판결 (원고패)

【이 유】

1. 기초사실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 4, 5호증, 제6호증의 1, 2, 제7호증의 1 내지 5, 제8호증, 을 제1, 2, 3, 5호증,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심○○, 명○○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반소피고는 화재보험, 해상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반소원고와의 사이에 반소원고 소유의 서울○마○○ 아반떼XD 승용차(이하 '이 사건 자동차'라 한다)를 피보험자동차로, 반소원고를 기명피보험자로 하고, 보험기간을 2001. 12. 20.부터 2002. 12. 20.까지로 하며, 가족운전자 한정운전특약, 만 21세 이상 한정운전특약을 조건으로 하여 책임보험(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책임보험을 말하고, 대인배상Ⅰ이라고 한다), 대인배상Ⅱ(책임보험 초과손해로서 대인배상Ⅰ로 지급되는 금액 또는 피보험자동차가 대인배상Ⅰ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대인배상Ⅰ로 지급될 수 있는 금액을 넘는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 보험가입금액무한), 대물배상(보험가입금액 금 3,000만원), 자기신체사고(보험가입금액 피해자 1인당 사망 및 후유장애의 경우는 각 금 3,000만원, 부상의 경우는 금 1,500만원) 등에 가입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반소원고의 친구인 소외 명○○은 2002. 12. 16. 02:13경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여 서울 ○○○구 ○○동 ×××-×× 앞 편도 2차선의 도로 중 1차로 상을 ○○동 방면에서 ○○로터리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소외 김○○ 운전의 서울 ○바○○호 뉴이에프 쏘나타 택시의 뒷범퍼 부분을 이 사건 자동차의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고, 이어서 이 사건 승용차를, 우측 도로변에 정차하기 위하여 2차도로로 차선을 변경하다가 2차로 상을 진행중이던 소외 가○○ 운전의 서울 ○너○○호 마티스 승용차의 좌측 뒷범퍼 부분을 이 사건 자동차의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는 등 2건의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1차 사고'라 한다)를 발생시키고도 그대로 도주하고, 그 직후인 같은 날 02:15경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여 서울 동대문구 ○○1동 120 앞 편도 2차선로의 도로 중 1차로 ○○의대앞역 방면에서 ○○로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고가 방면으로 좌회전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침범하여 진행한 과실로 이문지하차도 방면에서 신이문고가 방면으로 진행하던 소외 이○○ 운전의 서울 ○머 ○○호 뉴이에프 쏘나타 승용차의 앞범퍼 부분을 이 사건 자동차의 우측 뒷문 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이 사건 자동차에 동승하고 있던 반소원고에게 약 6개월 간의 치료를 요하는 제5, 6 경추골절, 신경인성 방광 및 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를 일으켰다.

다.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반소원고가 입은 상해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시행령 별표 1 상의 척추체골절 또는 탈구로 인한 제신경증상으로 수술이 불가피한 상해로서 상해등급 1급에 해당하는데, 반소원고는 □□의료원에서 치료비 금 18,156,065원(의료보험조합 부담금 14,765,573원은 반소피고가 2003. 7. 28. 반소원고에게 지급하였던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중 부상보험금으로 충당되었으나, 그 후 반소원고의 어머니인 소외 최○○는 2003. 11. 17. 반소피고에게 부상보험금을 포함하여 반소원고가 반소피고로부터 지급받았던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전부를 반환하였으므로, 결국 위 치료비 모두를 반소원고가 지급한 결과가 되었다)을 들여 위 상해치료를 받았다가, 그 후 2003. 3. 4.부터 같은 해 6. 10.까지 국립재활원에 입원하여 금 2,081,400원을 들여 재활치료를 받았고, 현재는 제6경수(운동신경), 제4경수(감각신경) 완전 사지마비로 인하여 기립 및 보행이 불가능하며 식사하기, 옷 입기, 대?소변 관리 등의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바, 반소원고의 이러한 후유장해는 영구적일 것으로 판단되고, 이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시행령 별표 2 상의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항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장해로서 장해등급 1급에 해당한다.

라.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던 개인용자동차보험 보통약관(2001. 8. 1. 시행, 이하 '보통약관'이라 한다)은 자기신체사고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32조] 회사의 지급책임 : 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때에 이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제35조] 보험금의 종류와 한도 
  (1) 회사가 이 약관에 따라 매 사고에 대하여 지급하는 보험금의 종류와 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사망보험금 : 회사는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에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가입금액을 피보험자의 상속인에게 지급합니다. 
  ② 부상보험금 : 회사는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직접적인 결과로 의사의 치료를 요하는 때에는 치료비가 1만원을 넘는 경우에 <별표2> 의 상해구분 및 급별 보험가입금액표에 따라 보험증권에 기재된 부상보험가입금액에 해당하는 각 상해급별 보험가입금액 한도내에서 실제치료비(성형수술비를 포함합니다)를 부상보험금으로 피보험자에게 지급합니다. 
  ③ 후유장해보험금 : 회사는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직접적인 결과로 치료를 받은 후에도 신체에 장해가 남는 경우에는 <별표3> 의 후유장해구분 및 급별보험가입금액표에 따라 보험증권에 기재된 후유장애보험금으로 피보험자에게 지급합니다. 
  ⑶ 제⑴항 및 제⑵항의 경우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공제계약을 포함합니다)의 대인배상Ⅰ 및 대인배상Ⅱ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한 액수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합니다. 
  <별표2> 상해구분 및 급별보험가입금액표[보통약관 제35조 제⑴항 ②호 관련] 
  ; 상해등급 1급일 경우, 보험가입금액 1,500만원 
  <별표3> 후유장해구분 및 급별 보험가입금액[보통약관 제35조 제⑴항 ③호 관련] 
  ; 상해등급 1급일 경우, 보험가입금액 3,000만원일 대 금 3,000만원

마.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던 개인용자동차보험 특별약관 중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2001. 8. 1. 시행)은 아래와 같이 반소피고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1조] 회사의 보상책임 : 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에 대하여 운전할 자를 기명피보험자와 그 가족으로 한정하는 경우에는 이 특별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합니다. 그러나 대인배상Ⅰ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제2조]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 회사는 이 특별약관에 의하여 기명피보험자와 그 가족 이외의 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에 발생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피보험자동차를 도난당하였을 경우, 그 도난당하였을 때로부터 발견될 때까지의 사이에 발생된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피보험자가 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보통약관 제10조(회사의 보상책임), 제21조(회사의 보상책임)에서의 손해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대에 생긴 보통약관 제32조(회사의 지급책임)의 자기신체사고 및 그 피보험자동차에 생긴 보통약관 제44조(회사의 보상책임)의 자기차량손해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2. 주장 및 판단

가.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 제2조 단서의 적용여부

(1) 당사자들의 주장

반소원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1급의 상해 및 후유장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반소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 제32조, 제35조 제⑴항에 의하여 부상보험금 1,500만원 및 후유장해보험금 3,500만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반소피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는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 제2조 본문에서 정하고 있는 기명피보험자와 그 가족 이외의 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에 발생된 사고에 해당하여 반소피고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다시 이에 대하여 반소원고는 기명피보험자의 가족이 아닌 명○○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위 특별약관 제2조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보험자동차를 도난당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특별약관 제2조 본문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이 사건 교통사고가 기명피보험자인 반소원고와 가족관계에 있지 아니하는 명○○이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는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 제2조 본문의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나, 피보험자동차를 도난당하였을 경우로서 위 특별약관 제2조 단서가 적용되어 같은 조 본문의 적용이 배제되는지에 관하여 본다.

(나) 앞서 인정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반소원고와 명○○은 1999.경 홍보도우미를 하다가 알게 된 친구사이로서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도 반소원고와 명○○은 홍보도우미 일을 하고 있었다.

② 반소원고는 2002. 12. 11.부터 같은 달 15.까지 서울 ○○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에서 진행된 게임기기전에 참가한 소외 주식회사 □□시스템(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홍보도우미로 일하다가, 2002. 12. 15. 17:00경 위 게임기기전이 끝나고 나서 반소원고는 소외 회사의 관계자와 다른 홍보도우미, 아르바이트생 등 20명과 함께 같은 날 18:00경부터 서울 ○○구 삼성동 소재 상호불상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반소원고는 소주 2, 3잔 정도를 마셨다.

③ 반소원고는 2002. 12. 15. 21:00경 일행과 함께 위 식당을 나온 후 일행 중 술을 마시지 않았던 소외 김○○에게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을 부탁해 둔 다음, 반소원고와 소외 회사의 사장, 실장 및 홍보도우미로 일했던 소외 박○○ 등이 탑승하여 다시 서울 ○○구 ○○동 소재 ‘□□□□’라는 상호의 술집으로 옮겨가서 술을 마시던 중, 박○○과 반소원고로부터 전화를 받은 명○○이 같은 날 22:00경 위 술집으로 와서 위 일행과 합석하게 되었다.

④ 반소원고와 일행들은 2002. 12. 15. 23:00경 술자리를 끝내고 위 술집을 나온 후, 반소원고, 명○○, 박○○은 김○○이 운전하는 이 사건 자동차를 타고 잠원동에 있는 박○○의 집 근처로 향하였고, 그 곳에서 박○○을 내려주었다. 그 후 반소원고, 명○○은 김○○이 운전하는 이 사건 자동차를 타고 신사동 소재 상호불상의 아구찜 식당에 들어가 반소원고와 명○○은 술을 더 마셨으나, 김○○(1984. ×. ×.생으로서, 당시 □□□□종합학교 □□원 □□과 2학년 재학 중이었다)은 다음날이 시험이기도 하고, 자동차를 운전하여 반소원고와 명○○을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하여 그 자리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⑤ 반소원고와 명○○, 김○○은 2002. 12. 16. 01:20경 위 아구찜 식당에서 나온 후, 명○○은 반소원고에게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하였으나, 반소원고가 이를 거절하고 의정부에 있는 반소원고의 집으로 가자고 함에 따라 반소원고와 명○○은 함께 의정부에 있는 반소원고의 집으로 가서 자기로 하고, 반소원고는 김○○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여 의정부에 있는 반소원고의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여, 김○○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고 위 아구찜 식당에서 출발하여 의정부 방면으로 향하였는데, 당시 명○○은 조수석에 탑승하였고, 반소원고는 뒷자리에 탑승하여 그 직후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⑥ 김○○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여 의정부 방면으로 가는 도중, 명○○은 남자친구인 소외 한○○과 전화통화를 한 다음, 김○○에게 한○○을 만나러 가야 되니 동부간선도로를 빠져 나가자고 부탁하였고, 명○○은 김○○이 ○○교를 지나 ○○리 방향으로 빠져 나와 ○○○로터리에서 우회전하여 석관동 사거리에 도착하자, '이제부터는 내가 운전하겠으니, 너는 집에 가 봐라'고 한 다음, 김○○으로부터 자동차 열쇠를 넘겨 받아 자신이 직접 운전하여 가던 중, 2002. 12. 16. 02:13경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288-65 앞 도로에서 이 사건 1차 사고를 발생시키고도 그대로 도주하고, 이어서 같은 날 02:15경 같은 구 ○○1동 120 앞 도로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⑦ 그 후 한○○은 반소원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었다고 신고하였고, 이에 따라 반소피고는 반소원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2003. 1. 29.경 명○○에게 대인배상 보험금 7,197,000원을, 같은 해 2. 29.경 위 뉴이에프 쏘나타 승용차에 대한 대물배상 보험금 7,197,000원을, 2003. 7. 28.경 반소원고에게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45,000,000원을 각 지급하여 이 사건 1차 사고 및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금 합계 금 53,963,900원을 지급하였다.

⑧ 그 후, 반소피고는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이 반소원고가 아니라, 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2003. 11. 4.경 반소원고와 반소원고의 어머니인 최○○, 명○○, 한○○을 보험사기죄로 고발한 후, 2003. 11. 7.경 위 4인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최○○는 같은 달 17.경 반소피고에게 금 53,963,900원을 반환하면서 반소피고와 원만히 합의하였고, 반소피고는 다음날인 같은 달 18.경 위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취하하였다.

⑨ 한편, 반소원고는 2001. 12.경에 이 사건 자동차를 취득한 후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맡긴 적이 거의 없었고, 명○○도 반소원고와 친하게 지내며 자주 만나는 사이였으나, 이 사건 교통사고가 있기 전까지 주차를 위해 1, 2회 정도 잠깐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한 사실만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한 사실이 없었다.

(다)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 상의 '피보험자동차를 도난당하였을 경우'라 함은, 피보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의사에 기하지 아니한 채 제3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 묵시적 승인은 명시적 승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면책약관이 적용되어 보험금 부지급으로 연결되므로 도난운전에 대한 승인의도가 명시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와 동일시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승인 의도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며, 도난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 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와 도난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도난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의 목적, 평소 도난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할 것인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반소원고는 명○○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승인한 사실이 없고, 나아가 묵시적 승인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반소원고는 사고 전날 명○○과 함께 술을 마셔 상당히 취한 상태가 되었는데, 반소원고는 처음부터 술을 마시지 않고 있었던 김○○에게 자동차의 운전을 부탁한 점, 김○○은 자동차를 운전하여 의정부에 있는 반소원고의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명○○이 한○○을 만날 목적으로 김○○에게 운행방향을 바꾸게 하고, 반소원고 모르게 김○○으로부터 자동차 열쇠를 건네받아 직접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한 점, 반소원고는 명○○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가 날 때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자동차의 뒷자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점, 평소 명○○이 주차를 위해 1, 2회 정도 이 사건 자동차를 잠깐 동안 운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한 사실이 없는 점, 당시 명○○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볼 때, 평소 운전을 명○○에게 맡기지 아니하였던 반소원고로서는 명○○이 김○○과 교체하여 운전을 하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단될 뿐만 아니라, 당시 반소원고가 자신의 가족이 아니고, 만21세가 되지 않은 김○○에게 운전을 부탁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두고서 반소원고가 술에 취해 있던 명○○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교통사고는 가족운전자 한정특별약관 제2조 단서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보험자동차를 도난당하였을 때로부터 발견될 때까지의 사이에 발생된 피보험자동차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반소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시행령 별표 1 및 2상의 각 1급 상해 및 후유장해를 입은 반소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 상의 자기신체사고에 대한 보험금 중 부상보험금과 후유장애보험금의 합계 금 45,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의 적용 여부

(1) 당사자의 주장

반소피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 제2조 단서 조항에 해당하여 반소피고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소원고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6조 소정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의 정부보장사업자로 지정된 소외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화재'라 한다)로부터 책임보험금(대인배상Ⅰ)에 해당하는 합계 금 95,220,000원을 지급받았으므로,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에 의하여 반소피고가 지급할 보험금에서 위 금액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을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6조 소정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의 정부보상사업자로 지정된 △△화재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보험가입자가 아닌 명○○의 절도운전으로 발생된 것이고, 반소원고는 같은 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타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2004. 1.경 반소원고에게 금 95,220,000원(치료비 금 15,000,000원 + 후유장애보험금 80,220,000원, 이하 '이 사건 보장금'이라 한다)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에서,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공제계약을 포함합니다)의 대인배상Ⅰ 및 대인배상Ⅱ로 보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한 액수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므로 이 사건 보장금이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에서 공제할 것으로 정하고 있는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Ⅰ에 의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에 해당하는 지에 관하여 본다.

(나) 법규와 약관의 내용

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2003. 8. 21. 법률 제6969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에서는, '자동차를 운행하고자 하는 자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피해자(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 자를 말한다)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지는 책임보험 또는 책임공제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6조 제1항에서는, '정부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의 보험금의 한도 안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한다, 1.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2. 보험가입자등이 아닌 자가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2004. 2. 21. 대통령령 제18286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에서는, '법 제2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정부가 피해자에게 보상할 금액은 보험업법에 의하여 인가된 책임보험의 약관이 정하는 책임보험금 지급기준에 의하여 산정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한편 갑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03. 1. 1.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자동차보험약관은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에서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 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공제계약 포함)의 대인배상Ⅰ 및 대인배상Ⅱ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금액과 자기신체사고로 지급될 수 있는 금액을 합한 금액이 실제 손해액을 초과하는 경우에 동 초과액'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04. 8. 1.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자동차보험약관은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에서 '자동차보험(공제계약을 포함합니다) 대인배상Ⅰ(정부보장사업을 포함합니다) 및 대인배상Ⅱ에 의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과 자기신체사고보상액을 합한 액수가 실제 손해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 다만 공제액이 음의 수치인 경우는 0으로 산정'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판단

보통거래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10. 23.선고 98다20752 판결). 그런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정부보장사업의 보장금액이 보험업법에서 정한 대인배상Ⅰ의 보험금을 지급기준으로 하고 있고, 위 정부보장사업상의 보장금이 같은 법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책임보험 등에 가입하여야 하는 자들이 내는 분담금 등으로 구성되며, 반소원고가 이 사건 보장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사실상 명○○이 대인배상Ⅰ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였을 경우와 동일한 손해보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명○○이 반소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에 해당하여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의 '타 차량과의 사고'에 이 사건 교통사고가 포함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에서 정하고 있는 공제액은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Ⅰ에 의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정하고 있는데, 위 정부보장사업은 최소한의 보상을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인바 그 실질적인 기능이 책임보험처럼 손해전보에 있다고 하더라도 위 양자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자기신체사고의 경우 보험금에서 공제될 금액에 관하여 자동차보험약관은 보험금에서 타 차량의 자동차보험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단순히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2003. 1. 1.부터는 보험금의 지급으로서 피해자의 실제 손해를 초과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에만 이를 공제하도록 정하여 그 공제의 기준을 실손보장에 의하도록 개정하였고, 그 후인 2004. 8. 1.경에서야 정부보장사업에 의하여 지급받을 보장금도 그 공제의 대상에 포함한다고 개정하였는바, 위와 같은 약관 규정의 개정경과에 비추어볼 때, 실손보장 원칙에 기한 2003. 1. 1. 개정 자동차보험약관이 시행되기 이전에 적용되고 있던 위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을 해석함에 있어서까지 대인배상Ⅰ에 정부보장사업에 의한 보장금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앞서 본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라는 약관해석의 원칙 및 문언해석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보장금은 위 보통약관 제35조 제(3)항에서 공제할 것으로 정한 금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반소피고의 위 공제주장은 이유 없다.